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이제 여름은 바야흐로 조정석의 계절이다.
영화 '좀비딸'(감독 필감성)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코믹 드라마다. 영화 '인질', 티빙 '운수 오진 날' 등에서 흡입력 있는 연출로 호평받은 필감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 뷰를 기록한 동명의 네이버웹툰이 원작이지만, 원작을 몰라도 흐름을 따라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이야기의 시작이자, 모두가 기다리는 수아(최유리)가 좀비가 되는 과정이 속도감 있고 지루하지 않게 그려진다.
웹툰이기에 가능했던 비현실적인 설정들도 스크린에서 무리 없이 구현된다. 생각보다 리얼하고 무시무시한 좀비들에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아기자기한 동화 같은 은봉리에서 정환(조정석)과 수아가 함께하는 우당탕탕 적응기가 유쾌하고 따뜻하게 펼쳐진다. 시기적절하게 웃음이 '빵빵' 터지다가도, 중간중간 '피식' 웃게 만든다.
그 중심에는 조정석이 있다. 능청스럽게 웃으며 다가설 때는 어딘가에 있을 법한 우리네 아빠 같다. 가슴 한편을 뭉클하게 만드는 애틋한 부성애는 낄낄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에도 짙게 배어난다. 희로애락을 모두 책임지며 단단히 중심을 잡고 이끈다. 그런 조정석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는 깊이를 더해간다.
코믹보다는 드라마에 방점이 찍혀 있다. 어느 순간 그 온도가 뜨거워지지만 당황할 틈 없이 조정석이 '잘하는' 연기에 이끌린다. 전개가 다소 뻔하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라도, 조정석이기에 기꺼이 몸을 맡기게 된다. 어느새 한껏 몰입해 촉촉해진 눈가는 덤이다. 다소 비현실적인 '좀비딸'이 현실감을 얻는 건 조정석의 힘이다.
특별한 대사 없이 섬세한 눈빛과 몸짓만으로 수아를 표현한 최유리도 놀랍다. 높은 싱크로율로 깜찍하게 밤순 역을 소화한 이정은, 분량은 적지만 서사까지 알차게 챙긴 조여정,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잡은 윤경호도 멋진 열연으로 빛난다. 깜짝 등장한 조한선도 짧지만 굵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털 날리는 오디션' 끝에 발탁된 금동이는 그야말로 대배우요, 명배우다.
애드리브처럼 느껴지는 말맛 나는 대사들, 보아의 'NO.1'이나 새천년 건강체조 같은 익숙한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을 위한 각색도 깔끔하다. 그 정점은 러닝타임을 꽉 채우고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엔딩이다.
오는 30일 개봉. 러닝타임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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