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지난해 나란히 '만장일치 MVP'로 선정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메이저리그 최초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오타니는 31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홈 맞대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2홈런)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또다시 역사책에 이름을 남겼다.
지난해 월드시리즈(WS) 이후 다시 맞붙은 다저스와 양키스. 경기 시작부터 메이저리그 최초의 기록이 탄생했다. 1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양키스의 애런 저지가 다저스 선발 토니 곤솔린을 상대로 3구째 슬라이더를 공략, 다저스타디움의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446피트(약 135.9km)짜리 선제 솔로홈런을 폭발시키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저지가 시즌 19호 홈런을 터뜨리며 자신을 추격해 오자, 오타니도 곧바로 응수에 나섰다.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양키스 '에이스' 맥스 프리드의 초구 싱커를 통타했다. 저지와 마찬가지로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던 타구로,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기록하며 1-1로 균형을 맞췄다. 시즌 22호 홈런.
이 홈런은 곧바로 메이저리그 역사로 이어졌다. 오타니와 저지는 지난해 각각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에서 역대급 활약을 펼치며 사상 두 번째 만장일치 MVP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는데, 만장일치가 아니더라도 MVP로 선정된 선수들이 1회 경기 시작부터 나란히 홈런을 터뜨린 것은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저지보다는 오타니의 감이 조금 더 좋았던 모양새. 오타니는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세 번째 타석에서 다시 한번 프리드와 맞붙었고, 3B-1S의 매우 유리한 카운트에서 5구째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로 몰리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오타니가 친 112.5마일(약 181.1km)의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23호 홈런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또한 역사로 연결됐다. 오타니는 이 홈런으로 5월에만 무려 15개의 홈런을 기록하게 됐는데, 이는 1953년 8월의 듀크 스나이더와 1985년 6월의 페드로 게레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구단 타이 기록이 됐다. 무려 40년 만에 다저스 역대 세 번째 기록을 만들어낸 셈이다. 미국 현지시각을 기준으로는 아직 5월 31일(한국시각 6월 1일)의 경기가 남은 만큼 '최초'의 역사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경기가 끝난 뒤 메이저리그 최초의 역사를 쓴 'MVP'들이 1회부터 대포를 주고받은 소감을 밝혔다. 일본 '산케이 스포츠'에 따르면 저지는 "오타니가 나를 따라 하는 것 같았다"고 웃으며 "정말 대단한 선수다. 지금 야구계에서 톱클래스 중 한 명인 이유가 분명하다. 타석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주루에서도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다시 마운드에 선다면, 정말 특별한 일이다. 오타니의 강점은 꾸준함이다. 매년, 타석에서 그런 성적을 내는 것이 놀랍고, 정말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오타니는 "양 팀 모두에게 좋은 출발이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였다. 승패는 갈렸지만, 모두 훌륭한 경기를 했다"며 "저지에게 홈런을 허용한 직후 곧바로 만회할 수 있었다는 점은 경기 운영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후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모두 포기하지 않아쏙, 분위기가 마지막에 역전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는 아직 5월 일정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저스 구단 타이 기록을 만들어낼 정도로 오타니의 방망이가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그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난 공을 치지 않는 것이다. 오타니의 볼 스윙률(O-Swing%)은 24.3%에 불과하다. 자신의 평균 수치인 27.7%보다 무려 3.4%가 낮고, 타자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지난해(26%)보다도 좋다.
오타니는 5월 15홈런에 대한 물음에 "가장 큰 이유는 쳐야 할 공을 제대로 치고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그런 타석들이 많다. 공을 쳤을 때 좋은 결과도, 나쁜 결과도 있지만, 대체로 쳐야 할 공에 제대로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령탑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에 있는 공만 스윙을 한다. 히팅 존에 들어오지 않는 공은 잘 골라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볼넷도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현지시각으론 5월 일정 종료까지 1경기가 남은 상황. 과연 오타니가 구단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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