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의 도쿄포인트] 출산율 반등했지만…한국, 인구절벽 가장 먼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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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경제] 2024년 일본의 출생아 수는 70만 명 선이 무너졌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태어난 아기는 68만 6061명. 통계 작성 이래 최저다. 합계출산율도 1.15명으로 떨어졌다. 일본 사회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는 건 당연하다.

반면 한국은 출산율이 소폭 반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출생아 수는 23만 8300명으로, 8300명 늘어났다. 합계출산율은 0.72명에서 0.75명으로 상승해 9년 만의 반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겉으로 보면 일본은 추락하고, 한국은 회복의 조짐이 엿보인다.

두 눈을 감고 세상에 첫 숨을 내쉰 아기. 이 아이의 미래를 지켜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몫이다ⓒ포인트경제 박진우 도쿄특파원
두 눈을 감고 세상에 첫 숨을 내쉰 아기. 이 아이의 미래를 지켜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몫이다ⓒ포인트경제 박진우 도쿄특파원

하지만 수치의 표면만 놓고 ‘한국이 나아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건 큰 오산이다. 일본이 기록한 출산율 1.15명은 “역대 최저”지만, 그 최저치조차 한국은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낮고, 그것도 단연코 압도적인 최하위다. 한 명의 여성이 평생 0.75명의 아이만 낳는 나라에서 인구의 재생산을 기대하긴 어렵다.

출산율 반등이 의미하는 바는 물론 있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출산이 복구되고, 일부 정책이 효과를 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인식 변화나 시스템 개혁 없이 일시적 수치 변화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 마치 고장 난 엔진에 연료만 채워넣는 격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구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고령화와 저출산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30여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 반면, 한국은 불과 20년 사이에 모든 변화가 압축적으로 닥쳤다. 준비할 시간도, 정책적 여유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현실은 노동력 부족이다. 이미 제조업과 건설업, 서비스업 현장에선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젊은 층이 줄면 기업은 성장할 수 없고, 경제 전반의 활력도 빠르게 식는다. 일부 업종에선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운영이 안 되는 일본의 모습이 곧 한국의 미래일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복지 재정의 붕괴다. 고령자가 늘고 청년층이 줄면, 누군가는 연금과 건강보험을 메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출산율이 낮고 생산인구가 줄어드는 구조에서는 그 부담을 나눌 세대가 점점 사라진다. 세금은 늘고 복지는 줄어드는 악순환이 닥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인구 위기는 단순히 ‘몇 명이 태어났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다.

출산율은 수치로 측정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결정은 감정과 신뢰의 영역이다.

지금 이 사회가 젊은 세대에게 내놓는 신호가 불안과 불평등이라면, 그 어떤 정책도 아이를 낳게 만들 수 없다.

아이 한 명이 태어나는 순간이 ‘축복’으로 여겨지고, 그 아이가 자라날 세상이 ‘살 만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을 때,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정책이 아니라 철학이 필요하다. 숫자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사회.

그 변화는 통계가 아니라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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