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유치원 만족도 '92%'...대한민국 영유아 보육·교육의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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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육아맘 송씨는 현재 이용 중인 보육기관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송씨는 "보통 어린이집은 간식을 오후 3시쯤 한 번 제공하는데 저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오후 5시 반에 간식을 한 번 더 주고 특별 활동 프로그램도 지원돼 추가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라며 "무엇보다 직장어린이집이라는 특성상 대부분의 아이들이 6시 이후에 하원하기 때문에 제가 늦게 가도 미안한 마음이 덜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임 교사가 자주 바뀌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부모 참여 행사와 숲 놀이, 텃밭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덕분에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줄 수 있어서 좋고, 대체로 생활수준이 비슷한 가정의 아이들이 모여 있어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다는 점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맞벌이 부모들에게 어린이집은 단순한 돌봄의 공간을 넘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한 필수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행히 어린이집 보육 서비스의 질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고 정부 지원 확대 등으로 부모의 비용 부담도 완화되면서 전반적인 만족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와 육아정책연구소가 2024년 8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한 전국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 서비스 만족도는 92.4%, 유치원 만족도는 91.7%로 집계되며 보육실태조사 시행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보육·교육 기관 만족도는 평균 91.9%로 △2015년(78.3%) △2018년(80.9%) △2021년(77.7%)과 비교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세부 항목별로는 △교직원 만족도(96%) △시설 및 실내외 환경(87.5%) △교재·교구 및 장비(90%) △건강관리(92.3%) △안전 관리(95.4%) △교육내용(94.9%) △생활지도(95.4%) 등 대부분 항목에서 90%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다. 이는 보육기관에 대한 학부모의 전반적인 신뢰 수준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영유아가 보육기관을 처음 이용하는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에는 평균 30개월이었던 첫 이용 시기가 2024년에는 평균 19.8개월로 10개월 이상 앞당겨졌다. 특히 맞벌이 가구의 첫 이용 시기는 평균 18.2개월로 육아와 일의 병행을 위해 영아기부터 보육기관을 이용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음을 보여준다.

또한 어린이집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7시간 31분, 유치원은 7시간 20분으로 조사됐는데 보호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보육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 13분으로 실제 이용 시간보다 48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부모에게는 7시간이 넘는 아이의 보육기관 이용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연장 보육과 시간제 보육 등 다양한 형태의 보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률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94.2%의 어린이집이 연장보육반을 운영 중이며 연장 보육 전담교사를 따로 배치한 비율은 84.1%로 2021년 76.1%보다 증가했다.

하지만 실제 연장 보육 이용률은 33.7%에 불과했고, 야간·휴일 보육 제도의 활용률은 2~4%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연장 보육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필요하지 않아서(73.8%) △장시간 보육이 발달에 좋지 않아서(21.7%) △학원 이용 때문에(5.5%) △어린이집이 연장 보육을 운영하지 않아서(3.6%) 등으로 나타났다.

시간제 보육 역시 실효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시간제 보육 이용률은 4.6%로 부모 중 75.5%는 긴급상황 발생 시 '직접 아이를 돌본다'라고 응답했다. '혈연에게 맡긴다'는 비율이 23.6%, '시간제 보육을 이용한다'는 부모는 0.1%였다.

아울러 아이를 키우는데 점점 더 많은 돈이 들어감에도 보육료에 대한 부담감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기준 가구별 총 양육비는 월평균 111만6000원으로 2021년보다 약 14만 원 증가했지만 가구 소득 대비 비율은 17.8%로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보육·교육기관에 드는 월평균 총 비용은 어린이집이 7만 원, 유치원이 17만7000원, 가구 소득 대비 총 비율은 각각 1.3%, 3.2%로 전반적으로 양육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보육료·교육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로 2018년 30.3%에서 10% 이상 감소했으며 오히려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이 53.6%, 부담할 용의가 있는 비용은 평균 7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은 보육·교육기관이 개선해야 할 점으로 △교육내용 다양화(18.3%) △인력 증원(17%) △노후시설 정비(4.9%) △인력 질 제고(10.3%) 등을 꼽았으며 희망하는 육아정책으로는 △보육·교육비 지원 상향 (30.4%) △육아휴직 정착 및 휴직 시 소득 보장(20.2%) △국공립 보육 시설 확충(16%) △보육기관 서비스 질 향상 (12.3%) △유연근무제 확대 (9.2%) 등을 제시했다.

한편 보육교사의 급여와 권리에 대한 만족도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평균 월급은 287만3000원으로 2021년보다 9% 인상됐지만 급여 만족도는 전체 평가 항목 중 가장 낮은 45.2%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신체 건강,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은 보육교사 비율이 각각 42.9%와 22.6%, 권리 침해를 경험한 비율이 17.7%에 달하는 등 직업적 스트레스와 인권 문제도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의 권리를 침해한 주체는 보호자(63%)와 원장(40.8%) 순으로 나타났으며 주된 침해 유형은 △보육활동 부당 간섭 △업무방해 행위 △명예훼손·모욕 등이었다.

보육의 질은 결국 현장에서 아이를 돌보는 사람, 즉 교사들의 역량과 처우에서 결정된다. 보육·교육 기관의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지만 이제는 부모의 요구에 더해 교사의 노동 환경과 권익 보장까지 아우르는 균형 잡힌 보육 정책이 나와야 할 때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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