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간 단일화가 불발되면서 보수 표심의 분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적극적으로 ‘이준석 사표론’을 띄우며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독려했다. 이준석 후보가 토론회 발언 논란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것에도 내심 기대를 거는 눈치다.
권성동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는 결국 무산됐다”며 “완주를 선택한 이준석 후보의 뜻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이준석 후보의 가치와 노선은 김문수 후보와 거의 일치한다”며 “김문수 후보의 공약에 포함되지 않은 이준석 후보의 정책, 공약 중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공약은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그간 ‘반(反)이재명’을 고리로 범보수 단일화에 힘을 실어 왔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가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혀 단일화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둔 28일 밤, 김문수 후보가 이준석 후보를 만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했지만, 만남은 불발됐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도 단일화에 대해 “마지막까지 계속 노력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 후보는 “안 한다”며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드러냈다.
이준석 후보의 입장 변화가 없는 만큼, 국민의힘은 더 이상의 단일화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단일화에 계속 목매달면서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가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단일화는 김문수 후보 한쪽의 의사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의지보다는 여러 조건과 상황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이준석 사표론’ 띄우는 국민의힘
단일화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사전 투표 전까지 결론을 지었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견해다. 이날 사전 투표가 시작되면서 사실상 단일화의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물리적 단일화로는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이 요원하다는 점도 문제다. 뉴스1의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25~26일 실시한 조사에서 김문수 후보로 단일화됐을 경우 이준석 후보 지지층의 25%가 이재명 후보에게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단일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이준석 사표론’을 띄우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이준석 후보를 찍으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는 ‘준찍명’을 앞세워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은 전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막상 투표장에 가면 반이재명을 위해 김문수를 선택해야 한다는 정서가 작용할 것이라 본다”고 했다. 권성동 위원장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른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이준석 후보의 토론회 발언 논란도 김문수 후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 지지층 결집의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재명 후보 가족의 ‘도덕성 문제’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상황을 활용하고 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인터뷰에서 “김문수 후보에게 생각지도 않은 논두렁에서 산삼 줍듯이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자기들의 이전투구로 인해 가만히 있는 김 후보의 청렴성, 도덕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혁신당과 이준석 후보는 이러한 국민의힘의 기대와는 다르게 판세를 보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중도층, 무당층의 지지도가 괜찮기에 오히려 더 높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의 ‘사표론’도 반박하고 나섰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시는 것은 오히려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돕는 것이라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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