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더발리볼>이 새롭게 창간했다. 프로 배구 소식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프로 선수를 꿈꾸는 유망주들의 이야기도 소개하는 게 <더발리볼>이 해야 할 일이다. 창간호에 <더발리볼>이 소개할 학교는 레전드 거포 장윤희, 2020 도쿄올림픽 4강의 주역 이소영(IBK기업은행) 등을 배출한 전주근영여고다. 잠시 주춤하던 근영여고는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6월 4일 그들을 만나고 왔다.
든든한 지원, 꿈을 키우는 학생들
“우리 학교가 최고입니다!”
근영여고는 1971년 개교했다. 배구부 창단은 1973년. 보통 전주 중산초-근영중을 졸업한 선수들은 근영여고로 많이 온다. 최근에는 지방에서는 물론 수도권에서도 근영여고로 오고 싶어 한다고.
레전드 거포 장윤희(중양여고 배구부 감독)를 비롯해 21억 자유계약(FA) 대박의 주인공 국가대표 출신 이소영, 2006 신인드래프트 1순위 출신의 한수지(은퇴) 등이 근영여고를 빛냈다. 이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근영여고 졸업 후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2024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자 190cm 미들블로커 유망주 최유림(GS칼텍스)도 근영여고 출신이다.
최우영 총감독-양철호 감독 체제에서 13명의 선수가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주장이자 리베로 정솔민을 필두로 김윤하(아웃사이드 히터), 반예빈(세터), 오은채(미들블로커&아포짓 스파이커)가 3학년 라인을 꾸리고 있다. 유다은(아포짓 스파이커&미들블로커), 장서현(리베로), 진수민(아웃사이드 히터), 이지후(아포짓 스파이커), 이주희(세터)가 2학년 라인을 지탱한다. 이다온(미들블로커&아웃사이드 히터), 이정은(리베로)과 쌍둥이 자매 하은결(아웃사이드 히터&아포짓 스파이커), 하은설(아웃사이드 히터)이 막내로서 파이팅을 불어넣고 있다.
5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배구부다. 해체 없이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는 데에는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이 큰 힘이 됐다. 학교는 성적이 좋든, 좋지 않든 선수들이 배구 선수로서 꿈을 키우는 데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고 있다.

최우영 총감독은 “아마 우리 학교가 전국에 있는 배구부 학교 중에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을 것이다. 전라북도교육청에서도 많은 관심과 함께 지원을 해주신다. 우리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학교의 성적이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신다. 학생 선수들은 물론 지도자들도 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뒤에서 든든하게 후원을 해주신다. 다른 학교들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아니다. 학생, 지도자들이 마음껏 역량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믿음을 주신다”라고 말했다.
양철호 감독은 “근영여고 배구부는 선후배 관계도 좋고, 선수들이 배구를 디테일하게 하려고 매번 노력한다. 또한 재단 이사장님과 교장 선생님께서도 배구에 관심이 많으시다. 탄탄한 지원 덕분에 우리 선수들도 큰 힘을 내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학교의 든든한 지원 덕분일까. 2025 익산 보석배 전국중고배구대회 준우승, 2025 하늘내린인제배 전국중고배구대회 준우승을 비롯해 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대회에서 입상했다. 2023 내장산배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는 우승도 했다.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은메달,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동메달 등의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학교 홍보는 물론 지역민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 탄탄한 팀워크로 상대 학교들과 싸우고 있다.
양철호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다 잘한다고 자부한다. 중학교 때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이 많다. 아이들을 더 성장시켜야 하는 만큼, 책임감도 있고 부담도 있다”라며 “또한 선수들이 정말 대화를 많이 한다. 대화를 통해 풀어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낀다”라고 말했다.

“요즘은 멀티가 될 줄 알아야 해요”
전원 수업-수행평가 참여, 운동이 전부가 아니니까
요즘 학교 스포츠의 모토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다. 근영여고도 선수들에게 운동 못지않게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유가 있다. 평생 운동선수의 길을 걷는 게 아니다. 또한 운동선수가 아니라, 다른 진로를 택할 수도 있다. 2007년부터 체육교사로 수많은 학생 선수들을 만난 최우영 총감독도 생각도 같다.
최우영 총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모든 수업에 들어간다. 만약 대회로 인해 수업에 불참할 경우, ‘학생선수 e-School’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강 수업을 듣는다. 교육부가 만든 프로그램이다. e-School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에 계속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최 총감독은 “우리의 철칙이 있다. 전 과목 수행평가에 모두 참여해야 한다. 운동을 잘하는 법도 중요하지만, 공부도 해야 한다. 모두가 운동을 잘해서 프로에 가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지 않냐. 누군가는 대학에 갈 것이고, 대학에 가면 공부를 해야 한다”라며 “또한 프로에 가지 못한 선수들이 대학 진학은 물론 스포츠 전문 지도자 자격증, 경찰공무원 준비 등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려고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요즘은 한 가지가 아니라 멀티 플레이어가 될 줄 알아야 한다. 해외에 진출하는 선수들을 보면 외국 선수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하지 않냐. 선수들이 무엇이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길 바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중요시 여기는 건 인성이다. 최우영 총감독은 “화요일마다 예배를 드리는 시간이 있다. 요즘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한데, 우리 선수들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겠냐. 우리 지도자들도 믿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려 하고, 학생들도 이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대건설 우승 감독 출신 양철호
“학생들을 보며 배우는 게 많습니다”
최우영 총감독이 전반적인 배구부의 관리를 맡고 있다면, 학생들의 훈련을 지휘하는 이는 양철호 감독이다. 배구를 한 번이라도 본 팬들이라면 익숙한 이름이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흥국생명,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현대건설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그리고 2014-2015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현대건설 감독을 맡았다. 2015-2016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며 현대건설의 우승 감독으로 이름을 남겼다. 이후 천안청수고, 근영중을 거쳐 올해부터 근영여고 배구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양철호 감독은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생각과 몸은 함께 간다는 것이다. 배구를 얼마만큼 진심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진다. 또한 ‘나도 할 수 있어’ 하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가 어쨌든 간에 최선을 다하고 배구에 진심을 대한다면 그 복은 따라오기 마련이다”라고 덧붙였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까지 동해광희고와 중앙여중·고에서의 경험까지 더하면 대부분의 지도자 생활을 학생 선수들과 함께했다. 그래서인가. 그는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자신도 많은 걸 깨닫고 성장할 때가 있다고 한다.
양철호 감독은 “요즘 학생 선수들은 대화를 하며 풀어가려고 한다. 가끔은 나도 머리를 탁 치며 ‘정말 성장했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다. 사실 나도 인간이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있을 때가 있고,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지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 제자들이 서로 대화를 통해 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라고 미소 지었다.
물론 프로에 가고, 프로에 가지 못하면 대학에 가기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다. 양철호 감독도 성적에 욕심이 없는 게 아니다. 최근 근영중-근영여고가 대회에서 호성적을 내는 데에는 양철호 감독의 지분이 상당하다. “나 역시 트로피도 들고 싶고, 헹가래도 받고 싶다”고 솔직히 말한다.
그러나 그전에 양철호 감독이 바라는 건 선수들이 훈련으로 흘린 땀의 가치를 알고, 결코 땀은 배신하지 않으며, 그리고 언제나 배구에 진심이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양철호 감독은 “난 우리 선수들이 화려한 선수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오히려 소금 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팀에 꼭 필요한, 적재적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며 “경기 분위기를 바꾸고, 잘나가고 있는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수가 되길 희망한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자신들이 흘린 땀을 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 땀은 진심이구나’ 하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 그럼 보상은 따라올 것”이라고 웃으며 아이들을 응원했다.

전주근영여고를 이끄는 3총사 정솔민-반예빈-유다은
“근영여고요? 지금처럼 똘똘 뭉쳐, 악착같이 버틸 겁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정솔민 팀의 맏언니이자 리베로를 맡고 있는 정솔민입니다. 주장은 다수의 투표에 의해 하게 되었어요.
유다은 2학년이자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를 겸하고 있는 유다은입니다.
반예빈 팀의 공격을 지휘하고 있는 3학년 세터 반예빈입니다.
Q. 세 선수 모두 배구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솔민 저는 예빈이와 같은 초등학교(광주 지평초)였어요. 배구부 감독님, 코치님이 오셔서 ' 키가 큰 사람 한 명씩 나와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배구 훈련 참관을 권해서, 훈련을 봤는데 너무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박짐감도 넘치고요. 그래서 4학년 때부터 하게 되었어요.
다은 저는 엄마가 배구를 좋아했어요. 어릴 때부터 여자배구를 계속 봤는데, 전주 중산초로 전학을 오게 되면서 배구를 하게 되었어요.
예빈 사실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는 않았는데, 친구들 그리고 언니들과 뛰는 게 좋았어요.
Q. 세 선수가 말하는 근영여고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솔민 저희 학교는요, 지원을 잘 해줘요. 식비, 이동비, 숙박 등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세요. 아, 신발도요.
다은 선생님들이 배구부 학생들에게 정말 잘해주세요.
예빈 선후배가 하나라고 생각해요. 군기도 없고요.
Q. 감독님은 어떤 분이에요.
예빈 운동할 때는 하나라도 알려주시려는 게 저희 눈에도 보여요. 쉴 때는 아빠처럼 편하게 쉴 수 있게 해주세요.
다은 무섭지만 다정하고 재밌는 감독님(웃음).
솔민 프로에 오래 계셨잖아요. 그러다 보니 프로에 가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다른 학교 선생님들에 비해 알려주시는 게 많아요.
Q. 각자 장단점을 말해줄 수 있나요.
솔민 전 발이 빠른 편이에요. 수비 범위도 넓고요. 그리고 허슬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올리려고 해요. 단점은 기복이 있어서 리시브할 때 가끔 불안한 모습이 있어요.
다은 공격, 서브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팀이 안 풀릴 때 사이드 아웃을 돌릴 힘도 있고요. 그러나 리시브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 부분에서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을 한다. 안 풀릴 때 하나쯤은 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빈 목적타 서브를 잘 구사하는데, 블로킹이 미숙해요.
Q.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싶나요.
솔민 아무래도 리베로다 보니 받쳐주고, 안정적이고, 안 흔들려야 팀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잖아요. 늘 보탬이 되고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스피드 향상 훈련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 하체 훈련을 많이 하고 있어요.
다은 지금은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지만, 프로에 가면 출전 기회가 적어질 수 있잖아요. 많이 들어가기 위해 저만의 장점을 만들고 싶어요.
예빈 세터다 보니 기복이 없어야겠죠. 멘탈을 잘 잡아야죠.
Q. 롤모델이 있나요.
예빈 저는 대한항공 한선수 선수요. 베테랑 세터고, 팀의 야전 사령관으로서 대한항공을 잘 이끄는 선수라 생각해요.
다은 일본의 배구 선수 니시다 유지와 고가 사리나를 닮고 싶어요. 유튜브 알고리즘에 영상이 돌아다녀서 봤는데 정말 잘하더라고요.
솔민 김해란 선수와 일본의 야마모토 도모히로요. 리시브나 수비는 다른 누구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몸을 날리고,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각오 한마디 전해주세요.
예빈 앞으로도 우리 학교 선수들과 하나로 똘똘 뭉쳐, 대회를 치르고 싶어요. 꿈은 프로 진출입니다.
다은 지금의 성적도 중요한데 대회를 치르며 좋은 과정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안 다치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솔민 지금 팀에 아픈 선수들이 많지만, 대회 때는 악착같이 버텨줬으면 좋겠어요. 배구는 공이 땅에 떨어지면 안 되는 운동이잖아요. 볼 하나하나에 악착같이 버티고, 모두들 선수 생활 끝날 때까지 안 다쳤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는 배구 전문 매거진 <더발리볼> 창간호에 게재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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