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미성년자를 소재로 한 방송 콘텐츠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드라마화를 예고한 '내가 사랑하는 초등학생'을 두고 교육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창작의 자유와 아동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했다. 해당 작품이 여교사와 초등학생 제자 간의 감정선을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그루밍 범죄 미화'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내가 사랑하는 초등학생'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최근 제작사 측이 드라마화를 발표했다. 연인과 이별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게임 속에서 만나 호감을 느낀 캐릭터가 실제로 자기 제자였음을 깨달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일 성명을 내고 제작 및 방영 철회를 촉구했다. 교총은 "창작과 예술적 독창성이라는 명분 아래 아동을 성적 대상화 하는 시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런 작품이 로맨스나 판타지로 소비될 경우 현실에서 벌어지는 그루밍 범죄의 심각성이 희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품이 실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미지수지만, 원작이 가진 설정만으로도 교육계는 유해 콘텐츠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원작자 측은 "여교사가 초등학생 주인공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연애를 바라는 내용은 아니"라며 "'초등학생'이라는 제목은 주인공이 아닌 다른 캐릭터를 지칭한다. 작품을 보면 충분히 이해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4일 제작사 측은 결국 드라마화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설명과 함께, 원작자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로써 '내가 사랑하는 초등학생'은 기획 단계에서 공식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며 제작 철회로 이어진 셈이다.

앞서 만 15세 이하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도 유사한 비판을 받았다. 미성년자를 앞세운 콘텐츠가 공적 감수성을 자극하며 사회적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언더피프틴'의 경우 만 8세 아동까지 참가자로 포함된 가운데, 성인 콘셉트의 의상과 표정 연기를 강조한 티저 영상 등으로 성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다. MBN은 결국 편성을 취소했지만, 제작사는 이후에도 촬영을 강행하며 최종 데뷔조를 선발했다.
당시 129개 시민사회단체는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 중단과 전면 폐기를 요구하며 집단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참가 여성아동·청소년의 안전과 권리를 철저히 외면한 채 상업적 이익만 추구하는 비윤리적 행위"라며 "출연자 보호를 말하더니, 방영 포기를 거부하고 촬영을 강행하는 이중성을 드러냈다. '언더피프틴'은 미성년자 대상 자극적 콘텐츠로 수익을 추구했던 낡은 방식의 상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내가 사랑하는 초등학생' 드라마화 논란은, 상업 콘텐츠 속 미성년자가 소비의 대상이 될 때 발생하는 문제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특히 교사와 학생이라는 권력 비대칭 구조를 로맨스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사회적 감수성의 결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방송 콘텐츠에 대해 보다 엄격한 사전 윤리 심의와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되, 그 자유가 사회적 책임을 면피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작자의 자체적인 기준과 판단에도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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