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손질', 은행은 '눈치'…대출 문턱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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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내달부터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전략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신 여력에 따라 대출 문턱을 낮추거나 조이는 '엇박자 대응'이 현실화되면서 실수요자 역시 대출 조건을 선별해야 하는 혼란에 직면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총량은 조이고, 실탄은 푼다…엇갈리는 대출전략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담대 전략을 대대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대출 총량이 급증한 일부 은행은 금리를 인상하거나 특정 차주군 대상 대출을 제한하는 등 보수적 전략을 택한 반면, 여신 여력이 남아 있는 은행들은 대출 한도를 늘리고 만기를 연장하는 등 적극적인 실수요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4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금리를 0.17%포인트(p) 인상했고, 농협은행은 수도권 1주택자 대상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0.06%p 높였다.

반면 신한은행은 주담대 만기를 30년에서 40년으로 늘렸고, 하나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한도를 최대 10억원까지 확대했다. 기업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0.1%p, 전세대출 금리를 0.2%p 인하했다.

은행별 대응이 엇갈리는 이유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각자 대출 잔액과 여신관리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연초부터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만큼 추가 수요 유입을 억제하려는 전략을 택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은행은 막차 수요를 흡수하려는 모습이다.

◆ 해석도 엇갈린다…'막차 공략'인가, '포용금융 수위 맞추기'인가

이같은 흐름은 단순한 내부 사정만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정책 기조가 이자 부담 완화와 금리산정 구조 개편 등 소비자 보호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들이 향후 제도 개편을 의식한 조기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금리 산정 구조 개편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실제로 대출 가산금리 산정 시 법적 비용 전가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됐다. 해당 법안은 후속 입법 절차를 앞두고 있으며, 금융당국과의 공조 아래 대출금리 투명성 제고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 방향성과 은행권의 대응은 필연적으로 마찰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포용금융을 강조하지만, 은행은 수익성과 리스크를 이유로 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정책과 시장 간 온도차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총량 조절 차원을 넘어, 새 정부 기조에 맞춘 선제 대응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가계대출 다시 증가세…규제 속 조율 필요

이처럼 은행의 실무 대응과 정부의 정책 기조가 엇박자를 내는 가운데 가계대출은 다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7조2956억원으로 전월 말 743조848억원 대비 4조2108억원 늘었다. 이 중 주담대는 592조5827억원으로 한 달 새 3조1527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도 1조원이 넘게 확대됐다.

이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규제가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시장과의 조율이 함께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단순히 금리 구조만 손보는 방식보다는 실수요자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대출 총량을 조정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각 은행이 여신 여력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정부가 본격적으로 금리 산정 구조를 손보게 되면 단순한 대응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총량 규제, 금리 구조, 법적 비용 반영 등 모든 영역에서 제도와 시장의 충돌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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