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패배 불구 ‘쇄신’ 논의 실종

시사위크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주최 'K-조선산업, 재도약을 위한 미래 국가전략은?' 세미나에서 국민의례하고 있다.  /뉴시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주최 'K-조선산업, 재도약을 위한 미래 국가전략은?' 세미나에서 국민의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6‧4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지 한 달 가량 지난 27일, 국민의힘 ‘쇄신’ 논의가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대선 직후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운 ‘5대 개혁안’ 때문에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송언석 원내대표가 이를 포함해 논의할 혁신위원회를 출범하겠다고 공언한 뒤 논의가 중단됐다. 쇄신 논의로 계파 갈등 등 내홍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커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가 이달 30일로 만료돼 친윤(친윤석열)계를 정조준한 ‘5대 개혁안’도 사실상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커 졌다. 범친윤계라고 평가받는 송언석 원내대표가 전당대회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비대위 구성 이후 송 원내대표가 공언한 혁신위원회를 꾸릴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국민의힘 내에선 진정성 있는 쇄신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 가닥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상임전국위원회를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해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및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요구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회의 결과에 따라 다음 달 1일 전국위를 소집해 비대위 구성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30일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가 종료돼 새 비대위원장 선출 및 비대위원 지명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비대위는 오는 8월로 점쳐지는 차기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가 될 전망이다. 임기가 2개월밖에 되지 않는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인사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당대회까지 송 원내대표가 ‘셀프 지명’을 통해 비대위원장직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을 직접 하시냐’는 물음에 “그 말씀을 지금 드리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이번 비대위는 전당대회 관리형 비대위가 될 가능성이 많다. 시기가 촉박하고 비대위원장을 맡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비대위원장 겸직 가능성에 선을 긋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송언석 비대위’가 출범하게 된다면 송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선거에서 공약한 혁신위 구성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송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이 내놓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후보 강제 교체 사건 당무감사’ 등 5대 개혁안을 받을 수 없다며 대안으로 혁신위 구성을 제시했다. 혁신위 등 특별위원회 설치 권한은 당 대표에게 있는데 김 비대위원장이 이에 동의하지 않아 논의가 중단됐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혁신 아닌 요행 바라는 국민의힘

김 비대위원장은 임기 만료를 사흘 앞둔 27일 자신의 개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추가 개혁안’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곧 퇴장하게 될 김 비대위원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임기 동안 5대 개혁안과 당 쇄신을 얘기했는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당 쇄신 작업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남은 기간 추가 개혁안과 ‘보수재건의 길’이라는 말씀을 정리해서 조만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5대 개혁안이 추진 안되고 있는 데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여러 의원들의 이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추가 개혁안에 큰 개혁방안과 과제를 녹여내 말씀드리겠다”며 “퇴임하며 보수재건의 길을 준비하고 있는데 큰 방향에서 보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담론을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했다. 

대선 직후 5대 개혁안을 강조하며 당내 주류인 친윤계 의원들과 각을 세우던 당시와는 다른 태도다. 당시 ‘쇄신 드라이브’를 위해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하자는 주장이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론됐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비대위원 총사퇴로 비대위를 개최할 수 없어 의결권을 잃었고, 범친윤계인 송언석 원내대표가 원내 사령탑에 오르면서 지도부도 당시 ‘탄핵 반대’를 외치던 의원들로 구성됐다. 

결국 쇄신 논의는 길을 잃고 표류하는 모양새다. 김 비대위원장 임기 종료 후 ‘송언석 비대위’ 출범과 함께 혁신위를 출범시키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미 송 원내대표가 탄핵 반대 당론 철회나 당무감사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와 실효성 있는 쇄신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런 분위기라면 ‘쇄신’은 커녕 앞선 내홍들이 겹쳐 계파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계파와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쇄신 방향성을 제시할 보고서를 작심하고 만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당의 중진들은 이런 걸 싫어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좋은 게 좋은 거고 어떻게든 우리가 버티다 보면 저 쪽에서 실수하는 ‘좋은 일’이 생기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만 하는 중이다. 쇄신 얘기는 나오지만 크게 뭘 바꿀 생각도 없고 요행만 바라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외부로 확장하지 못하니 쇄신을 두고도 계파 싸움에 골몰하며 얼마 안남은 부스러기라도 줍는 데 고민만 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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