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실내 공기를 환기시키려고 잠깐 문을 열어놔도 러브버그가 금세 들어와요. 유리 통창에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 안으로 들어온 벌레를 잡느라 정신이 없어요. 익충이라고 해도 불편하긴 합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
최근 서울과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러브버그라 불리는 외래 곤충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대량으로 출현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러브버그는 이미 도심 지역의 미용실, 음식점, 아파트 단지 등 일상생활공간까지 침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2022년 4418건, 2023년 5600건, 2024년에는 9296건으로 해마다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 접수된 민원만 해도 이미 4695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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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등우단털파리 모습[사진=산림청] |
파리목 털파리과에 속하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암수 성충이 꼬리를 맞댄 채 비행하는 독특한 습성 때문에 '러브버그'라는 별칭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인천에서 처음 발견된 뒤 개체 수가 서서히 늘어나 2020년대 이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량 발생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밝혀낸 결과에 따르면 이 곤충은 기존에 보고되지 않았던 미기록 외래종으로 선박 화물 등을 통한 교역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고 사람에게 전염병을 옮기지 않으며 생태계 내에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익충이다. 유충은 토양 속 유기물을 분해해 흙의 순환을 돕고 성충은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 일반적으로 유충 상태로 약 1년 동안 겨울을 보내고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 성충으로 활동한다. 성충의 수명은 3~7일 정도로 짧지만 그 사이 짝짓기를 하고 암컷은 한 번에 400여 개의 알을 낳아 개체 수를 빠르게 늘린다.
전문가들은 도심의 고온 다습한 생태 조건과 열섬 현상, 풍부한 유기물이 쌓인 도시공원 및 산지 환경이 러브버그에게 최적의 서식지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문제는 짝짓기를 위해 수천 마리가 한꺼번에 비행하며 군집을 이루는 특성 때문에 시민들의 생활에 불편과 불쾌감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성충은 차 유리에 달라붙어 시야를 가리거나 사체가 차량 도장면에 부착되어 손상을 입히는 등 2차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지자체들은 서둘러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는 계양산 일대에서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한 이후 환경부와 함께 살수 및 물청소, 끈끈이 트랩 설치, 사체 수거, 광원 포집 장비 설치 등 친환경 방제법을 사용해 전방위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도 포충기 설치와 같은 비화학적 방식으로 개체 수 조절에 나섰다. 살충제를 이용한 화학적 방제는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곤충연구관은 3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러브버그는 분명 생태계적으로는 익충이지만 그 개체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사회적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관은 "러브버그가 산림에서만 살다가 도심에서 사람들을 처음 접하니 아직 사람을 인식하지 못해 손을 휘둘러도 잘 피하지 않는 것 같다"며 "또 해외에서 유입된 새로운 생물이기 때문에 천적들이 먹어도 될지 말지 판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러브버그가 불빛에 끌리는 특성이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려면 주변 조명을 줄이고 밝은색 옷보다는 어두운 옷을 입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러브버그의 활동 패턴을 예측한 결과 지난 1일 기준 전체 활동의 약 86%가 완료돼 오는 12~13일 사이 대부분의 개체가 자연 소멸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참새, 까치 등 조류는 물론 거미, 사마귀 등 포식성 곤충들이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장면이 관찰되기 시작하면서 우리 생태계가 점차 적응해 천적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곤충 대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후 변화로 인해 향후 러브버그 외에도 대벌레, 동양하루살이, 미국선녀벌레, 깔따구 등의 대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곤충이 대량 발생하는 지역뿐 아니라 인접 지자체까지 아우르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전문가 자문단을 통해 방제 기술을 현장에 조기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AI 기반 곤충 예측 시스템 구축과 친환경 방제 장비 R&D, 법정 관리 곤충 지정 등 제도적 정비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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