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일본이 1989년 이후 유지해 온 ‘세계 최대 대외순자산국’ 지위를 34년 만에 독일에 내줬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24일 발표한 지난 2023년 말 기준 국제수지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4046조 3610억 엔(약 39조 달러)으로 전년보다 5.6% 줄어들었다. 반면 독일은 4086조 4420억 엔(약 39.4조 달러)을 기록하며 일본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엔화 가치 하락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신문은 “2023년 한 해 동안 엔화 환율이 달러당 130엔대에서 140엔대로 하락하면서 해외 보유 자산의 엔화 환산 가치를 끌어내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 내 반응은 단순한 수치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해당 뉴스를 전한 유튜브 영상의 댓글란에는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1위를 놓친 것을 탓하기보다, 오히려 그동안 1위였던 점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가 야후코멘트와 다를 바 없어졌다”는 냉소적인 시선부터 “자동차 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해외에 밀리면서, 30년 뒤에는 순위가 86위로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폭넓은 의견이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외형적인 대외순자산 규모를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이 세계 1위였던 이유는 해외로부터의 투자 유입이 적었기 때문이며, 이는 세계 투자자들이 일본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일본 경제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가토 가쓰노부(加藤 勝信) 일본 재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대외순자산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순위 변화만으로 일본의 국제적 위치가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은 자국 은행 및 보험사가 막대한 금액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채를 국내에서 강제로 소화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도 드러냈다. “국채를 강제로 사들여서 해외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편,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 대외순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7위에 올랐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대외순자산은 1조 1022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2924억 달러 증가했다. 자산 규모는 2조 4980억 달러, 부채는 1조 3958억 달러로 집계됐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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