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김경현 기자] '52번 하면 김재호가 아닌 박준순이 떠오르게 하겠다"
두산 베어스의 '슈퍼루키' 박준순이 당찬 발언을 남겼다.
배봉초(동대문구리틀)-청량중-덕수고를 졸업한 박준순은 2025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2009년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 허경민(현 KT 위즈) 이후 16년 만에 내야수 1라운드 지명자다. 1차 지명까지 포함하더라도 2021년 안재석 이후 처음이다.
시즌 초에는 한정된 기회 속에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5월까지 단 7타석 소화에 그친 것. 그마저도 5월은 한 타석도 서지 못하고 대수비와 대주자로 출전했다.
6월부터 재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조성환 감독대행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시작했고, 박준순이 이를 잡았다. 박준순은 6월 타율 0.296(54타수 16안타)을 기록, 3루를 자신의 자리로 만들었다.


터닝 포인트는 김재호의 은퇴식이다. 지난 6일 김재호는 은퇴 경기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김재호는 1회 2아웃 이후 박준순과 교체됐다. 이때 박준순에게 자신의 '52번' 유니폼을 물려줬다. 두산 관계자는 "52번 유니폼의 대관식 개념으로 박준순과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대관식' 효과일까. 유니폼을 물려받은 뒤 상승세가 가파르다. 김재호 은퇴식 당일 4타수 1안타를 포함, 23일까지 8경기서 12안타 1홈런 7득점 타율 0.364 OPS 0.976이다. 기간 내 최다 안타 공동 8위, 타율 공동 12위, OPS 15위다.
23일 경기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세 타석 만에 홈런-3루타-2루타를 때려낸 것. 사이클링 히트까지 단타 하나를 남겨둔 6회 2사 1루, 박준순은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다시 타격 기회가 돌아오지 않아 사이클링 히트는 아쉽게 실패했다.

경기 종료 후 취재진을 만난 박준순은 "(타석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라며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할 수 있게 준비 많이 하겠다"고 전했다.
주전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박준순은 "초반에 이렇게까지 (기회를)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적응이 빨리 돼서 기회를 많이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주로 3루로 뛰지만, 2루수와 유격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박준순은 "일단 2군에서 모든 포지션 펑고를 받았다. 중학교 때까지 유격수를 보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잠깐 3루를 봤고, 2학년부터 2루수를 봤다. 그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을 묻자 "일단 빈자리에 들어가서 잘하면 좋다"며 배시시 웃었다.
김재호의 등번호를 '공식적으로' 물려받았다. 박준순은 "받고 나니 등번호의 무게감을 확실히 알았다"라면서 "김재호 선배님보다 더 잘해서, 팬들에게 52번 하면 김재호가 아닌 박준순이 떠오르게 하겠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천재 유격수'는 두산의 최전성기를 상징하는 선수다. 박준순도 김재호처럼 두산의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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