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K(034730)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19일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총회에서 '사회적 가치 거래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행사 개회식에서 최태원 회장은 SK의 사회성과인센티브 경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과 사회적 기업 간의 협력, 사회문제 해결 성과에 보상하는 새로운 시장 시스템을 제안했다.
또 개회식에서는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과 사회적가치연구원(이사장 최태원)의 공동 보고서 '가치의 재정의: 성과기반금융에서 사회적 가치 거래로'가 발표됐다. 이는 세계 최초로 주류 경제를 대상으로 사회적 가치 거래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제안하는 보고서다.
최태원 회장은 "선한 의지만 있다고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성과를 화폐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고 세제혜택 등 금전적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기업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거래 가능한 가치로 파악할 수 있다면, 시장 시스템은 더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다"며 "이윤 창출과 사회혁신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발간된 보고서가 이러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은 보고서의 공동서문을 통해 이런 방식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근본을 재구상하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3년 세계경제포럼에서 SPC(Social Progress Credits)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사회문제 해결 성과에 기반한 금융지원' 방법을 의미한다. 이후 SK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약 10년간 한국의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측정하고 현금 인센티브를 주는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0년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은 500여곳, 이 기업들이 창출한 사회문제 해결 성과는 약 5000억원, 이 기업들에게 SK가 보상으로 지급한 인센티브는 약 700억원이다.
또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성과를 발표하면서 세계 최초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성과기반금융'을 주제로 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를 더 발전시켜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총회에서 발표한 것이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의 '사회적 가치 거래(Tradeable Impact)'는 긍정적인 사회성과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시급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장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 해당 성과를 화폐적으로 측정하며, 일정 부분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크레딧(Credits)을 제공하고 교환하는 시장 시스템이다.

예를 들면, 정부는 사회문제를 해결한 기업에 대해 직접 보상하거나 세액공제·세액공제권 거래제도를 지원할 수 있고, 기업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사회문제 해결 요소를 넣고 성과에 따라 경제적 보상을 받아서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그런 기업의 성과를 시장 가치로 인정하고 사고 팔 수도 있고 금융상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사회적 가치로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 세출을 줄일 수 있고 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은 사회문제 해결에 자원을 투입하면서도 기업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시장에서 그 성과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수익을 찾아낼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후생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당 제안은 약 20여년간 기업-사회혁신-정부 부문 간 협력을 주제로 하는 슈왑재단 총회에서 발표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는 설명이다. 슈왑재단은 세계경제포럼이 1998년에 설립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사회혁신 네트워크로 평가된다.
슈왑재단은 작년 기준 전 세계 10만명 이상의 사회적 기업가를 지원하는 120개 이상의 기관 회원과 약 500명의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기업가·사회혁신가들로 구성돼 있다. 공동설립자는 세계경제포럼 전 회장 클라우즈 슈왑과 힐데 슈왑이다.
재단은 사회혁신이 주류 경제에 통합되도록 지원하며, 민간 영리기업과 사회적 기업 간의 파트너십을 촉진한다. 또 부문 간 협력을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며,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정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주류 경제·정부 공공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사회혁신에 대한 기업의 지지 서약(RISE Ahead Pledge)'이 발표됐는데 첫 번째 서명그룹으로 △SK △마이크로소프트 △SAP △EY △딜로이트 △이케아 등이 참여했다.
슈왑재단 총회가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회식은 힐데 슈왑 이사장의 인사로 시작됐다. 2001년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경제포럼 본부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다양한 장소에서 글로벌 총회를 진행했는데, 한국(서울)이 아시아 최초 개최지로 선정된 것이다.
총회가 진행되는 2박3일 동안 슈왑재단이 사전에 엄선해 초청한 글로벌 사회혁신가 200여명과 한국 사회적 기업가 약 50명이 크고 작은 세미나와 워크샵에 참여한다.
첫째 날에는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 ERT가 참여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이 개최된다. Bayer, Deloitte, Google, Mastercard, SAP, Tencent 등 약 15개 글로벌 기업과 SK, CJ 등 약 5개 국내 기업이 참여한다. 자선이나 기부에서 벗어나 사회문제 해결을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한국의 사회혁신 생태계를 통한 학습과 교훈'을 주제로 한국 사회혁신 생태계를 대표하는 기관인 사회적가치연구원, 루트임팩트, 아산나눔재단의 마루, 현대차정몽구재단의 온드림소사이어티 등에서 개별 프로그램도 이뤄진다.
슈왑재단 총회의 한국 개최와 최태원 회장의 제안은 단순한 물리적 만남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 생태계의 성장에 대한 축하, 글로벌 경제사회적 난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자리로 볼 수 있다는 것. 인간의 가치 있는 활동에 대한 재정의이자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논의된 자리였다.
프랑수아 보니치 슈왑재단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은 지난 10여년간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강력한 지원으로 사회적 기업 생태계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며 "이번 슈왑재단 총회는 대한민국의 이러한 노력과 경험에 대한 글로벌 학습의 장이 될 것이라는 차원에서 서울에서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는 "국제사회에서 이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성과 기반 보상 방식을 채택한 사례가 많다. UN, World Bank 등 국제기구뿐 아니라 UBS, 펩시 등 글로벌 기업들도 도입했다"며 "그 중에서도 SK가 지난 10년간 운영해 온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젝트는 민간 기업이 최초로 시도한 성과기반보상제도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야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소위 말해, 한국에 이런 혁신적이고 큰 규모의 도전이 있었냐는 등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히 측정과 보상을 넘어서, 사회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투자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 연구와 실증이 이제 막 시작됐다. 더 많은 기관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적 혁신도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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