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내가 강제로 시켰어요. 본인 의사는 1도 없었다.”
NC 다이노스 국대 유격수 김주원(23)은 KBO리그에 몇 안 되는 스위치히터다. 당연히 왼손투수에게 오른쪽 타석, 오른손투수에게 왼쪽 타석에 들어선다. 그런데 지난 14일 창원 KIA 타이거즈전 5회말에 좌완 양현종을 상대할 때 갑자기 좌타석에 등장했다.

1회 2루 땅볼, 3회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이호준 감독은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세 번째 타석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던 김주원을 두고 좌타석에 들어가서 타격할 것을 지시했다. 김주원은 볼카운트 2B2S서 몸쪽으로 낮게 깔리는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김주원은 구단이 대대적으로 밀어주는 3김(김주원, 김형준, 김휘집) 중 한 명이다. 전임감독이 대행 시절부터 9번 유격수로 박아놓고 육성했다. 풀타임 3년차인데, 예상보다 성장세는 더디다. 물론 이호준 감독은 젊은타자들이 갑자기 성적이 팍팍 오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 인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반기에는 전반기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단, 이호준 감독은 김주원이 좀 더 영리하게 야구를 하길 바란다. 양현종을 상대로 올 시즌 6타수 무안타다. 물론 15일 창원 KIA전 포함 최근 10경기서 타율 0.310으로 좋지만 양현종에게 실마리를 못 찾는데 굳이 우타석만 고집하는 김주원이 안타까웠다.
이호준 감독은 15일 경기를 앞두고 “현종이에게 제일 치기 어려운 공이 체인지업이다. 사실 올해 현종이가 왼손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3할6푼8리인가(실제 0.355) 그렇다. 오른손타자들은 2할대인데(0.269) 왼손타자들이 압도적으로 잘 쳤다. 그런데 스위치히터라는 이유로 오른쪽에 들어갔는데 체인지업에 죽 쑤고 있길래 왼쪽에서 쳐보라고 했다”라고 했다.
양현종의 필살기가 우타자 상대 바깥쪽 도망가는 체인지업이다. 피치터널이 포심과 거의 비슷해 우타자들이 알고도 당한다는 게 이호준 감독 설명이다. 이게 현실인데 김주원이 굳이 왼손투수라고 해서 우타석을 고집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김주원은 좌타석에서도 몸쪽으로 들어오는 체인지업에 삼진을 당하긴 했다. 그러나 안 풀리면 뭔가 변화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영리하게 야구하라는 의미다.
또 하나. 이호준 감독은 배터리와의 수 싸움을 애기했다. 체인지업에 삼진을 당할 당시 볼카운트 2B2S서 6구였다. 양현종은 포수 김태군에게 세 차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양현종의 주요 구종은 포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이호준 감독은 “세 번 흔들길래 이건 체인지업이다 싶었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에 흔들면 남은 건 체인지업 하나니까. 그런데 거기에 당하더라”고 했다. 이제 그런 노하우도 좀 터득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김주원은 스위치히터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프란시스코 린도어(뉴욕 메츠)처럼 스위치히터 강타자 유격수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이호준 감독 역시 강제로 스위치히터를 포기 시킬 생각은 없다. 대신 타석에서 스위치히터의 장점을 살리고, 경기운영의 묘를 살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직 경험이 적다고 하지만, 이제 1군에서 통산 492경기에 나갔다. 한 단계 올라설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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