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재에게 ‘오징어 게임’이란

시사위크
배우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 시즌3로 또 한 번 글로벌 시청자를 매료했다. / 넷플릭스
배우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 시즌3로 또 한 번 글로벌 시청자를 매료했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이정재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시즌3까지 이끌며 4년 간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존재감을 확장하며 또 한 번 ‘커리어 하이’를 찍은 그는 “너무나 큰 경험을 하게 한 작품”이라며 시리즈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정재는 지난달 2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3(연출/각본 황동혁)로 글로벌 시청자를 만났다. ‘오징어 게임’ 시즌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만 기훈(이정재 분)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분),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다.

넷플릭스 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한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시즌3 역시 공개 첫 주 단 3일 만에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공개 첫 주 TOP 10 93개국 1위를 석권한 넷플릭스 첫 작품에 등극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재증명,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정재는 주인공 성기훈으로 분해 시리즈를 이끌었다. 시즌1에서 탈락자들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점차 변해가는 기훈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이정재는 시즌2에서는 게임의 주최자를 찾아 모든 것을 끝내려는 ‘게임 체인저’로서 극을 이끌어가며 순수했던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인물의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3에서는 친구 정배의 죽음 이후 기훈이 겪게 되는 극한의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강렬한 대미를 장식한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이정재는 대장정을 마친 소감과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 호불호에 대한 솔직한 생각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오징어 게임’과 함께한 시간을 돌아보며 작품의 의미를 짚기도 했다.

기훈으로 분해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이끈 이정재. / 넷플릭스
기훈으로 분해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이끈 이정재. / 넷플릭스

-드디어 마지막 시즌이 공개됐다. 기분이 어떤가. 

“많이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다. 오랫동안 준비했고 오랜 시간 함께한 추억이 있어서 이렇게 끝이 나는구나 아쉬움이 있다. 보통 길게 촬영하면 6개월 정도 하는데 이 작품은 몇 년을 같이 한 거라서. 서로 눈빛만 봐도 이제 척척 손발이 맞는 정도까지 호흡이 잘 맞는 스태프들과 넷플릭스, 홍보팀들 세계 각지로 다니며 함께 일했는데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고 그렇다.”

-시즌1보다 시즌2, 3를 공개할 때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부담감은 시즌2 준비할 때 엄청 심했다. 더 잘해야 하는데 뭘 더 잘해야 하지, 뭘 더 잘할 수 있지 고민과 부담이 너무 컸는데 촬영 들어가는 첫날 부담감이 다행히 싹 없어졌다. 그날그날 찍어야 하는 분량에 집중하다 보니 부담감이 없어져서 촬영할 때는 재밌게 했다. 그런데 역시 홍보할 때가 되니 불안감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더라. 시즌2는 불안감으로 홍보를 시작했는데 막상 시즌3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시즌2 때만큼 긴장되진 않는다. 시즌2는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많아서 말실수할까 봐 조심스럽고 머리가 너무 복잡했는데 이제는 다 공개되고 하니 편안하게 이야기해도 되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편하다.”

-호불호도 많이 갈리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호불호는 작품마다 있었는데 ‘오징어 게임’은 오히려 호불호가 나오는 게 좋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재미만 좇는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있고 에피소드마다 전달하고 싶은 소주제가 있기 때문에 갑론을박이 나오는 게 오히려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든다. 메시지가 강하거나 여러 메시지가 담긴 작품은 호불호가 나뉘게 되는 것 같고 그에 따라 많은 이야기가 넘쳐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기훈의 선택은 얼마나 공감했나. 

“당연히 이해됐다. 역사적 시대극이 아닌 상상력으로 시작된 이야기기 때문에 캐릭터가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창작자가 시청자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 주제와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라인 안에 나오는 수많은 캐릭터와 그들과 함께한 기훈의 모습에서 한번도 의구심이 들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즌1이 큰 성공을 했고 계획되지 않은 후속편을 만들게 된 것인데 그래서 더더욱 창작자가 시청자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것, 그의 의도를 최대한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디어도 거의 내지 않았다. 최대한 맞춰주고 싶었고 최대한 따라가고 싶었다.

시즌1 때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막 했다. 그래야만 기훈이 더 입체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 표현하고 싶은 방향대로 최대한 표현을 했다. 큰 성공을 하고 다음 시즌으로 오게 되면서는 창작자가 아주 호기롭게 쓴 시나리오기 때문에 (감독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 역시 큰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기훈처럼 지켜보는 입장에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역할을 등한시한다거나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순간순간 누군가 더 돋보여야 하고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다. 시즌1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생각이 있었다.”

이정재가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 넷플릭스
이정재가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 넷플릭스

-시즌1부터 3까지 오면서 기훈이 굉장히 큰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시즌1과 시즌2,3에서의 기훈은 전혀 다른 인물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그 중심에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기훈의 핵심 감정은 무엇이었나. 

“시즌3까지 촬영하면서 기훈을 두고 고민할 때 ‘양심’이라는 단어가 자꾸 생각났다. 기훈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럴까 했을 때 양심이 떠올랐다. 기훈은 옳든 옳지 않든 자신만의 양심에 의해 움직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스스로 바라봤을 때 떳떳함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을 거라는 걸 중심에 두고 연기했다.”

-엔딩은 어떻게 다가왔나. 연기에 중점을 둔 것은. 

“황동혁 감독이 정말 작가구나, 본인의 작품을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그냥 엔터테이닝한 콘텐츠, 비즈니스로만 보지 않는구나 생각했다. 가장 의미 있는 엔딩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이렇게 성공한 시리즈에서 진짜 엔딩을 내버려야겠다는 용기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물리적 사고로 해석하면 이해하게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논리적이라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생활하고 경험한 것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잖나. 그렇게 되면 내가 기훈으로서 충분히 연기할 수 없었을 거다. 오히려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엔딩을 시청자가 잘 받아들이게 연기를 해야 했고 가장 어렵고 고민된 지점이었다. 아주 디테일한 부분, 미세한 부분까지도 감정을 잘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위해 그날 하루를 다 뺐고 많은 시도를 했다. 뭘 어떻게 해도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과 욕구가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내 연기를 평가할 수는 없었고 현장에서 오케이를 하는 것은 연출자기 때문에 창작자이기도 한 감독님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또 시도하고 또 시도했다. 하다 보면 더 맞는 게 나올까, 생각하지 못한 더 좋은 게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계속 찍었던 기억이 난다.”

-창작자로서 황동혁 감독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글을 참 깔끔하게 쓴다. 대본은 설계도거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실현하는 설계도. 설계도가 복잡하고 표현이 어려우면 각자의 상상으로 해석해야 하고 그렇다 보면 현장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오해가 없게 본인이 표현하고 싶고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굉장히 간결하게 잘 쓴다. 지문도 길지 않고. 참 따라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데 쉽지 않은 부분이다.”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어떤 에너지를 받았나. 

“좋은 연기자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정말 큰 즐거움이다. 그동안 아주 훌륭한 배우들과 같이 작업을 해봤지만 역시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고 본인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로 분하는 모습, 에너지를 봤을 때 함께 한 방향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징어 게임’도 그랬다. 특히 마지막 게임 장면은 3일 정도 찍었는데 내내 그런 느낌을 받았다.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하니 에너지가 굉장했다.”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 넷플릭스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전에도 배우 이정재는 오랜 시간 우리에게 톱스타였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 이후 더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물리적 성공 외에 배우로서 ‘오징어 게임’ 후 느낀 변화가 있나. 

“열심히 하긴 했지만 운도 따랐다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으로 상상하지 못한 경험도 해봤고 내가 해외에서까지 유명해지나? 이렇게도 되나? 상도 받네? 싶었다. 상상도 해본 적 없거든. 예전에는 남자배우가 군대에 다녀오면 주연에서 멀어지는 일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불확실하고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열심히 하면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이 됐다. 그렇게 되면서 조금씩 더 일을 할 수 있게 됐고 그 과정 속에서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면서 계속 쌓여가며 경험치가 조금 더 생겼다. 배우에게 경험치라는 것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깊이가 생기는 거다.

그러다 보니 ‘오징어 게임’ 시즌1 때 한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고 해외에서는 이정재라는 배우를 모르니까 한 캐릭터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칭찬도 해주고 좋아해 줬다. 좋은 시대에 태어나서 운이 좋았구나 싶다. 다만 그로 인해 내가 뭔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해외에 나가면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오징어 게임’으로 네 인생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느냐인데 나도 생각하지 못한 큰 성공이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사실 없다. 그냥 오랫동안 참 꾸준히 조금씩 여기까지 왔구나 싶다.”

-대장정을 마친 기훈 혹은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잘했다’고 칭찬할 수는 없지만 수고했다는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1년, 2년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오징어 게임’을 보게 된다면, 내가 그사이 조금 더 성장을 한다면 왜 저런 건 몰랐을까 하는 아쉬움이 또 보일 수는 있는데 지금 당장으로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정재에게 ‘오징어 게임’이란. 

“여러 의미에서 큰 경험을 하게 해준 작품이다. 캐릭터 적으로도 그렇다.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폭넓고 다양하게, 폭풍 같은 감정을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는 기훈이 처음이었다. 그런 면에서 큰 경험을 했다. 너무나 큰 성공을 하게 된 것도 큰 경험이었다. 그 성공으로 인해 전 세계 많은 도시를 다니며 팬들과 만난 것도 큰 경험이었다. 여러 측면에서 큰 경험을 하게 해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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