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본 리뷰에는 작품 내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인간은 얼마나 선하고 악한가. 456억의 상금을 건 생존게임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남은 것은 누군가의 화려한 성공기나 부유한 삶이 아니다. 인간성의 대결이라는 깊은 주제를 품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오징어 게임' 시즌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만 '기훈'(이정재)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 2021년 첫 공개된 시즌1을 시작으로 K-콘텐츠의 자부심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시즌3는 반란의 실패로 큰 상실과 죄책감에 빠진 기훈이 마지막 게임에 다시 뛰어들면서 전개된다. 많은 이들의 잔혹한 죽음 뒤 게임이 재개되는 만큼, 참가자들의 인간성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어떤 이는 악하기에 살아남으나, 누군가는 선하기에 희생된다. 나약함이 남을 짓밟게 하지만, 강인함은 자신을 희생하는 용기로 발현된다.
게임을 주최한 VIP들은 이 처절한 생존기를 오락거리로 삼으며 잔인한 쾌락을 누린다. 그렇게 456억 원의 상금을 건 이 게임은 단순한 생존 경쟁을 넘어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인간의 복합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연신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에서 주요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몫을 다한다. 준희(조유리)의 모성애는 다소 뻔하지만, 인간에 대한 깊은 불신과 믿음만은 강렬하다. '금자'(강애심)와 '용식'(양동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다운 선택을 하고, 이타적인 현주(박성훈) 역시 그렇다.
반면 '명기'(임시완)는 결국 자신만을 위해 몸부림치고, '정대'(송영창)는 끝없이 탐욕을 좇는다. '남규'(노재원)와 '민수'(이다윗)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끝내 똑같이 무너진다.
다만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주요 캐릭터들의 무의미한 생존이나 모든 삶을 일일이 조명하지 않은 점은 깔끔하다. 하지만 그들이 단지 자신의 쓸모를 다하기 위해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인상을 준다. 내면적 갈등과 깊은 고뇌,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이 자연스레 납득되기보다는 억지로 메꿔지는 느낌이다. 특히 죽음이 서사를 완성하는 마침표로 작용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그 때문에 시즌2부터 급격히 늘어난 캐릭터 구성을 곱씹게 된다. 두 시즌에 걸쳐도 충분히 털어내지 못한 것은 분명 독이다. 욕심껏 펼쳐놓은 서사들이 단순한 수단으로 전락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가며 '경석'(이진욱)을 살리려는 '노을'(박규영)이 그 정점이다. 시즌1부터 함께한 '준호'(위하준)의 활용도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여기에 일부 캐릭터, 예컨대 '용궁 선녀'(채국희)는 현대 한국에서 진행되는 생존게임에 임하는 무당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존재 의도가 불분명하다. 끝내 작품의 톤과 어울리지 않아 무게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오징어 게임' 시즌3이지만 게임들은 다소 아쉽다. 시즌1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시리즈의 상징인 마스코트 '영희'를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달고나'와 '공기놀이'도 스케일은 작지만 오히려 그 점을 효과적으로 살렸다. 시즌2에서는 다채로운 미니게임의 '5인 6각'과 배신과 심리전이 얽힌 '둥글게 둥글게'가 있었다. 독창적이고 긴장감이 넘쳐 몰입감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시즌3의 게임들은 참가자들을 줄이기 위한 수단처럼 보인다. 빨강과 파랑 조끼를 나눠 입고 벌이는 '술래잡기'는 결국 죽고 죽이는 싸움이다. 일찌감치 정체가 드러난 '단체 줄넘기'에는 '영희'의 짝꿍 '철수'가 등장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오히려 높은 곳에서 진행되고 탈락자가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시즌1의 '징검다리 건너기'의 반복으로 보인다. 마지막 '오징어 게임' 역시 인물 간 긴장감은 짜릿하지만, '게임' 자체로서의 재미는 아쉽다.
그럼에도 시즌3의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다. 시청자들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 역시 묵직하다. 죽음과 희생, 배신가 연대가 뒤엉키며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고 낯부끄럽게 파헤친다. 선하고 이타적인 이들도, 추잡하고 비틀린 이들도 모두 잔혹한 게임에서 희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이들이 존재하고 그들 덕분에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한다.
그 무엇보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흥행한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이 '구질구질'하지 않아 좋다. 그간 얼마나 많은 시리즈들이 다음을 기대하고 암시하며 지진부진 이야기를 망쳐갔나.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이야기도 캐릭터도 끌고 갈 수 있었을 테지만, 안정적인 피날레를 맞았다. 살짝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일단은 세 시즌만으로 완결성 있게 다듬으며 마침표를 찍은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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