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여권의 불만이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여당 의원들과 연일 설전을 벌여온 이 위원장이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과 충돌 양상을 보이면서다. 전임 정부 출신 인사 중에서도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 위원장이 이번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두고 정치권은 그의 ‘정치적 목적’을 의심한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배석 배제를 결정하며 이 위원장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다음 주 국무회의부터 현직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최근 감사원은 현 방통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함으로써 공무원의 정치 운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며 “이와 더불어 개인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게재해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거듭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기 정치는 없다”며 이 대통령의 질책을 정면으로 반박한 점을 직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무회의 참석자들에게 “비공개회의 내용을 개인 정치에 왜곡해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이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위원장이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 전체회의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방송 3법 관련 방통위안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자 이를 ‘자기 정치’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 ‘보수 여전사’ 자처한 이진숙… 여권은 ‘사퇴 압박’
이는 그간 이 위원장이 보여온 행보와 무관치 않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은 이 위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이 위원장은 전혀 응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국무회의에 참석해 ‘대통령과 방통위원장의 임기를 맞춰야 한다’거나 방통위를 현재의 합의제에서 한 명의 책임자가 의사 결정을 하는 ‘독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국무회의에서만이 아니라 국회 상임위에서도 여당 의원들과 설전을 주고받는 등 논란이 되는 일들이 계속됐다. 이에 이 대통령도 ‘경고’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권력을 위임받은 기관”이라며 “개인적으로 좋든 나쁜든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국가의 기본적 질서에 관한 문제니 최대한 국회를 존중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이 여권과 충돌을 서슴지 않는 것을 두고 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 새어 나오는 이 위원장의 대구시장 출마설은 이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보수의 여전사를 자임하면서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갈등구조를 만들어 마치 탄압받는 코스프레를 하려는 것 같은데 우리가 속겠나”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이 국무회의 배제를 결정하며 이 위원장의 행보에 제동을 건 가운데, 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사퇴를 거듭 압박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정성과 진실 추구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방통위원장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한다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즉각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쏘아붙였다. 다만 이 위원장은 이날 임기는 내년까지임을 강조하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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