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인 퍼즐’ 손석구의 자신감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손석구가 디즈니+ ‘나인 퍼즐’로 글로벌 시청자를 만났다.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와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또 하나의 대표작을 추가한 그는 “‘웰메이드’ 추리물의 탄생”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본 게임은 이제부터”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김다미 분)와 그를 끝까지 용의자로 의심하는 강력팀 형사 한샘(손석구 분)이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 스릴러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 등과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등 영화와 시리즈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지난달 21일 첫 공개 후 올해 전 세계 및 아태지역 디즈니+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한국 콘텐츠 1위를 기록하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청자를 단숨에 매료했다.

촘촘한 이야기 전개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르적 재미로 ‘웰메이드’ 추리 스릴러의 진면모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나인 퍼즐’에서 손석구는 형사 김한샘을 연기했다. 김한샘은 10년 전 살인사건의 범인을 끝까지 추적하는 한강서 강력2팀 형사다.

첫 담당 사건으로 윤동훈 총경 살인사건을 맡게 된 그는 피해자의 조카이자 최초 발견자인 이나를 용의자로 확신하고 10년째 끈질기게 증거를 쫓는다. 그러다 다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을 위해 형사와 프로파일러로 함께하게 된 이나와 의심과 공조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관계성을 형성한다.

손석구는 특유의 리얼하고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빚어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 것은 물론, 용의자와 형사 그리고 프로파일러와 형사로 의심과 공조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이나 역의 김다미와 독특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하며 극적 재미를 이끌어 호평을 얻고 있다. 최근 손석구를 만나 ‘나인 퍼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호평 속에 종영했다. 공개 소감은.

“많이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장르가 추리물이라 나도 낯설어서 가늠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거든. 우리 팀과도 항상 이야기했던 게 열심히 만들었고 자신이 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겠다는 거였다. OTT지만 한 번에 공개되는 것도 아니고 나눠서 하다 보니 걱정도 했는데 지금까지 잘 된 것 같고 내부적으로는 이제부터 본 게임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앞으로 더 기대된다.”

-작품을 택한 이유는.

“윤종빈 감독님의 엄청난 팬이라 감독님이 나를 보자고 한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다만 추리물이 자신 없었는데 감독님이 자길 믿고 오면 된다고 하더라. 나름 도전 의식 같은 것도 있엇지만 감독님 때문에 선택한 게 가장 크다.”

-함께 작업한 윤종빈 감독은 어떤 연출자였나.

“학생의 입장에서 배운다는 느낌으로 했다. 단순히 연기를 배우는 게 아니라 작품 하나를 만드는 노하우나 태도 등 전반적인 것을 배우면서 했다. 지금 감독님은 나에게 감독이면서 멘토다. 사회생활을 할 때나 배우 외적인 것도 감독님에게 많이 물어본다. 답을 명쾌하게 해주는 분이라서 인생 선배이자 멘토가 됐다.”

-추리물 장르에 자신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캐릭터가 만남을 통해 감정을 교감하고 드러내는 드라마였다. 이 작품에서도 물론 이나와 한샘의 감정 교류나 관계 발전이 있지만 그게 주는 아니다. 그것보다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논리적인 과정과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것에서 한 포인트라도 관객의 눈과 귀를 잃으면 다음 회차를 잃게 된다. 그러다 보니 긴장하고 해야 하는 것 같다. 정교한 정보전달을 위해 액팅 자체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이 내게 맞나? 나에게 그런 부분이 있나? 싶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런 편견이 조금은 깨졌나.

“판단은 시청자들이 하는 거니까. 나는 나름 열심히 공부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노력은 했다. 그렇다고 촬영할 때 막 겁을 먹는 것은 아니다. 서로 모자란 것을 채워주면서 하니까 그런 의심의 순간이 오래가진 않는다. 보통 다른 작품은 3~4회차 정도 가면 익숙해져서 자유롭고 재밌게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좀 오래가긴 했다. 내가 하는 방향이 맞나 의심도 더 길게 했던 것 같고.”

-말한 것처럼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대사가 많았는데 설명적이거나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한 고민도 했을 것 같은데.

“전달을 전달로만 하면 재미가 없잖나. 여러 방면으로 고민을 했는데 추리만큼 중요한 게 이나와의 ‘티키타카’라고 생각했다. 그런 쉬어가는 구간 없이 11부를 끌고 가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잘하는 것과 추리물로써 필요한 부분을 섞었다.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내 욕심이 다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나와 한샘의 관계성도 재미 포인트였다. 어떻게 해석했나. 

“가장 큰 고민이었고 감독님과도 가장 많이 이야기했다. 처음에 의심의 관계로 시작하는데 그 의심의 관계를 오래 가져가고 싶지 않았다. 추리물이라는 게 뉘앙스가 중요하잖나. 같은 대사로도 의심하는 뉘앙스로 7~8부까지도 가져갈 수 있다. 그런데 감독님의 의도는 초반에만 의심하고 빨리 공조로 들어가자는 거였다. 그다음부터는 범인으로 의심되는 캐릭터들을 몰아가고 수사를 하자고 방향성을 잡았다. 그 방향성이 잡히기까지 고민을 진짜 많이 했다. 끝까지 이나를 범인으로 의심해야 하는지. 결국 감독님의 결정이었고 그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이나가 굉장히 만화적인 캐릭터였는데 한샘은 반대로 현실적인 형사 캐릭터였다.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주면서도 케미스트리를 완성해야 했는데 어떤 고민을 했는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한샘은 더 딱딱하고 수사에 집중해서 감정의 폭이 적은 인물이었다. 모노톤인 인물에 가까웠는데 이나와의 관계성을 위해 조금 더 ‘쾌남’에 가깝게 설정을 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더 솔직하고 투명한 사람이 됐다. 나는 한샘도 만화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 외모나 의상, 말투 같은 것은 이나가 더 만화적일 순 있지만 연기하면서는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거든. (이나가) 조금 독특하긴 하지. 하지만 우리가 현실 속에서도 저 사람이 만화적이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니까.”

-김다미와의 호흡은 어땠나.

“굉장히 열정적인 친구다. 아이디어가 정말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처음 왔을 때부터 본인이 하고 싶은 캐릭터가 명확했다. 초반부터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확고했고 나는 잘 몰랐다. 그래서 (김다미가)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 굉장히 디테일하고 사소한 것까지. 그러다 한샘의 집에 베이스캠프를 차렸을 때부터는 내가 주도를 많이 했다. 한샘은 의외성을 가져가기 쉬운 캐릭터다. 여유 공간이 이나보다 많아서 그때부터는 내가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그렇게 편해지다 보니 9부 찍을 때부터는 그냥 자동이었다. 어떤 장면을 찍고 나서 다미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아질까’ 하면 그 방법을 줬다. 감독님에게 ‘다미가 이렇게 한번 해보라고 하는데 다시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다시 찍기도 했다. 많이 기대면서 갔다.”

-범인의 정체를 알고 있었나. 

“나는 몰랐다. 그게 추리의 묘미인 것 같다. 주변에서 9부까지 보고 범인을 맞춘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미국에 사는 친구인데 그 친구에게 선물 보내준다고 했다. 그 친구만 유일하게 맞췄다. 나도 몰랐고. 나는 원래 그런 걸 잘 못 맞춘다. 누굴까 딱히 생각도 안 해봤다. 누군가는 범인이겠거니 했다.(웃음) 추리물은 어렵더라.”

-“이제부터 본 게임”이라고 했는데 아직 보지 않은 시청자들을 위해 시청 포인트를 소개한다면.

“한 번에 다 보는 분들은 이 시리즈에 대한 인상이 굉장히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 작품을 더 즐기는 방법이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는 것도 있고 그분들이 더 재밌게 볼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설레기도 한다. 미장센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그냥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웰메이드’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또 추리물이라는 장르 자체도 굉장히 영화적이잖나. 시네마틱하게 풀었기 때문에 그 지점들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극장보다는 작은 화면이지만 11시간 동안 시네마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웰메이드’ 추리물이 나왔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