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나 주택을 비워달라는 통보에도 임차인이 버티면 갈등은 길어진다. 명도소송은 마지막 카드로 꼽히지만, 절차와 전략을 알면 협상과 집행 모두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임대차계약이 해지되면 임차인은 즉시 목적물을 내줘야 한다. 현실에서는 원상복구 공사비, 보증금·권리금 문제로 퇴거가 미뤄진다. 법은 임차인의 점유가 불법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손해배상까지 허용한다. 그럼에도 임대인이 명도소송을 망설이는 이유는 긴 소송기간과 강제집행 비용 때문이다. 특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요구권이 살아있는지, 명도소송 전 단계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면밀히 따져야 한다. 이 판단이 빗나가면 소송이 길어져 공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분쟁 현장 실무 경험상 분쟁 초기 협상 카드로 소송 가능성을 제시하면 조정 확률이 높아진다.
법리는 간단하다.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4다209769 판결은 ‘계약해지 통보 후 상당 기간 퇴거에 응하지 않으면 불법점유 책임을 진다’고 확인했다. 즉, 명도소송에서 승패를 가르는 쟁점은 해지의 적법성과 통보 방법이다. 내용증명 우편이나 문자메시지로도 도달만 증명되면 효력이 인정된다. 통상 판결까지 6개월 내외 소요되지만, 임차인이 고의로 지연하면 1년을 넘길 수도 있다. 이때 지연손해금 청구를 함께 걸어 두면 임차인에게 시간 비용을 전가할 수 있어 협상 테이블이 빠르게 열린다. 반대로 임차인은 채무이행기한 연장 합의나 보증금 상계 증거를 제시해 점유 명분을 확보해야 방어 여지가 생긴다.
실무에서는 소제기 전 단계부터 증거 수집을 시작한다. 임차인의 점유 상태를 사진·영상으로 기록하고, 주변 상가 시세를 조사해 손해액을 계산해 둔다. 법원에 소장을 접수할 때는 부동산인도 청구와 함께 보증금 소진시 차임 연체 금액을 병합해 사건을 단일화한다. 추가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하면 임차인이 무단 전대차를 차단할 수 있다. 명도소송의 꽃은 강제집행이다. 판결 확정 후 강제집행신청서를 집행관사무실에 제출해야 한다. 집행관이 현황조사 때 임대인도 현장에 동행해 본 집행 전 단계에서 한 번 더 합의로 인도를 유도해 낼 수 있다면 지루한 분쟁을 조기 종결할 수 있다.
분쟁 현장에서는 ‘명도소송=끝장 승부’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협상 지렛대 역할이 더 크다. 소장을 받은 임차인이 집행 리스크를 체감하면 권리금 회수나 이사비 문제에서 현실적 합의를 선택한다. 따라서 임대인은 소장 접수 사실을 즉시 알리고, 임차인은 답변서 기한 내에 구체적 상환 일정을 제시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법적 절차를 무시한 독촉이나 전기·수도 차단은 형사책임 및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져 오히려 명도소송 전략을 흔든다. 쌍방의 의무와 권리를 명확히 알고 단계별 대응을 구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 변호사·공인중개사 협업이 분쟁 장기화를 막는 열쇠가 된다.
명도소송은 계약해지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필살기다. 해지 통보와 증거 확보, 지연손해금 청구, 집행시 사전 활용까지 단계를 짜임새 있게 설계하면 소송이 아니라 교섭으로 끝낼 수 있다. 소송을 두려워하기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하라. 임대료 상승 국면에서는 임대차 종료 분쟁이 늘어나는 만큼 사전 대응이 곧 투자 수익률을 지키는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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