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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시장경제연구원 이사 |
인류 역사는 이념의 역사다. 이념에 따라 민족·국가·사회가 가는 길이 달라진다. 인간의 삶의 방향과 질이 결정된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세계는 이념이 지배한다. 좌우라는, 서로 정반대의 이념 전쟁이 세계 많은 나라에서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알마 전 콜롬비아 대선 후보가 머리에 총 3발을 맞았다. 이런 암살 시도와 대선 출마 봉쇄 등 보수우파 지도자들에 대한 좌파 공격은 물불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국민은 동떨어진 세상에 살고 있다. 검은 색안경 낀 채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마냥 세계의 이념 상황에 깜깜하다. 몰라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세계 어디서든 좌파는 자신을 “사회주의자” 또는 “좌파”라 결코 부르지 않는다. 그 단어들이 많은 사람에게 공포를 준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진보주의자” “자유주의자” 등으로 위장한다. 보수우파는 어김없이 극우로 덮어씌우면서.
그러나 세계 어디의 보수우파도 자신들의 적인 좌파를 “좌파”라 부르길 겁내지 않는다. 사정없이 마르크스주의·공산주의·사회주의를 비판한다. 이념 대결의 시대에 너무나 당연한 일.
유독 한국인들은 이념이, 좌파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분명하게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그 말만 들어도 겁낸다. 이념을 말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행태라고 한다. 세상에서 좌우 이념 구분이 없어졌다고들 떠든다.
■보수우파들은 “좌파”를 “색깔론”이라며 입에 올리기조차 두려워한다. 좌파들이 깔아놓은 ‘색깔론’이란 터무니없는 의식의 덫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좌파나 이념이란 단어를 스스로 금기어로 만들고 검열하고 있다. 아예 좌파인 체해야 균형 잡힌 사람, 뭔가 지식이나 의식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허구· 위선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좌파에 대한 열등감이 심하다.
이들은 좌파들을 건드리면 큰일 나는 줄 안다. 보수우파는 거부감을 느끼며, 중도는 아예 떠난다고 한다. 좌파 흉내를 내면서 “중도 확장한다”고 떠든다. 좌파의 문제를 가르쳐 주어 좌파나 이른바 중도층을 설득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얼치기 보수, 무늬만 보수가 지식층·정치권·국민 사이에 너무 많다.
그러니 좌파는 보수우파를 만만하게, 우습게 본다. 지레 겁먹고 무릎 꿇는 상대라 쳐다보지도 않으려 한다. 몇 차례나 좌파 정권에서 쓰라린 고통을 겪었음에도 극복은커녕 갈수록 그런 병들이 더 깊어지고 있다. 좌파들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세계 보수 매체들은 한결같이 선거 전부터 “이재명은 좌파,” “이재명 정권은 좌파 정권”이라고 단정했다. 정작 한국에서는 그렇게 부르기를 두려워한다. 선거의 상대 세력조차 그랬다. 허약했다. 비겁했다. 국민의힘은 존재 이유도 가치도 없는 정당이다. 당장 해체해야 할 탐욕의 이익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념이란 단어에 거부감·공포를 느낄 이유가 전혀 없다. 아마 철학이라는 단어나 주제를 혐오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철학은 고상해 보이나 이념에서는 뭔가 음험한 분위기를 느끼는 걸까?
그러나 모든 철학은 이념의 토대다. 철학 없이 이념은 형성되지 못한다. 이념 없는 철학은 현실에서 작동하지 못한다. 철학은 인간이 세계를 해석하려는 노력. 그 해석이 어떤 정치·사회 권력에 의해 선택되고 실현되는 순간 그것은 이념화한 철학, 이념이 된다. 둘은 다르지 않다. 서로 의존한다.
모든 철학자는 결국 이념 이론가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전체주의 국가 이념(엘리트주의)’을 정당화해준 철학이었다. 독일 철학자 헤겔의 ‘변증법’은 마르크스주의에 흡수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이념에 관해서는 악마처럼 보이는 칼 마르크스도 이념 이론가며 철학자다.
“철학”이란 단어에는 공감하고 동경하면서 “이념”이란 단어를 혐오하는 것은 모순이다.
■토머스 소웰은 미국의 경제학자·정치 평론가. 저서 45권. 150개 이상 신문에 칼럼 연재. 하버드대 졸업·컬럼비아대 경제학 석사·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코넬대, UCLA 등에서 교수. 포드 정부 연방거래위원회 위원, 레이건 정부 교육부 장관 제의 모두 거절.
그는 흑인이다. 아버지는 태어나기 전 사망했다. 어머니도 몇 년 뒤 숨졌다. 이모에게 입양되어 전기·수도도 없는 집에 살았다. 고교 중퇴. 한국전쟁에 해병대로 참전.
그는 20대 시절 마르크스주의자였다고 고백했다. 지독한 가난과 학대 등 참혹한 성장 환경이 만든 필연의 결과, 마르크스 사상과 마르크스-레닌주의 비교 논문을 썼다. 그러나 그를 시장 경제 지지자로 바꾼 것은 ‘최저임금 정책.’ 1948~1960년대 최저임금 인상 시기에 흑인 청년 실업률이 백인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 정책이 실제로는 사회 약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진입 장벽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95세. 65년 이상, 지금도 끊임없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사회주의자들과 그들의 정책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흑인이며 최악의 가난 속에서 성장한 그의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비판에 함부로 토를 달기란 쉽지 않다. 세계에서 소웰 만큼 절절한 경험에서 우러난 이념 비판을 하는 인물은 찾기 어렵다.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사회주의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 낸다.”
“사회주의 역사는 명백한 실패의 역사. 오직 지식인만이 그것을 무시하거나 피한다.”
“지식인들은 지식 우월성에 대한 자만심 때문에 사회주의에 환상을 가진다.”
소웰의 일관된, 거침없는 좌파 이념 비판과 그 용기를 한국의 이른바 지식인들은 물론 보수우파 국민도 배워야 한다. 깨달아야 한다. 이념 무장을 해야 한다.
아무리 민주주의 시대라도 내 마음대로 살 수 없다. 정부가 간섭·통제한다. 정부가 어떤 이념을 가졌는지에 따라 정책이 달라진다. 그 정책에 따라 내 삶과 나라가 바뀐다. 앞으로 좌파 이념의 이재명 정부가 시행할, 그 전보다 훨씬 강경 사회주의 정책을 감당하면서 나쁜 이념의 영향력을 뼈저리게 겪을 것이다. 나라 운명의 암담함을 절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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