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2025년, 일본의 TV 시장은 외관상 여전히 다채로운 브랜드가 경쟁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일본산 TV’는 거의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도시바, 샤프, 파나소닉 등 과거 일본을 대표하던 브랜드들은 이제 대부분 외국계 자본에 인수되었거나 매각을 추진 중이며, 자본과 기술, 생산을 모두 일본이 보유한 ‘진짜 일본 TV’는 소니(Sony) 하나뿐이라는 사실이다.
80~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명실공히 ‘가전왕국’이었다. 당시 전 세계 TV 시장은 일본 브랜드들이 장악했고, 일본 내수시장 역시 자국 브랜드 일색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원가 경쟁력 약화, 스마트화 대응 지연, 글로벌 전략 실패가 겹치면서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BCN 랭킹 및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일본 TV 시장은 중국계 브랜드의 약진 속에서 소니, 파나소닉 등 전통 일본 브랜드의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 수치는 단순히 판매량만을 보여주지만, 소유 구조를 고려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도시바 TV 브랜드 ‘Regza’는 2018년 중국 하이센스(Hisense)가 인수했으며, 샤프는 2016년 대만의 폭스콘(Foxconn)에 넘어갔다. 파나소닉은 2025년 현재 TV 사업 매각을 공식적으로 검토 중이며, 인수 협상을 위한 기업 물색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이 가운데 자본, 기술, 생산까지 일본이 직접 통제하는 브랜드는 오직 소니(Sony)뿐이다. 소니는 OLED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며 일본 시장에서 9.6%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과거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전통 브랜드들이 모두 외국계로 넘어간 현재, 소니는 사실상 유일한 일본 TV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의 LG전자가 일본 시장에서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선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LG는 OLED 패널의 원천 기술 보유와 고급 화질 엔진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고 있으며, 일본 소비자 사이에서도 ‘고화질 전문 브랜드’라는 인식을 쌓아가고 있다.
현재 LG의 일본 내 점유율은 약 10%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Hisense, TCL 등 중국계 보급형 브랜드와는 전략적으로 다른 포지셔닝이다. 특히 대형 OLED TV나 4K 고급형 모델에서는 소니와 직접 경쟁하는 몇 안 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 TV 시장은 외형상 자국 브랜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중국 브랜드가 50% 이상을 장악한 상태이며, LG를 포함한 외국계 프리미엄 브랜드가 나머지 공간을 메우고 있다. 이 와중에 일본은 이제 ‘생산국’이 아니라 ‘소비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소니를 제외한 자국 브랜드는 정체성마저 흐릿해지고 있다.
일본이 과거에 누렸던 가전 기술의 우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소니만이 ‘일본 기술력’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혼자의 힘으로 시장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LG는 그 틈새를 공략하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고, 중국 브랜드들은 빠른 기술 전환과 가격 경쟁력으로 일본 소비자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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