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오징어게임 시리즈에 대한 결정적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프라임경제] "민주적으로 하자."
최근 공개된 오징어게임 시즌3에서 임정대(100번) 역을 맡은 배우 송영창의 대사 중 한 부분이다. 오징어게임 시즌 1과 이번 시즌 2, 3의 가장 큰 차별점은 게임 참가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예상보다 일찍, 그리고 빈번하게 부여했다는 점이다.
이번 게임에는 지난번 게임의 우승자 성기훈(456번)이 다시 참가하면서 '게임 속행 여부'를 두고 참가자들이 격렬히 대립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민주적'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복잡한 마음으로 게임장에 들어섰을 것이다. '나만 아니면 돼',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어차피 나가도 죽을 목숨' 등 눈앞의 현금다발을 보고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사람이 실제로 죽는 것을 본 뒤에도 같은 생각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게 죽은 사람의 목숨값으로 최종 상금 456억원이 쌓인다는 사실에도 게임을 계속할 수 있을까?
극 중 과반수 등장인물들은 찬성표를 던지고 게임을 이어 간다. 이는 이기심이 만들어낸 민주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학자는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것은 소수의 의견을 묵살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극 중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대표를 던진 소수의 의견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철저히 묵살된다.
오징어게임은 마치 이러한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민주주의의 취약점을 풍자한다. 국회에서 다수를 점령한 여당이 야당을 토론의 '상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제거 대상'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면 오징어게임과 오늘 날 한국 정치 현실이 정확히 겹쳐 보인다.
"약한 쪽을 골라서, 우리가 먼저 칩시다."
극 중 참가자들은 자기 옷에 붙여진 O, X 표식을 보고 아군과 적군을 구분한다. 다수인 게임 찬성파는 다음 판에서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뭉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는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한국 정치의 현실과 닮아 있다. '1찍', '2찍'으로 편 가르기에 몰두하는 현실 모습은 작품 속 모습과 다르지 않다. 작품 속 인물들의 대립은 우리가 속한 현실을 다시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든다.
황동혁 오징어게임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말은 남겼다.
"마지막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하며 세상을 둘러보니, 희망적으로 마무리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 1을 만들었을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는 생각도 했다. 한국에는 불황의 그림자가 덮쳐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고 그 와중에 정치적 혼란은 가중되고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이대로라면 우리에게 나은 미래가 있을까. 너무 암울한 미래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 세상이 더 나아지기 위해, 다음 세대에게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희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를 꼭 하면서 이 작품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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