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웅의 이혼이야기] "보고 싶다, 사랑한다" 카톡만으로도 상간소송 가능할까?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얼마전 재벌가의 이혼과 상간소송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수십억 원의 위자료가 인정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상간자에게 저렇게 많은 위자료를 받을 수 있나?"라는 놀라움 섞인 반응이 많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수십억 원의 위자료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법원은 배우자의 사회적 지위, 상간 행위의 기간과 양상, 피해자의 정신적·사회적 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한다. 

재벌가처럼 자산이 막대한 경우에만 그런 고액 판결이 나오는 것이다. 일반인의 현실에서 위자료는 보통 수천만 원 수준에 머문다. 그렇다고 상간소송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위자료는 부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이자,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경고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혼전문 변호사로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경우에 상간소송이 가능한지, 위자료는 어느 정도까지 인정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사례를 하나 보자.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남편의 휴대폰을 확인하던 중 "보고 싶다" "사랑한다"라는 문자를 발견했다. 상대는 남편이 다니는 회사의 여직원이었다. 충격을 받은 A씨는 두 자녀를 데리고 집을 나와, 파주시 운정에 있는 친정으로 몸을 옮겼다. A씨는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어린 자녀들을 생각해 당장 결정을 내리진 못했다. 다만 남편의 부정행위에 가담한 상대 여성에게는 책임을 묻고 싶었다. 이처럼 이혼은 하지 않고 상간녀만 상대로 상간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할까? 또, 이런 경우 위자료는 얼마까지 인정될 수 있을까?

이혼을 하지 않고도 상간자를 상대로 상간소송만 제기하는 것은 가능하다. 혼인관계가 계속 유지되고 있더라도, 제3자의 행위가 명백한 부정행위에 해당하고 고의성이 인정된다면, 위자료 청구는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 상담 과정에서도 많은 의뢰인들이 "남편과 이혼할 생각은 없지만, 상간녀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고 싶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혼 없이 상간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소송은 법적으로 허용되지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이혼을 하지 않은 경우, 법원은 이혼한 경우보다 위자료를 낮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법원이 위자료를 산정할 때, 혼인관계가 실제로 파탄에 이르렀는지를 정신적 고통의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삼기 때문이다.

상간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배우자와 상간남 또는 상간녀 사이에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다. 여기서 말하는 부정행위는 반드시 성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법원은 두 사람 사이가 단순한 지인 관계를 넘어 연인 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이를 부정행위로 인정한다. 예컨대 "사랑해" "보고 싶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오갔다면, 그 자체로 부정행위의 정황 증거가 된다. 둘째, 상간자가 상대방이 유부남 또는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상간자가 상대방의 혼인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판단되면, 혼인관계 침해에 대한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다만 대화 중 배우자나 자녀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 이를 통해 기혼자임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정황으로 법원은 판단한다. 

그렇다면 상간소송에서 실제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는 어느 정도일까? 실무상으로, 이혼까지 이르게 된 경우에는 보통 2000만원에서 2500만원, 이혼 없이 상간소송만 제기한 경우에는 1500만원에서 2000만원 선에서 위자료가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는 사건의 성격과 정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외도가 수년간 지속되었거나, 불륜 상대가 피해자의 친구, 지인, 직장동료 등 가까운 인물이었다면 법원이 더 높은 위자료를 인정하기도 한다. 반대로 일회성 외도였거나, 피해자 측에도 혼인 파탄의 일정한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위자료 액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간통죄가 폐지된 지금, 상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위자료 청구다. 이는 단순히 금전적 보상을 받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부정행위로 인해 무너진 가정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이자, 제3자의 행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필자는 상간소송을 진행하며 수많은 의뢰인들의 깊은 고통을 지켜보았다. 현실의 상처에 비해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 액수가 지나치게 낮다. 특히 반복적인 부정행위나 그로 인해 가족 전체가 무너진 경우라면, 위자료 상한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간소송'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순간, 사실상 가정은 이미 한 번 부서진 것이다. 배우자에 대한 신뢰는 금이 가고, 삶의 안정감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위자료는 그 잔해 위에 덧댄 조용한 보상일 뿐, 상처를 온전히 치유하긴 어렵다. 

재벌이든 평범한 시민이든, 결국 지켜야 할 가장 큰 가치는 '믿음'과 '가정'이다. 인생에서 가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 하나의 기반이다. 잠깐의 쾌락보다 지켜야 할 가정이 먼저라는 사실, 부디 이 글을 읽는 독자들만이라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김광웅 변호사(이혼전문) /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37기 수료/ 세무사 /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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