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진짜 마지막이다"
두산 베어스 박신지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 간 시즌 6차전 홈 맞대결에 구원 등판해 3이닝 동안 투구수 37구,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이날 박신지가 마운드에 오른 것은 3회초 1B-1S 정준재의 타석에서였다. 2군에서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선발 최원준이 투구 도중 오른손 중지 피부가 벗겨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급하게 몸을 푼 뒤 마운드에 올랐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던 등판에 몸 풀 시간조차 많지 않았던 박신지는 첫 타자 정준재에게 연거푸 볼을 던지며 볼넷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후속타자 조형우를 상대로 2루수 땅볼을 유도, 선행 주자를 지워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손에 쥔 박신지는 이어나온 최지훈을 중견수 뜬공, 기예르모 에레디아까지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에 두산 타선은 3회말 공격에서 SSG '에이스' 미치 화이트를 공략하는데 성공하며, 박신지에게 3점을 지원했다.
이에 힘을 받은 박신지는 4회초 최정을 1루수 파울플라이, 한유섬을 3구 삼진, 고명준을 6구 승부 끝에 삼진 처리하며 삼자범퇴를 마크했다. 그리고 5-0으로 앞선 5회초 선두타자 최준우를 2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이후 박성한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다시 만난 정준재를 중견수 뜬공으로 묶어낸 박신지는 조형우에게 좌익수 방면에 2루타를 맞았으나, 1루 주자였던 박성한이 3루 베이스를 돈 후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 태그 아웃으로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박신지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자, 두산은 6회초 최지강을 투입하며 본격 승기 굳히기에 나섰다. 그리고 행운까지 따랐다. 6회말 두산의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고, 약 1시간의 가까운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비가 멈추지 않고 내리자, 심판진은 6회 강우콜드를 선언했다. 이에 박신지는 지난 2022년 5월 12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무려 1139일 만에 감격의 승리를 맛보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 오랜만에 취재진과 만난 박신지는 '그 시점에 등판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말에 "(최)원준이 형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등판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하고 있었다. 처음엔 급하게 나가다 보니 몸이 덜 풀린 것도 있었다. 제구를 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잘 못 잡았던 것 같다. 몸이 안 풀렸던 여파는 아니었다. 이런 경우는 잘 없지만, 아무래도 불펜 투수는 급하게 나가야 하는 상황이 많으니, 그런 점도 많이 연습을 해왔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웠지만, 어떤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을까. 박신지는 "길게 던져야 되긴 했지만, 내 바로 앞에 있는 타자만 막는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이럴 때 나가서 던지는 게 내 역할이다. 당황스럽긴 해도, 내 역할을 다해야 되기 때문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일단 승리를 했다는 것이 팀을 이기게 도와줬다는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팀 승리에 도움이 안 됐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승리를 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신지는 지난 2018년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지명 순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두산이 정말 큰 기대를 걸었던 선수. 하지만 데뷔 첫 시즌 17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한 이후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으나,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를 소화하진 못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2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2.32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는 "가장 큰 것은 폼을 바꿨다는 것이다. 작년에 부상을 당했을 때 폼을 많이 바꿨고, 겨울에는 (이)영하 형과 일본 미니캠프에서도 열심히 준비를 했던 것이 잘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신지는 오직 기량 향상을 위해 2군에서 바이오 메카닉을 활용해 폼에 변화를 준 것이 최고의 시즌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동안 폼을 바꾸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긴 시간 활약을 하지 못했고, 다치기도 했었던 만큼 '진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폼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바이오 메카닉이 어디가 좋고, 안 좋은지 수치로 나온다. 덕분에 객관적으로 내가 부족한 점, 살려나가야 할 강점을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너무 오랜기간 실패만 경험했던 박신지에게 올해의 성공들은 분명 자신감이 되고 있다. 이날 승리의 효과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 그는 "시즌 초반부터 좋은 결과를 내면서 '내가 열심히 준비했구나. 준비한게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자신감을 갖고 던지고 있다"며 "지금은 보직보다는 막아야 할 때, 팀이 나를 마운드에 올리고 싶어할 때 나가서 '올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던지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취재진과 인터뷰가 끝난 뒤 박신지는 이영하, 박치국 등 동료들로부터 물폭탄 세례를 맞으며 1139일 만의 승리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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