
[마이데일리 더발리볼 = 하동 김희수 기자]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서, 또 내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이 있어서 에디는 간절하다.
한국전력이 21일부터 경남 하동군과 남해군 일대에서 진행된 하계 전지훈련을 마쳤다. 연령별 대표팀에 소집된 윤하준과 박승수, 진순기 코치를 제외한 모든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들이 동행한 가운데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전지훈련이었다.
한국전력의 새로운 아시아쿼터 선수로 합류한 에디 역시 전지훈련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V-리그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23-2024시즌에는 삼성화재에서 아포짓과 미들블로커를 오갔던 에디는 다가오는 시즌을 아웃사이드 히터로 준비 중이다. 그는 리시브와 수비 위주로 강훈련을 소화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25일 오전 훈련이 끝난 뒤 <더발리볼>과 만난 에디는 “새로운 팀에 온 만큼 모든 게 새롭다. 삼성화재에서 함께 했던 (김)정호 형이랑 (전)진선이 형 말고는 같이 배구해본 적이 없는 선수들이라서 더 그랬다”며 새로운 팀 한국전력에서의 시간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든든한 정호 형과 진선이 형 덕분에 팀에 녹아드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두 형 말고도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어려운 게 딱히 없다. 벌써 팀 적응이 끝난 것 같다”고 덧붙이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2023-2024시즌 이후 V-리그를 떠난 에디는 잠시 성균관대로 돌아가 U-리그와 연맹전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고, 지난 시즌은 몽골 리그에서 활약했다. V-리그 무대로 돌아온 것은 상당히 오랜만인 셈이다. 그는 “몽골에서와는 달리 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 팀 시설이 너무 좋아서 운동하기가 정말 좋다. 볼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서로 멀지 않아서 언제든 원하는 운동을 할 수 있다. 운동에 있어서는 모든 게 마음에 든다”며 V-리그 복귀를 한국전력 소속으로 하게 된 것에 대한 만족감을 재차 표했다.
오전 훈련이 진행되는 내내 에디는 리시브와 수비 연습에 힘을 쏟았다. 공 하나를 받을 때마다 권영민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의 피드백도 이어졌다. 에디는 “리시브 연습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리시브 자체에 대한 걱정은 조금 있지만,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훈련하면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충분히 제몫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또 공격과 서브에는 이미 자신이 있다. 리시브가 조금 흔들리더라도 거기서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도 믿는다”며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다만 에디에게는 리시브 말고도 하나의 부담이 더 지워졌다. 바로 다다음 시즌인 2026-2027시즌부터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이 폐지되고 자유계약제도가 도입되는 변화다. 트라이아웃에 비해 자유계약제도 하에서는 실력과 네임밸류가 더 뛰어난 선수들의 V-리그행이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에디를 포함한 기존의 아시아쿼터 선수들에게는 재계약에 있어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디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그는 “어쩌면 이번 시즌이 V-리그에 남는 꿈, 나아가 한국으로 귀화하고 계속해서 배구를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정말 간절함이 크고, 그만큼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믿는다”고 투지를 다졌다.

부담감보다는 기분 좋은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들도 있다. 바로 중부대와 조선대에서 활약 중인 몽골 출신 후배 푸제와 오랑바야르다. 두 선수에게 몽골 출신으로 한국에 들어와 V-리그 입성의 꿈까지 이룬 에디는 선구자이자 롤 모델이다. 에디는 “동생들을 위해 모범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푸제랑 오랑바야르도 나와 바야르사이한이 그랬듯 최선을 다해 V-리그 무대에 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시즌을 두 동생이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을 내가 더 다져주는 시즌으로 만들어보겠다”고 의젓한 목소리를 냈다.
이제 에디의 V-리그 공식 복귀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는 곧 그의 가족 같은 친구이자 라이벌인 바야르사이한을, 또 대학 무대와 V-리그에서의 스승이었던 김상우 감독을 적으로 만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에디는 “바야르사이한과는 늘 코트 위에서 라이벌이다. 둘 다 서로 열심히 해서 각자의 팀에 보탬이 되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 김상우 감독님을 적을로 만나게 되는 기분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웃음).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좀 어색할 것 같다. 하지만 선수니까 당연히 이기고 싶을 것 같다”며 두 사람을 만날 날을 기다렸다.
앞서 몽골 동생들을 챙겼던 에디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또다른 동생들인 성균관대 후배들에게도 격려를 전했다. 그는 “연맹전 경기를 봤는데 다들 잘하고 있더라.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면서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드래프트에 나오는 선수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며 동생들을 응원했다.
코리안 드림을 가슴에 품고 먼 나라 한국으로 향했던 소년 에디는 어느덧 동생들을 격려하고 앞길을 터줄 수 있는 의젓한 선배로 거듭났다. 이번에야말로 그는 자신의 코리안 드림을 화려하게 꽃피우기 위해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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