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이파이브’ 안재홍의 굳히기 

시사위크
배우 안재홍이 영화 ‘하이파이브’로 존재감 굳히기에 성공했다. / NEW
배우 안재홍이 영화 ‘하이파이브’로 존재감 굳히기에 성공했다. /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안재홍이 영화 ‘하이파이브’(감독 강형철)로 관객 앞에 섰다. 이제는 최고 경지에 오른 듯한 탁월한 코미디 감각으로 또 하나의 유쾌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빚어낸 그는 “강형철 감독이 정말 끝내주는 영화를 완성했다”며 자신감과 애정을 드러냈다. 

안재홍이 호연한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과속스캔들’ ‘써니’ 등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이 ‘스윙키즈’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지난달 30일 개봉한 뒤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이식 후 초능력이 생겼다는 참신한 발상과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 이들이 펼치는 유쾌한 팀플레이와 짜릿한 액션 등을 앞세워 관객을 매료하고 있는 영화에서 안재홍은 만년 작가 지망생 지성을 연기했다. 

지성은 의문의 기증자로부터 폐를 이식받은 후 눈앞의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급이 다른 폐활량을 얻게 된 인물이다. 히어로물 공식에 빠삭한 지성은 자신처럼 초능력을 이식받은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 팀 ‘하이파이브’ 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부터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닭강정’, 티빙 시리즈 ‘LTNS’ 등 매 작품 변신을 넘어 얼굴을 갈아 끼운 듯한 압도적인 캐릭터 소화력을 과시한 안재홍은 이번에도 새로운 얼굴과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진가를 재입증한다. 최근 안재홍을 만나 ‘하이파이브’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봤나. 

“우선 개봉하게 돼서 너무 설레고 감사한 마음이다. 두근거린다. 나도 시사회 때 극장에서 처음 봤는데 반응이 콘서트장처럼 뜨겁더라. 반응이 막 터진다고 해야 하나. 반응이 터질 때 희열을 느꼈고 개인적으로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내가 나오긴 하지만 보면서 정말 재밌었다. 예전부터 강형철 감독님의 팬인데 특별히 이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감독님이 정말 끝내주는 영화를 만들었구나 생각했다.”

-강형철 감독의 오랜 팬이었다고. 시나리오도 읽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하던데.

“강형철 감독님과 15년 전에 처음 만났다.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 섹션에서 작품상을 받았는데 그게 어마어마하게 영광스러운 상이거든. 심사위원이 강형철 감독님이었다. ‘써니’가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을 때였다. 그때 처음 감독님과 인연이 됐다. 강형철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로망을 늘 품고 있었고 감독님과도 개인적으로 편하게 시간을 쌓아오다가 ‘하이파이브’ 제안을 받았을 때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었고 뜨거운 마음이 생겼다. 워낙 팬이기도 했고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또 한 번 개성 넘치고 매력 있는 캐릭터를 완성한 안재홍. / NEW
또 한 번 개성 넘치고 매력 있는 캐릭터를 완성한 안재홍. / NEW

-그렇게 만난 시나리오는 어땠나. 

“이런 작품을 준비하고 있고 바람을 쏘는 인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때부터 머리를 길렀다.(웃음) 바람이 잘 보일 수 있으려면 마치 바람개비처럼 머리카락이 확 날리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허락도 받지 않고 일단 길렀다. 아니라고 하면 자르면 되니까.(웃음) 감독님이 다행히 좋아해 주셨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정말 재밌었다. 이야기도 재밌고 캐릭터들도 다 너무 매력 있었다. 캐릭터의 향연이라고 생각했다. 각자 뚜렷한 캐릭터를 갖고 있고 한 명이 나올 때도 재밌는데 두 명이 나오면 더 재밌어지고 다섯 명이 나오면 다섯 배로 재밌어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중에서 지성이라는 인물도 정말 좋았고 꼭 잘 해내고 싶었다.”

-지성은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 

“이 작품이 가진 특별한 지점은 특별한 누군가가 초능력을 받은 게 아니라는 거다. 평범한 사람들, 어떻게 보면 조금은 모자란 구석이 있는 인물들이 우연한 계기로 초능력을 얻게 되는데 그걸 또 잘 활용하지 못한다. 정말 하찮은 곳에 능력을 쓴다. 특히 지성은 아메리카노를 빨리 마신다든지 그 정도로 능력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모른다. 그러다 ‘하이파이브’ 멤버들, 완서(이재인 분)를 만나면서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결여돼 있고 자기밖에 모르던 인물이 시선을 돌리게 된다. 그게 가장 큰 지점인 거 같다. 한 명 한 명의 능력들이 하찮게 쓰이다가 뭔가를 해나간다는 게 이 작품이 가진 큰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지성이 가진 능력이야말로 이 작품이 가진 정서인 것 같다. 여섯 명의 이식자가 받은 능력 중 가장 볼품없는 능력인 것 같거든.(웃음) 그런데 그 가장 볼품없는 능력이 가장 멋있게 보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능력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면서 재미를 주고 이 작품이 가진 정서를 잘 대변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우리 모두에게 있는 능력이 수면 위로 나왔을 때 하찮은 능력도 특별해질 수 있다는 게 내가 받은 메시지였다. 감독님은 그것을 대놓고 말하는 연출자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갑자기 탁 어떤 생각이 들게 될 거다.”

-‘코미디 강자’다운 활약을 보여줬다.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워낙 대본이 재밌고 상황이 재밌으니까 오히려 티 나지 않게 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예상치 못한 재미를 많이 담고 싶었다. 또 영화가 만화적이니까 그 안에서 사실감을 부여해야 작품을 보는 데 있어 현실감도 그렇지만 만화적 순간을 더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대사를 막 재밌게 해야겠다는 마음보다 오히려 더 툭툭, 대사가 아닌 것처럼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래야 관객에게 한 발 더 빠르게 재미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쾌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한 (왼쪽부터) 라미란과 이재인, 안재홍. / NEW
유쾌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한 (왼쪽부터) 라미란과 이재인, 안재홍. / NEW

-실제 성격은 어떤가. 평소 코미디적 감각을 어떻게 채우고자 하는지.  

“내향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인데 그래서 조금 더 잘 들여다보는 편인 것 같다. 코미디 작품을 하게 되면 마음의 결 중에서 어느 한 부분을 증폭시켜야 할 때가 많은데 내가 봤을 때 나의 웃긴 부분이나 재밌는 부분을 많이 찾으려고 한다. ‘닭강정’은 나의 몇 톤 위의 모습을 찾고자 했고 ‘하이파이브’는 만화적이지만 현실에 발을 붙인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접근했다. 취미가 많은 편은 아닌데 걷는 걸 좋아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또 영화나 시리즈물 보는 걸 워낙 좋아해서 작품들을 보면서 영감을 찾으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 

“카트체이싱 장면. 그 시퀀스 자체가 너무 신나고 재밌었다. 촬영할 때도 재밌는 경험이었는데 신나는 음악과 함께 완성된 장면을 보니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들더라. 영화를 체험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느꼈던 순간이었다. 야쿠르트를 발사할 때 쾌감도 넘쳤다.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고 본 적 없는 새로운 장면이었다. 감독님의 상상력이 위대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또 단순히 재미만이 아니라 모든 캐릭터, 선녀(라미란 분)의 카트와 지성의 폐, 완서의 괴력과 기동(유아인 분)의 전자기파를 조종하는 능력까지 다 한데 모인 액션 장면이라 그 자체로도 귀하고 신나는데 그 모든 액션에 이유가 있었다는 게 굉장히 놀라웠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최종 전투 장면에서 재인(완서)이 공중에 부유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신이 이 작품의 상징 같았다. 경력 많은 선배들과 재인을 탁 띄워주고 그 힘을 받아 치고 나가는 그 순간이 이 영화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재인이는 부담스러워하지만 정말 천재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호흡을 맞출 때도 어린 후배와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완서와 지성이었다. 또 (이재인이) ‘뽀뽀뽀’ 출신이라 경력이 상당하다. 더없이 든든했다. 선배들도 워낙 베테랑이니까 팀워크가 좋았다. 특히 오정세 선배는 초능력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쾌감을 줄까, 대단한 배우구나 싶었다. 라미란 선배와는 10년 만에 재회했는데 늘 다시 만나는 걸 꿈꿨는데 이 작품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촬영하면서도 굉장한 에너지를 느꼈다. 그 장면 자체가 극화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굉장히 신나고 좋았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맞춤 옷을 입은 듯 완벽 소화하는 안재홍. / NEW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맞춤 옷을 입은 듯 완벽 소화하는 안재홍. / NEW

-코미디에서 유독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관객의 높아진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부담보다는 감사다. 관객들이 내게 갖게 되는 일종의 반가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 너무 잘 느끼고 있다. 코미디 작품도 굉장히 결이 다양하잖나. 밝은 류의 코미디도 있고 블랙코미디도 있고 ‘하이파이브’처럼 엔터테이닝한 코미디도 있다. 작품마다 다양한 결을 가지려는 게 가장 먼저 먹게 되는 마음이다. 코미디라는 공통 분모가 있어도 그 작품만의 ‘톤 앤드 매너’를 찾고자 한다. ‘하이파이브’는 관객이 반가워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관객으로서 매력이 뚜렷한 한 분 한 분이 나올 때마다 반갑더라. 그게 관객과 연기자가 쌓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다.”

-매번 전작의 강렬함을 지울 수 있을까 싶은데 기어코 해낸다.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 그 인물 자체가 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그 작품에 온전히 집중하는 게 나 나름의 방법과 마음가짐인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지 생각한다기보다 그냥 지금 내가 표현하고 싶고 지금 내가 나타내고 싶은 이 작품만 온전하게 생각하고자 한다. 이 인물 그 자체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 ‘하이파이브’에서도 지성만 바라보고 지성만 생각했다. 그러면 관객이 그 인물 자체로 바라봐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쌓아나가고자 하나.  

“앞으로 해나가고 싶은 부분들과 지점들이 더 명확해졌다. 다양한 작품을 잘 해내고 싶다는 배우로서의 본능적인 마음도 있지만 코미디라는 장르가 주는 지점들을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게 가장 순수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더 잘 해내고 싶은, 더 즐거움을 주고 싶은 것. ‘하이파이브’ 시사회 때 이렇게 즉각적이고 큰 반응을 체감한다는 게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초반부터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고 다 같이 달려가는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해준 것 같다.”

-‘하이파이브’를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꼽는다면. 

“그 어느 작품보다 즐거움을 체험시켜 줄 영화라고 표현하고 싶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재밌는 이야기와 신나는 화면, 꽉꽉 채워진 사운드가 주는 쾌감이 크다고 생각한다. 강형철 감독님의 작품은 음악이 워낙 잘 활용되잖나. 음악을 잘 구현해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배가될 거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만족할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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