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정국] 시작부터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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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뉴시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이재명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국회는 14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총 16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 돌입한다. 

청문회 ‘슈퍼위크’ 첫날인 14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됐다.

◇ ‘갑질 의혹’ 집중 추궁한 야당… 강선우, 연신 ‘사과’

이 중 단연 화두는 ‘갑질 의혹’이 불거진 강선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였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여야 의원들은 갑질 의혹을 두고 청문회 시작부터 공방을 벌였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갑질 논란을 추궁하며 강 후보자에 대한 ‘사퇴’를 촉구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인신공격’이라고 맞섰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예정됐던 강 후보자 청문회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우선 국민의힘 보좌진 협의회는 청문회장 앞에서 강 후보자를 향해 ‘갑질 장관’, ‘사퇴하라’,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쳤다. 강 후보자는 과거 자신의 보좌진에게 자기 집 쓰레기를 버리게 하거나 고장 난 변기를 해결하게 했다는 등 ‘갑질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오전 10시 2분경 강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들어갔지만, 청문회는 바로 시작되지 않았다. 통상 인사청문회는 위원장이 개의를 선언하면 후보자가 선서한 뒤 인사말을 하고 위원들의 본격적인 질의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날 강 후보자가 선서하기 전 국민의힘 의원들의 노트북에 ‘갑질왕 강선우 OUT’ 등 문구를 부착한 점을 민주당 의원들이 문제 삼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면서 청문회가 순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여야 의원들의 설전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소속인 이인선 여가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이후 약 15분이 지나 다시 청문회가 시작됐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관계자들이 14일 국회에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규탄하는 손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관계자들이 14일 국회에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규탄하는 손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국민의힘은 갑질 의혹을 추궁하며 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야당 간사인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후보자의 보좌진 대상 갑질 의혹이 터졌다. 쓰레기 정리와 취업 방해까지 줄줄이”라며 강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에게 갑질 의혹을 폭로한 전직 보좌진에 대한 법적 조치를 언급한 적이 있냐고도 따져 물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갑질 의혹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계시는데 해명도 허위로 판명되고 고소하겠다고 예고를 하셨다’고 질의했다. 이에 강 후보자는 “(법적 조치를) 한 적도, 예고를 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스쿨존 내 신호 위반 시 가중처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고, 본인이 스쿨존에서 신호를 위반해 과태료를 장관 지명 이후에 납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강 후보자는 “직접 차를 운전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강 후보자의 해명을 꼬집었다. 그는 “보좌진의 운전으로 발생한 위반 사항에 대해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고 수행비서에게 전가하는 해명은 무책임함을 넘어 후보자의 인식 수준을 보여준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갑질 의혹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중 추궁에 나선 가운데, 강 후보자는 보좌진에게 잇따라 사과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백승아 민주당 의원이 ‘3주간 어떤 소회를 느꼈는지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질의하자 강 후보자는 “저로 인해 논란이 있었던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논란 속에서 상처를 받았을 보좌진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리는바”라고 말했다.

다만 의혹에 대해선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변기 수리 지시 의혹에 대해 “지역 사무소에 있는 지역 보좌진에게 ‘어떡하면 좋겠냐’고 조언을 구하고 부탁을 드렸던 사안”이라며 “그런 것이 부당한 업무 지시로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은 차마 생각을 못 했었다. 이로 인해 상처받으시고 불편하셨을 보좌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강 후보자를 적극 엄호했다. 장철민 의원은 “시작부터 인신공격과 모욕적인 언사를 제외하면 거의 다른 말이 들리지 않는다”며 “이런 인신공격용 말만 준비해 온 것에 대해 유감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최형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위원장과 이재명 대통령을 규탄하는 노트북 피켓을 제거하려는 국회 경위와 실랑이를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회의에 방해가 된다며 경위를 동원해 규탄 피켓을 제거할 것을 명한 뒤 정회를 선포했다. / 뉴시스
최형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위원장과 이재명 대통령을 규탄하는 노트북 피켓을 제거하려는 국회 경위와 실랑이를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회의에 방해가 된다며 경위를 동원해 규탄 피켓을 제거할 것을 명한 뒤 정회를 선포했다. / 뉴시스

◇ ‘배경훈 청문회’도 시작부터 ‘파행’

청문회가 난항을 겪은 것은 강 후보자의 청문회뿐만이 아니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된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의 경우 오전에 시작도 전에 파행된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최민희 독재 OUT! 이재명은 협치하라’고 적힌 팻말을 노트북 앞에 붙인 채 참석한 것이 발단이 됐다. 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배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날”이라며 팻말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이 독재했지, 무슨 최민희가 독재했는가”라며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팻말 제거 요구에 응하지 않자, 최 위원장은 국회법 제145조 질서유지 조항을 들며 산회를 선포했다. 이후 최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팻말을 제거하는 조건으로 청문회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최 위원장은 산회 선포 1시간 16분 만인 오전 11시 22분 개회를 선언한 후 “의제와 상관없는 피켓은 오늘 청문회를 진행하는 데 방해되는 물건으로 판단했다”며 팻말 제거를 재차 요구했다. 이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응하지 않았다.

야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당 위원들이 숙의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이것은 청문회에 방해될 요소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여야의 대치가 이어지자, 최 위원장은 국회 경호 직원들에게 팻말을 제거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손 떼라’, ‘이게 독재다’, ‘폭력이다’ 등의 발언을 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발발이 이어지자 청문회는 다시 정회가 선포됐다. 이후 과방위는 오후가 돼서야 청문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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