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주식 담보 대출' 경고등 켜진 K-화학…'석유화학 특별법' 힘 받을까

마이데일리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석유화학 업계를 덮친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에 중동발 위기까지 겹치면서 벼랑끝에 몰린 석유화학 업계는 비주력 사업 매각을 통해 자산 경량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석유화학 업계의 재편 속도가 오를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합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장기화된 석유화학 시장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경쟁사와의 빅딜에 나서는 것이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충남 서산시의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 분해시설(NCC) 설비를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두 회사는 HD현대 자회사인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 롯데케미칼이 지분 40%를 보유한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통해 대산단지 내 관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HD현대케미칼은 연간 85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를 보유 중이다. 양사가 대산단지 내 설비를 통합할 경우 HD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의 설비를 넘겨받고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양사가 설비 통합을 논의하는 이유는 중국발 과잉 공급 및 수요 감소 등으로 장기불황이 이어지자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선 설비 통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량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이 시황에 관계 없이 석유화학 제품 증설을 단행하면서 롯데케미칼, HD현대케미칼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각각 1266억원, 118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이 석유화학 시설을 인수·합병을 통한 수평적 통합 운영 방안 검토에 나선 이유다.

롯데케미칼은 수처리 사업 매각에도 나선 상황이다. 수처리 분리막 기술은 수중 오염물질을 여과하는 수처리 핵심 기술로, 롯데케미칼은 사업 모델 다각화를 위해 2015년 삼성SDI로부터 수처리 분리막 기술을 인수하고 관련 분야를 신사업으로 키워왔다. 하지만 업황 부진이 이어지자 롯데케미칼은 과감히 비핵심 사업 정리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화학도 비슷한 상황이다. LG화학 역시 첨단소재사업 본부 내 수처리 필터 사업을 사모펀드인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에 1조4000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비핵심 사업을 처분하고 사업구조 개편과 자산 경량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휴자산 및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면서 위기에 대응했던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사업 매각, 주가주식스왑(PRS) 등으로 현금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PRS는 통상 일반 공모 회사채 대비 1~2% 포인트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특정 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손익을 정산하는 일종의 금융 파생거래다. 궁여지책으로 택한 PRS가 일시적인 건전성 개선 효과는 있지만 사실상 빚이기에 추후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자에게 차액을 전액 보장해야해 더 큰 재무 리스크로 돌아온다.

문제는 동북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의 불황이 2030년까지 장기화될 것이라는 부정적 업황 전망 보고가 나와 2분기 실적전망도 마냥 밝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빅딜'을 계기로 석유화학 산업 재편의 물꼬가 틀 지 기대하는 한편 버티기 만으로는 업황 반등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업계의 화두는 '생존'이 아닌 '전환'으로, 수익성 있는 제품 경쟁력 확보를 통한 산업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는 결국 이재명 정부의 구조조정 및 지원 방침이 담긴 특별법 제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석유화학 경쟁력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공약했던 만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내 석유화학업계 고강도 사업 재편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업계 자율 컨설팅을 토대로 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방안 후속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 구체적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지원책 논의에 나서고 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자원에 관한 특별법안'(석유화학 특별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의 주요 골자는 ▲사업 재편을 위한 시설투자나 R&D ▲M&A 를 수행하는 석유화학기업에 세액공제와 과세이연 등 석유화학산업 사업 재편 촉진을 위한 보조금 지원 등이다. 이 밖에 석유화학 핵심전략기술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전문 인력 양성 지원과 사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여수 등 석유화학산업 지역의 지역경제를 지원하도록 하는 규정 방안도 담았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산업 재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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