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정신과 처방약을 복용한 채 다른 사람의 차량을 운전하다 입건된 방송인 이경규 씨의 영상이 공개되며 '약물운전'의 심각성과 제도적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씨는 이틀 전인 2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소환돼 경찰 조사를 마치고 이후 취재진을 만나 "공황장애 약을 먹고 몸이 아팠을 때는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제가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오후 이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서 본인 차량과 같은 차종의 다른 차량을 몰고 인근 사무실까지 이동했다가 절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음주 측정과 약물 간이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음주 사실은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약물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논란이 됐다.
관련해 이씨 측은 "10년째 복용 중인 공황장애 치료약 성분, 즉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한 약물이 간이검사에서 검출된 것일 뿐"이라면서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25일 MBN이 공개한 당시 정황이 담긴 CCTV 영상 속에서 이씨는 입건 전에도 여러 차례 사고를 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씨는 한 골목길에서 주차된 버스를 받아 작은 추돌사고를 내고, 차에서 내려 차도를 비틀거리며 걸었다. 이로 인해 뒤에 오던 차량 두 대가 이씨를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는 일도 발생했다. 주유소 세차장에서는 '후진하라'는 직원 손짓에도 반대로 벽으로 향했다. 이후 병원 진료를 마치고 나온 후에도 이씨는 자신이 차를 댄 곳과 20m 떨어진 곳의 다른 차량을 타고 떠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 "검출된 성분이 운전 능력에 영향을 줬는지,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한 상태였는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처방약 복용 후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는 반복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한 운전면허 취소 건수는 2015년 53건에서 2024년 134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도로교통법 제45조에서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을 경우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에 의해 이러한 상태로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사망사고 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신과 약물 복용자 전체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불필요한 오해 확산"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신과 치료를 주저하게 만들까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처방약이라도 운전 능력에 영향을 준다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 개선과, '운전 가능 상태'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과 안내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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