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군만마' 얻은 이정후의 SF…하지만 BOS 향해 쏟아지는 비판, 美 언론 "제 얼굴에 침 뱉기"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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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데버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한다./MLB SNS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의 라파엘 데버스./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제 얼굴에 침을 뱉은 셈"

미국 'MLB.com' 등 현지 복수 언론은 16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트레이드 소식을 전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라고 표현할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움직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트레이드는 샌프란시스코가 보스턴의 '간판타자' 라파엘 데버스를 데려오는 대가로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조던 힉스와 '특급유망주' 출신의 카일 해리슨,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 제임스 팁스 3세, 우완 투수 호세 베요를 내준 것이다. 핵심은 데버스가 보스턴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하게 됐다는 것이다.

데버스는 지난 2017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뷔해 세 번의 올스타(2021, 2022, 2024)와 두 번의 실버슬러거(2021, 2023)를 수상, 2018년에는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린 간판타자였다. 특히 2023시즌에 앞서 보스턴은 데버스와 11년 3억 1500만 달러(약 4284억원)의 연장계약까지 안길 정도로 데버스를 '핵심' 자원으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사이는 급격하게 틀어졌다. 이유는 포지션 이동 때문. 데버스는 데뷔 이후 줄곧 보스턴의 '핫코너' 3루수를 맡아왔는데, 올 시즌에 앞서 보스턴이 3년 1억 2000만 달러(약 1632억원)의 계약을 통해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을 영입하게 되자, 데버스에게 지명타자로 이동을 요구했다. 이에 데버스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지만, 이내 보스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두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특급유망주' 출신의 트리스탄 카사스가 무릎 부상으로 인해 시즌 아웃되자, 이번에는 보스턴이 데버스에게 1루수를 맡아달라고 했다. 여기서 그동안 쌓여왔던 데버스의 불만이 폭발했다. '주 포지션'을 포기하고 지명타자로 뛰어달라는 요청에도 기분 나빠했는데, 보스턴이 다시 한번 데버스에게 포지션 변경을 요구하면서, 자존심을 제대로 긁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의 라파엘 데버스./게티이미지코리아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의 라파엘 데버스./게티이미지코리아

당시 데버스는 'MLB.com' 등과 인터뷰에서 "나는 내가 야구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든 포지션을 다 뛸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스프링캠프에서 구단은 내게 글러브를 넣어두라고 했다. 지명타자 외에는 다른 포지션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데 지금 와서 다른 포지션을 해달라는 것은 적절한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데버스는 크레이그 브레슬로우 단장을 향해서는 "내게 무슨 불만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브레슬로우도 야구 선수였지 않나"라며 "포지션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포지션 이동에 대한 이야기가 보도되지 않으면서, 보스턴과 데버스의 갈등은 매듭이 지어지는 듯했는데, 보스턴이 16일 핵폭탄을 터뜨렸다.

힉스와 해리슨이라는 즉시 전력 두 명과 유망주 두 명를 내주고, 데버스의 남은 계약 8년 2억 3500만 달러(약 3196억원)를 떠안으면서 데버스를 데려왔지만,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현지 언론의 보도는 많지 않다. 2억 3500만 달러가 향후 샌프란시스코의 구단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과 '슈퍼스타'의 영입으로 인해 샌프란시스코가 단숨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왕좌'를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전력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전부다.

반면 보스턴을 향해서는 엄청난 비판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MLB.com'은 "알렉스 코라 감독의 책임감이 커졌다"며 "이 구단의 프런트는 언제든지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코라 감독은 클럽하우스를 안정시키고, 조직의 얼굴 역할을 하며, 성적도 내야 한다. 그것도 팀의 최고 타자 없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보스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데버스의 트레이드를 통해 아까니 2억 3500만 달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지금까지 브레슬로우 단장이 보여준 행보를 보면, 그들이 돈을 잘 쓸 것이라고 믿기 힘들다. 이 복잡한 이별은 오랫동안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그것도 뉴욕 양키스와 3연전을 스윕하고, 5연승을 달린 직후 벌어진 일"이라며 "굳이 이 타이밍에 일을 벌였어야 했나. 보스턴은 지금 당장 데버스를 떠나보내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원래 수비 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도 않은 데버스에게 새로운 포지션을 맡기려 한 것은 구단이 데버스를 '팀을 위하지 않는 선수'로 만든 것"이라며 "상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팀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3억 달러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외면했다는 이유로 보스턴은 데버스를 보내는 걸 정당화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결코 '조직 운영의 모범사례'라고 할 수는 없다. 보스턴이 제 얼굴에 침을 뱉은 셈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라파엘 데버스./게티이미지코리아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의 라파엘 데버스./게티이미지코리아

보스턴 지역지 '매스라이브 닷컴'도 화가 단단히 났다. 매체는 "가장 잘 나가던 순간, 데버스의 트레이드는 충격적이었다.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보스턴은 현재 포스트시즌 경쟁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팀의 최고 선수를, 당장 전력을 약화시키는 의문스러운 행동을 했다"며 "데버스는 승리에 헌신하지 않는 것처럼 비쳐졌고, 유치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은 건 아니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서로 자존심을 세우면서 상황을 봉합할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계속해서 '매스라이브 닷컴'은 "데버스는 보스턴 수뇌부에 불만이 있었지만, 트레이드를 요구하진 않았다. 다만 받아들일 준비는 돼 있었다. 데버스는 팀에 불만이 있어도 여전히 잘 치고 있었다"며 "결국 또 한 명의 스타가 보스턴을 떠났다. 이유는 매번 달랐지만, 결말은 늘 씁쓸했다. 데버스는 무키 베츠, 잰더 보가츠, 모 본, 로저 클레멘스, 웨이드 보그스, 아드리안 곤살레스, 조니 데이먼, 커트 실링, 데이비드 프라이스 등과 같은 길을 걷게 됐다"고 맹비난했다.

지금 당장 트레이드의 성·패를 논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이 보스턴의 행보를 꼬집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배경은 포지션 이동을 둘러싼 불화다. 데버스는 이날 양키스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터뜨리고 팀을 승리로 이끈 뒤 "우리는 좋은 야구를 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도 승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미래 지향적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보스턴 입장에서 데버스는 눈엣가시였던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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