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점·새마을식당 매출 18%↓... 더본코리아 백종원 '신뢰 회복'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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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홍콩반점·새마을식당 매출이 두 달 새 최대 18% 하락했다. 가맹점주는 임대료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본사의 실질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빽햄' 품질 논란과 위생 문제로 브랜드 이미지가 흔들리자, 최근 백종원 대표가 상생위원회 출범, 단독 대표 전환 등 구조 개편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세간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백종원 신화의 시작과 최근 걷잡을 수 없는 추락까지 더본코리아 역사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 '못난이 감자'부터 국정감사 발언까지... 쌓아온 신뢰= 백 대표는 1994년 서울 논현동에 '원조쌈밥집'을 열며 외식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요리사가 아닌 경영자의 관점에서 외식업을 바라본 그는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빽다방' 등 20여개 브랜드를 출시하며 △대중적인 맛 △가성비 △간편한 운영 시스템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2009년 설립한 더본코리아를 통해 브랜드 통합 관리 체계를 갖춘 그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빠르게 장악했다. '복잡한 조리를 줄여 점주가 쉽게 운영할 수 있게 한다'는 그의 철학은 창업자금이 부족한 외식업 초보자와 청년 창업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방송 활동을 통해 '믿고 먹는 백종원', '자영업자의 멘토'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성장에 힘을 보탰다. 특히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 프로그램으로 지역 식재료 소비와 소상공인 지원에 나서며 사회적 신뢰까지 얻었다. 2019년 방송된 <맛남의 광장>에서 백 대표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당시 부회장)에게 전화해 상품성이 떨어진 이른바 못난이 감자 30t의 판매를 요청했고, 이마트 전 지점에서 이를 판매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를 통해 백 대표는 '농가를 돕는 실천형 방송인'으로 다시 한번 소비자들의 신뢰와 호감을 얻었다.

백 대표는 또 2022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창업보다 폐업이 쉬워야 한다"고 발언하며, 자영업자 지원과 외식 산업 구조 개선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하며 신뢰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다.

그 결과 더본코리아는 전국 2600여개 매장과 미국, 일본을 비롯한 총 16개국에 진출해 총 156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2023년 코스피 상장으로 국내 첫 외식 프랜차이즈 상장사가 됐다.

◇ 무너진 신뢰, 소비자 실망으로 번지다= 승승장구를 달리던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에 대한 비판 여론은 지난해 말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작은 햄 선물세트 '빽햄'이었다. 가성비를 내세웠지만 5만원이 넘는 가격 비해 돼지고기 함량이 낮고 맛도 평범하다는 소비자 평가가 이어졌다. 정가 5만1900원에서 45%라는 할인에도 불구하고 "비싸기만 하고 품질은 기대 이하"라는 불만이 쏟아지며 '믿고 먹는 백종원'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뒤이어 백 대표가 참여한 지역 특산물 축제 현장에서 공사용 장비를 그릴로 사용하거나 농약 분무기로 사과즙을 뿌리는 비위생적인 장면이 노출됐다. '덮죽' 제품에는 베트남산 새우를 사용했으면서도 광고에는 '국내산', '자연산'이라고 표기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일련의 사건은 단순 실수가 아닌, 브랜드와 조직 전반의 관리 부실로 인식되며 비판의 강도가 높아졌다.

이렇자 가맹점 매출도 일제히 하락했다.

최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카드사 매출 자료에 따르면, 더본코리아 주요 브랜드는 지난 2월 이후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홍콩반점은 2월 7453만원에서 4월 6072만원으로 18.5% 줄었고, 새마을식당은 같은 기간 9945만원에서 8190만원으로 17.6% 감소했다.

빽다방도 3월 이후 매출액 증가 폭이 줄었다. 전체 가맹점 3월 일평균 매출(4억3876만원)은 전달과 비교해 11.8% 증가했지만, 4월 일평균 매출(4억4692만원)은 3월보다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부 가맹점주는 임대료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더본코리아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백 대표는 방송 활동 중단과 함께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공식 사과했다. 공동대표였던 강석원 이사가 지난 9일 사임하면서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이어 그는 유튜브 채널과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는 방송인이 아닌 경영자로서 역할에 집중하겠다"며 이번 사태를 '제2의 창업'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경영 전략 강화와 점주와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 가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더본코리아 지난해 매출은 4641억512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 늘었다. 영업이익도 360억2391만원으로 전년 대비 40.8%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산하 25개 외식 브랜드 중 점포 수가 증가한 브랜드는 8개에 불과했고, 증가 점포 수 281개 중 263개(93.6%)가 빽다방 대다수를 차지했다. 빽다방을 제외한 나머지 프랜차이즈는 점포 수 확장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연돈볼카츠의 경우 지난해 기초 점포 수는 49개였으나 총 18개의 매장이 폐점해 기말 점포 수는 31개로 폐점률 36.73%를 기록했다. 한신포차는 같은 기간 기초 점포 수는 116곳이었으나, 이 중 16곳이 폐점해 13.79%의 폐점률을 보였다.

지난 5월 29일 더본코리아 상생위원회 발족 첫 준비회의에 참석한 백종원 대표. /더본코리아

◇ 전문가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우선"= 더본코리아는 소비자 마음을 회유하기 위한 할인 행사에 돌입했다.

홍콩반점에서는 짜장면 한 그릇을 기존 가격에서 약 40% 할인된 3900원에 판매하고, 빽다방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500원에 제공하는 등 20여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이번 할인전은 더본코리아가 최근 발표한 300억원 규모 상생 지원책의 일환이다. 할인과 홍보 비용 전액은 본사가 전액 부담한다.

회사측은 “이번 할인 행사는 소비자 유입을 넘어서 가맹점 부담을 덜어주는 '상생 전략'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표이사 직속 전략기획본부 신설, 품질·위생·유통 부문에 외부 전문경영인 영입 등 내부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원산지 표시 위반 등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 시스템 개선과 위생·윤리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가맹점주와 실질적인 소통 강화를 위해 '상생위원회'를 오는 6월 말 공식 출범한다. 백 대표는 지난 5월부터 홍콩반점, 빽다방,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등 주요 브랜드 점주 대표와 총 11차례 간담회를 열고, 현장 목소리를 직접 청취해왔다.

상생위원회는 더본코리아와 법무법인 덕수가 공동 기획·운영한다. 매월 1회 정기회의를 열고 점주 의견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구조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은 심층 논의와 실행 가능성 검토를 거쳐 실질적 변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대응책이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신뢰 회복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백 대표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외연 확장보다는 내실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특히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신제품 출시나 할인 이벤트 등 이미지 개선보다 내실 강화를 바탕으로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 또한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의 이번 사태에 대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회사는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방침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점주님들과 동반 성장하는 혁신적 협력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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