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시 구속 갈림길에 섰다. 6일 오후 5시 20분 조은석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시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8일 구속 취소로 석방된 지 120일만에 다시 법원의 구속 심사를 받게 됐다. 조은석 특검이 청구한 이번 구속영장은 단순 신병확보를 넘어 전방위 압박 수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을 외통수에 가두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 죄수의 딜레마, 尹 빠져나갈 구멍 있을까
조은석 특검팀이 ‘승부수’를 던졌다. 3대 특검팀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보였던 내란 특검팀이 이번엔 수사 개시 18일 만에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의 2차 소환 조사가 끝난 지 15시간이다. 속전속결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다”란 말도 나온다. 그만큼 이 사안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유추할 수 있음과 동시에, 특검이 짧은 시간이지만 치밀하게 준비한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 필요성과 관련해 6가지 범죄 사실을 소명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 심의방해 △비상계엄 선포문 허위작성 △비상계엄 선포문 등 폐기 △외신기자 상대 허위 공보 △비화폰 현출 방해 △내란 수사 방해(체포영장 집행 방해, 총기 소지 지시 등) 등 범죄를 저질렀다고 봤다. 최근 떠들썩했던 ‘외환 혐의’는 제외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 신병을 확보한 뒤 외환 혐의 수사를 본격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박지영 특검보도 구속영장 청구 브리핑에서 “현재 외환은 조사가 진행 중에 있고 조사할 양도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범죄 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검팀이 제시한 6가지 범죄 사실만으로도 일반 국민은 ‘대통령이 한 행위’라고 상상하기 힘들다. 조은석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행위를 “법치주의와 사법 질서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라고 봤다. 특히 헌법을 수호하고 법을 집행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오히려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와 요건 등을 모두 무시한 것은 “그 죄질이 매우 중하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민은 이 대목에서 더할 나위 없이 허탈할 수밖에 없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9일 오후 2시 15분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내란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특검의 조사에서 객관적 증거가 제시된 바도 없고,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한 바 있어 법원 심사 진행 시 공방이 예상된다.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든 윤 전 대통령은 외통수에 갇힌 모양새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 2차 소환 조사에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강의구 전 부속실장과 김성훈 전 경호처 처장 등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특검팀의 전방위적인 압박수사는 막강한 권력 앞에 똘똘 뭉쳐있던 핵심 관계자들을 흔들어놨다.
조은석 특검팀이 작성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은 경찰 조사 초기에는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에 속한 변호사들이 함께 참여해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조사에 참여하지 않게 되자,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범행 부분을 진술하기 시작했다. 죄수의 딜레마다. 집단적 이익을 대변하던 세력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며 균열이 생긴 셈이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이 이번 구속 심사 방어에 성공해 구속을 면한다 해도 자신에게 충성했던 참모들의 진술 번복을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은 자신 때문에 수많은 부하들이 구속되거나 수사대상이 돼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하들을 거짓말쟁이로 취급하고 책임을 전가했다.
이제는 윤 전 대통령이 답하고 행동할 차례다. 그는 지난해 12월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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