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한국 시장에 상륙했던 일본 최대 홈퍼니싱 기업 니토리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에 발을 내대딘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공격적인 매장 확대 행보가 주춤해진 모습이다. 경기침체 여파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야심찬 계획을 실현해나갈 수 있을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2년도 안 됐는데… ‘1호점’ 이어 연이은 폐점
니토리는 일본 최대 홈퍼니싱 기업으로 ‘일본의 이케아’라 불린다. 일본 내에서는 이케아에 맞선 ‘토종기업’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고, 수년 전부터는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가격 이상의 가치’를 모토로 원재료 조달부터 제품 관리, 제조, 물류, 판매 등을 직접 통합 관리하는 SPA방식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니토리가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 건 2023년 11월이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이마트 하월곡점에 국내 1호 매장의 문을 열었다. 이어 이듬해 상반기에만 3개의 매장을 늘렸고, 하반기에도 2개의 매장을 추가 오픈했다.
이 같은 니토리의 행보는 이케아와 비교되며 더욱 주목을 끌었다. 2014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케아는 당초 발표했던 계획에 비해 매장 확대가 더뎠을 뿐 아니라, 실적 성장세 또한 꺾인 상태였다. 대형마트 건물에 입점하는 방식의 중·소형 매장이긴 해도 1년 새 6호점까지 늘린 니토리의 행보는 이와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매장 수 뿐 아니라 접근성 측면에서도 도심 외곽의 대형매장을 고수해온 이케아와 상반되는 전략이었다. 이에 니토리가 이케아의 아성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니토리의 공격적인 행보는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주춤해졌다. 니토리는 지난 3월 말을 기해 하월곡점을 폐점했다. 국내 1호라는 상징성이 큰 매장인데, 1년 반도 채 되지 않아 문을 닫게 됐다. 이어 지난달에는 가양점과 금천점을 잇따라 폐점했다. 올해 들어서만 매장 3개가 사라진 것이다.

물론 폐점만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니다. 지난 4월엔 서울 강동구 ‘강동 아이파크 더 리버’에 강동점을 오픈하며 같은 곳에 서울 내 첫 매장을 출점한 이케아와 맞붙었고, 오는 24일엔 청주시 ‘커넥트현대 청주’에 청주점을 오픈한다.
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한국 시장 진출 기간 등을 고려하면 연이은 폐점은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지난해 2월 국내 2호점 오픈 당시 타케다 마사노리 니토리 부회장은 2032년까지 한국에 200개 점포를 오픈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뒤 니토리의 국내 매장 수는 오히려 후퇴한 모습이다.
이를 두고 경기침체 여파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점이 주춤한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홈퍼니싱 시장은 경기 및 부동산 침체에 따른 영향이 큰 분야”라며 “지난해부터 심화된 불황에 따라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에 입점했던 매장이 지난달에만 2개 폐점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입점 매장들을 둘러싼 우려와 혼란이 커진 시기에 폐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현재 운영 중인 니토리 매장 4곳 중 2곳이 홈플러스에 입점해있는 만큼, 홈플러스 사태의 유탄을 맞아 폐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으론 니토리가 한국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 시장 파악과 그에 따른 전략 수정을 폐점 및 신규 출점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가장 최근 오픈한 강동점은 기존과 달리 대형마트가 아닌 곳에 더 작은 규모로 구성됐다. 새롭게 오픈할 예정인 청주점도 대형마트가 아닌 복합쇼핑몰에 입점한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지 2년 사이에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니토리가 성공적인 안착을 이뤄내며 야심찬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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