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후배들은 자리 잡아가는데…'위축'도 됐던 155km 좌완 파이어볼러, 그래도 '가능성'을 던졌다 [MD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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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홍민기./롯데 자이언츠롯데 자이언츠 홍민기./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위축이 되기도 했고,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했다"

롯데 자이언츠 홍민기는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팀 간 시즌 9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투구수 61구,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연패 탈출의 선봉장에 섰다.

150km 초·중반의 빠른 공이 최대 강점인 홍민기는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홍민기의 1군 등판은 고작 6경기에 불과했다. 뭘 하려고 하면 부상이 찾아오면서, 늘 홍민기의 발목을 붙잡아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난해부터 조금씩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는 점은 긍정 요소였고, 18일 선발 등판의 기회가 찾아왔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에 앞서 홍민기에 대한 물음에 "2군에서 윤성빈과 가장 좋은 공을 갖고 있던 선수다. 좋은 보고도 올라오는 등 계속 괜찮았다. 원래 (나)균안이가 등판 예정이었는데, 담 비슷한 증세가 와서 순번을 바꾸게 됐다. 그래도 좋은 공을 갖고 있으니, 한 번 볼 것이다. 최소 60구 이상, 4~5이닝을 던져주면 좋을 것 같다"는 부푼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홍민기가 해냈다.

지난해 선발 등판 기회를 받았을 당시에는 2⅔이닝 2실점(2자책)에 그쳤던 홍민기는 이날 경기 시작부터 선두타자 이원석을 상대로 155km 빠른 볼을 위닝샷으로 선택, 삼진을 뽑아냈다. 그리고 안치홍을 유격수 땅볼, 문현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흐름을 탄 홍민기는 2회 김태연에게 첫 피안타를 허용했으나, 실점 없이 한화 타선을 묶어나갔다.

순항은 계속됐다. 3회에는 선두타자 최재훈을 유격수 직선타 처리한 뒤 하주석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원석과 안치홍을 차례로 돌려세웠고, 4회에는 노시환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이닝을 매듭지으며 '승리 요건'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갔다. 특히 4회말 공격 종료 시점에서 타선은 홍민기에게 무려 6점이라는 지원을 안겼다.

롯데 자이언츠 홍민기./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프로 데뷔 첫 승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홍민기는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이도윤과 최재훈에게 연속 안타를 맞게 되면서 무사 2, 3루의 위기에 몰렸고, 여기서 롯데 벤치가 교체를 선택했다. 승리 요건을 눈앞에 두 상황에서의 교체는 분명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날 사직구장 1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은 기대 이상의 투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홍민기를 향해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갈채를 뵀다.

그리고 롯데 불펜진은 최소 실점으로 위기를 막아냈다. 먼저 마운드에 오른 정현수가 아웃카운트와 1개와 1점을 맞바꿨고, 이어 나온 김강현이 1사 3루에서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실점 없이 막아냈다. 덕분에 홍민기는 4이닝 1실점(1자책)으로 시즌 첫 선발 등판을 훌륭하게 마무리했고, 김태형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홍민기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유망주'의 호투에 함박미소를 지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홍민기. 데뷔 이후 1군 무대에서 가장 좋은 투구를 펼치고 있었던 만큼 5회를 끝까지 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는 '5회까지 던지고 싶지 않았나'라는 물음에 "너무 많았다. 너무 많았어서 (5회에) 그렇게 된 것 같다. 너무 욕심이 생기더라. (박재엽이 홈런을 쳤을 때) 되게 좋아했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기 때문에 같이 환호하진 못했는데, 속으론 너무 좋아하고 있었다. 그때 승리 투수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아쉬운 마음을 애써 감췄다.

그래도 이날 승리만 수확하지 못했지, 홍민기의 투구는 분명 깊은 인상을 남겼다. 155km 빠른 볼을 던지면서도 제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줬고, 1군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홍민기는 "그동안 제구 쪽으로 많이 준비를 했고, 구속은 따라온 것 같다. 제구가 잡히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그러면서 구속도 조금씩 올라간 것 같다"며 "원래 내 투구 동작이 크로스 스탠드였는데, 2군 코치님들께 그걸 많이 막아주시면서 제구에 도움이 됐다"고 그간의 노력을 밝혔다.

롯데 자이언츠 홍민기./부산 = 박승환 기자롯데 자이언츠 홍민기./롯데 자이언츠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아직도 1군 무대에서 승리, 홀드, 세이브조차 수확하지 못하는 사이 후배들은 1군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홍민기도 조바심을 많이 느꼈다. '박세웅 공백을 메워야 된다는 부담은 없었느냐'는 말에 "부담감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박)세웅이 형이 다시 돌아올 걸 알기 때문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조금 더 보여줘야 된다는 욕심이 많았다. 그리고 (정)현수와 (송)재영이가 너무 잘하다 보니, 한편으로 위축이 되기도 했다. 또 그걸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2군에서 준비를 많이 했다. 코치님들도, 선배님들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그 덕분에 조금 더 자신감을 얻은 상태로 들어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2군보다는 오늘 구위가 좋았다. 관중들도 많다 보니, 아드레날린이 올라왔었다. 다만 3월 퓨처스에서 선발을 할 때 이후로는 다 중간으로만 나가서 체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최종 목표는 선발이다. 오늘 긴 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내 기량의 80% 이상은 보여준 것 같다. 앞으로도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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