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 대선 패배 이후 당내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론을 두고 당내 이견이 엇갈리며 공전하는 모양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후보 강제 교체 당무감사’ 등 당내 주류를 정조준한 5대 개혁안을 내세우며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가부를 평가받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송언석 원내대표는 혁신위를 통해 쇄신을 꾀하겠다며 김 비대위원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30일 끝난다. 비대위원들은 대선 패배 이후 총사퇴 상태로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를 열지 못해 의결권도 상실한 상황이다. ‘전 당원 투표’에 자신의 사퇴까지 걸었지만 송 원내대표는 사실상 이를 거부해 5대 개혁안은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김용태, ‘개혁안 전 당원 투표’ vs 송언석, ‘혁신위서 쇄신’
김 비대위원장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혁신위를 비대위 산하가 아닌 ‘원내 기구’로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사전 교감이 있었냐는 취지의 질문에 “비대위원장도 혁신 의지가 강하고 또 새로 뽑힌 원내대표도 혁신 의지가 강하다면 즉시 개혁안 실행하면 되는데 혁신위를 통해 공전시키겠다는 건 많은 시민에게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혁신 의지가 있는 원내대표의 생각을 존중하지만 제가 비대위원장으로 있는 공간에는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당원의 의지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의 시민들과 소통하며 듣는 얘기 중 하나가 ‘국민의힘 해체하라’는 말이다.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중도 보수로 애정이 있는 분들이 국민의힘에 실망했다는 점을 돌려 말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혁신위라는 것이 실망한 중도 보수층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많은 의원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전날 의원 간담회에서 당원 여론조사가 ‘족쇄’가 될 수 있다며 개혁의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는 데 대해 “중요한 사안에 대해 당원들의 의사를 묻고 이런 총의를 모아가는 과정이 당론 제도화의 틀을 갖춰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당원민주주의의 시작점 될 수 있다.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전날(17일) 오후 초‧재선 간담회를 진행한 데 이어 이날 오전 국회에서 3선,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각각 간담회를 열고 전당대회 개최를 비롯해 혁신위원회 구성, 김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어제 오후와 이날 오전을 통해 선수별 모임을 마쳤다. 많은 의원님이 조기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전당대회를 조기에 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준비 과정과 날짜를 정하는 모든 것이 최고위의 의결사항인데 지금 비대위원장을 제외하고 비대위원이 공석이라 다소 정치적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날짜를 바로 정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실무적으로 최대한 빨리할 수 있는 날짜가 언제인지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열릴 수 없자 의결을 통하지 않고 ‘정치적 의사 결정’을 통해 원내대표 측에서 전당대회 일정을 정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송 원내대표는 선수별 간담회에서 ‘혁신위 출범’에 찬성한 의원들이 많았다며 ‘혁신위 조기 착수’도 거론했다. 그는 “김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안을 포함해 당내 혁신, 원내 운영 과정에서 변화와 쇄신이 필요한 부분을 모아서 혁신위원회를 조기에 착수할 수 있도록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내 혁신위를 구성해 김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5대 개혁안을 포함해 다루겠다고 했지만 김 비대위원장이 띄운 ‘당원 여론조사’는 “성급하다”고 평가했다. 송 원내대표는 ‘당원 여론조사는 안 하냐’는 질문에 “안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의원들 견해가 갈리는 데 여론조사 그 자체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있고 한 번쯤 해볼 만 하다는 의견이 있다. 결론을 당장 내리기는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결론을 낼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현재 혁신위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을 포함해 혁신안을 논의하자는 의원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당원 여론조사를 시행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의 혁신안 논의를 중단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데 대해 그는 “(논의를) 공전시키는 게 아니라 당의 쇄신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김 비대위원장의 고뇌에 찬 제안에 대해 이것을 좀 더 다듬고 발전시키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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