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 경제에 ‘저성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최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저성장 우려가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 경기 침체 우려에 기준금리 인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2.75%)에서 0.25%p(퍼센트포인트) 내린 2.50%로 결정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 2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 금리를 내린 이후 올해 1월 한 차례 동결한 뒤, 2월에 다시 금리를 낮춘 바 있다. 이후 지난달엔 환율 변동성과 가계대출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통화결정문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세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내 물가는 4월 중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이 각각 2.1%를 나타내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원·달러 환율은 무역갈등 완화, 아시아 통화 강세 등으로 최근 하락세를 보였다.

금통위 측은 “올해 중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은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1.5%)에서 반토막에 가까운 0.8%로 대폭 내렸다. ‘0%대 저성장’ 가능성을 공식화한 셈이다.
◇ 경제성장률 전망치 0.8%로 하향 조정
이 같은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수정 전망치(0.8%)와 같다. 아울러 OECD(1.5%), 아시아개발은행(ADB·1.5%), IMF(1.0%)가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내수 회복이 지연된 데다, 미국 관세 영향으로 수출 둔화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그러면서 “향후 성장경로는 무역협상과 관련한 상방과 하방, 양방향의 리스크가 존재하며, 경기부양책 여부와 강도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0년 들어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나 0%대 성장률을 기록한 사례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 19(-0.7%) 등 두 차례뿐이다. 그만큼 올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한은은 경제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반기에 추가 인하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빠른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추가 인하 시점은 신중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은은 내달 새 정부 출범 이후 변화, 미국 관세정책 변화 등도 살피며 정책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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