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많이 힘들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11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95구, 6피안타 1사구 6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올 시즌 초반 박세웅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개막전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아쉬운 투구를 남겼으나, 두 번째 등판이었던 KT 위즈전을 시작으로 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키움 히어로즈-한화 이글스-키움 히어로즈-SSG 랜더스-KT 위즈를 상대로 무려 8연승을 질주했다. 박세웅의 등판은 곧 롯데의 승리라는 공식까지 만들어질 정도였다.
그런데 5월 17일 삼성을 상대로 5이닝 5실점(5자책)으로 삐끗하더니,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삼성전을 포함해 전반기 마지막 등판까지 8경기에서 박세웅은 퀄리티스타트(6이닝 자책 이하)를 한차례 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해당 기간 평균자책점은 무려 9.84로 바닥을 찍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세웅은 올스타전에도 출전하게 되면서, 제대로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는 일정과 맞닥뜨렸다.
이에 김태형 감독이 박세웅을 최대한 배려했다. 페이스가 워낙 좋지 않은 만큼 박세웅이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도록 했고, 23일 드디어 박세웅의 후반기 첫 등판이 이뤄졌다. 그리고 이날 박세웅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최고 구속은 149km였지만, 직구 평균 구속이 147km를 마크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박세웅은 1회 이주형에게 안타와 도루를 허용하며 찾아온 2사 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더니, 2회 루벤 카디네스-원성준-김건희로 이어지는 타선을 삼자범퇴로 잠재웠다. 그리고 3회 중견수 황성빈의 슈퍼 다이빙캐치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한번 위기를 극복한 박세웅은 4회에는 병살타를 곁들이며 무실점을 거듭했다. 이어 5회 김건희-이주형-어준서를 완벽하게 봉쇄하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6회에도 모습을 드러낸 박세웅은 세 번째로 찾아온 2사 2루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내친김에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선두타자 카디네스에게 안타를 맞는 등 네 번째 2사 2루 위기에서는 오선진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으면서, 첫 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하지만 박세웅은 흔들림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고, 지난 5월 6일 SSG 랜더스전 이후 78일 만에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마크함과 동시에 2022년 이후 3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았다.
정말 기나긴 부진을 벗어나 10승 고지를 밟은 소감은 어떨까. 경기가 끝난 뒤 오랜만에 취재진과 마주한 박세웅은 "팀이 조금 힘들었는데, 또 이길 수 있는 경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이제 후반기를 막 시작했는데, 좋은 결과, 좋은 모습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박세웅의 부진을 지켜보는 김태형 감독, 코칭스태프, 팬들도 힘들었지만, 그 누구보다 마음고생을 했던 것은 박세웅이었다. 좋을 때에도 데이터를 많이 들여다보고 공부하는 박세웅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직전 시즌과 달리 실점이 많았고,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점들이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타구들이 그라운드로 들어가면서 안타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걸 되돌아 봤을 때 유리한 카운트에서 맞은 것도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원하는 코스에 공을 더 던지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피칭 리듬과 밸런스를 찾으려고 더 노력을 많이 했다. 볼배합적인 부분에서도 (유)강남이 형과 매일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오늘도 경기 전, 경기 중간에도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잘 맞춰서 풀어나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세웅은 "3년 전에는 어떻게 10승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때보다는 우리가 높은 순위에 있다. 그리고 남은 경기가 더 많기 때문에 더 잘 준비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후반기가 이제 시작했는데,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야 한다. 나도 시즌 중반 부진했던 것을 다시 잘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꼭 가을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그리고 이날 취재진과 박세웅의 인터뷰 중 김원중은 "세웅아 물 한 번 맞을래?"라며 물폭탄을 예고했고, 인터뷰가 끝난 뒤 김원중을 필두로 투수진들이 모두 양손 가득 물병을 들고 등장, 박세웅의 3년 만의 10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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