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무려 10년 만에 10연승을 달렸다. 대타 김태훈이 약속의 8회 역전 투런 홈런을 신고했다. 시선이 '타자' 김태훈에게 쏠렸지만, '투수' 김태훈도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삼성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6-4로 승리했다. 지난 5월 24일 대구 KIA전을 시작으로 6연승을 달리던 삼성은 다시 1승을 추가하며 파죽의 7연승을 기록했다.
3649일 만의 7연승이다. 삼성은 지난 2015년 5월 29일 잠실 LG전부터 6월 5일 마산 NC전까지 7연승을 적어냈다. 이후 10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7연승 고지를 밟지 못했다. 지난 4월 23일 대구 KIA전부터 4월 30일 인천 SSG전까지 무승부 1경기 포함 6연승을 달렸고, 5월 1일 7연승에 도전했는데 1-4로 무릎을 꿇은 바 있다.
'타자' 김태훈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팀이 3-4로 뒤진 8회초 주자 없는 2사에서 양도근이 안타로 출루했다. 이재현 타석에서 박진만 감독은 대타 김태훈을 냈다. 상대 투수는 LG의 필승조 박명근. 초구 바깥쪽 낮은 직구는 파울. 2구 체인지업이 약간 높게 들어왔다. 김태훈이 이를 거침없이 잡아당겼다. 우익수 문성주가 펜스 앞에서 추격을 포기했다. 타구는 아름다운 아치를 그리며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 홈런이 됐다. 김태훈의 시즌 1호 홈런.


경기를 뒤집자마자 박진만 감독은 8회말 '필승조' 김태훈을 투입했다. LG의 타순은 2번 김현수-3번 오스틴 딘-4번 문보경으로 이어졌다.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들이다. 8회 전까지 오스틴은 3타수 3안타 1득점 2타점, 문보경은 2타수 2안타 2볼넷 1득점을 기록 중이었다. 김현수는 안타는 없었지만 그래도 '김현수'다.
선두타자 승부가 가장 중요했다. 김현수에게 초구 한가운데 직구로 파울을 유도했다. 2구 포크볼은 높게 뜨며 볼. 3구 포크볼이 바깥쪽 아래에 절묘하게 걸치며 2스트라이크를 수확했다. 4구 아래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김현수가 골라냈다. 5구 높은 빠른 공은 파울. 6구 몸쪽 147km/h 빠른 공을 던졌고 김현수는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두 번째 상대는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오스틴. 초구 슬라이더는 높게 들어가는 볼이 됐다. 2구 슬라이더는 몸쪽 모서리에 걸치는 스트라이크. 3구 포크볼이 다시 몸쪽으로 향하며 볼. 4구 슬라이더는 2구와 비슷한 코스로 향하며 스트라이크. 5구 147km/h 빠른 공이 한가운데로 향했다. 오스틴의 방망이가 뒤늦게 돌아가며 헛스윙 삼진.
2아웃에서도 안심할 수 없었다. 타석에 언제든지 장타를 칠 수 있는 'LG의 보물' 문보경이 들어섰다. 초구 직구가 낮게 파고들며 스트라이크. 2구 바깥쪽 직구에 문보경이 파울을 치며 빠르게 2스트라이크가 됐다. 3구는 높게 보여주는 빠른 공. 4구 직구는 아래로 향하는 볼. 2-2 카운트에서 배터리의 선택은 포크볼. 투구 전 강민호가 아래로 떨구라는 사인을 줬다. 김태훈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그림 같은 포크볼을 구사했고, 문보경의 방망이가 맥없이 돌아갔다. KKK 세 글자를 전광판에 새긴 김태훈은 당당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9회초 구자욱이 쐐기 1타점 2루타를 뽑았다. 9회말 마무리 이호성이 삼자범퇴를 만들며 팀의 7연승을 완성했다.


'타자' 김태훈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투수' 김태훈의 호투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경기다. 필승조 백정현은 앞선 2경기 연투를 펼쳐 등판이 어려웠던 상황. 배찬승도 5월 29~30일 연투를 펼쳤고,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 4.66으로 컨디션이 썩 좋지는 못했다. 김태훈이 이호성까지 완벽한 징검다리를 놓아 삼성이 '7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삼성 불펜진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투수다. 29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7홀드 평균자책점 1.86이다. 29이닝을 던지며 삼진 30개를 솎아 냈다. 볼넷은 단 8개에 불과하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리드를 날린 '블론 홀드'가 하나도 없다.
호투 비결은 '제구'다. 시즌 초 박진만 감독은 "작년에는 타자와 싸울 때 끌려가는 패턴이 많았다. 올해는 워낙 제구가 좋아져서 타자를 항상 유리한 카운트로 끌고 간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세 타자에게 모두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후 헛스윙을 끌어내는 피칭을 선보였다.
유독 올 시즌 삼성 우완 불펜진은 부침이 많다. 김재윤은 마무리 보직을 내려놓았고, 임창민은 오른쪽 팔꿈치가 좋지 않아 긴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김태훈이 버텨주지 못했다면 삼성은 더욱 어려운 승부를 펼치고 있었을 터.
어느새 6월이 됐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체력 싸움이 펼쳐진다. 김태훈의 활약이 계속된다면 삼성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