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내수 판매 부진 지속… 韓 신차는 언제쯤

시사위크
쉐보레의 내수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신차 소식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 GM한국사업장
쉐보레의 내수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신차 소식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 GM한국사업장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시장에서 쉐보레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진 모습이다. 그나마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종의 수출량이 뒷받침이 되는 모양새지만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신차 출시로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은 여전히 신차 출시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어 아쉬움이 적지 않다.

올해 1∼4월 쉐보레 브랜드의 내수 실적을 살펴보면 △1월 1,219대 △2월 1,453대 △3월 1,372대 △4월 1,300대 등 4개월간 총 5,344대가 판매됐다. 전년 동기 대비 41.4% 감소한 실적이다. 또한 동기간 KG모빌리티(KGM)의 내수 판매 실적 1만1,730대과 비교하더라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다.

쉐보레가 현재 한국 시장에 판매 중인 차종은 △트랙스 크로스오버(CUV) △트레일블레이저 △콜로라도 3종에 불과하다. 올해 4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모델은 트랙스 CUV로, 총 4,249대가 팔렸다. 동기간 쉐보레 전체 판매량의 79.5%에 달한다. 나머지는 트레일블레이저가 969대, 콜로라도가 47대, 그리고 현재 국내에서 판매가 중단된 트래버스와 타호 모델이 각각 43대, 32대가 팔렸다.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차량이 트랙스 CUV 단 하나에 불과한 셈이다.

쉐보레는 한국 내수 시장 판매는 부진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CUV 수출 물량이 상당하다. 사진은 2026년형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모카치노 베이지 색상 모델. / GM한국사업장
쉐보레는 한국 내수 시장 판매는 부진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CUV 수출 물량이 상당하다. 사진은 2026년형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모카치노 베이지 색상 모델. / GM한국사업장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외면을 받는 쉐보레지만 그나마 수출 실적이 받쳐주고 있다. 트랙스 CUV와 트레일블레이저는 쉐보레가 한국에서 생산해 내수 판매 및 해외 수출까지 하는 차량으로, 파생모델을 포함해 올해 1∼4월 각각 10만2,020대, 4만6,707대가 수출됐다. 이 기간 쉐보레의 수출 대수는 14만8,727대로, 동기간 KGM과 르노코리아의 내수·수출 실적 2만8,599대, 3만4,941대를 합친 판매량보다 많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년 동기 수출량과 비교하면 7.3% 감소한 실적이라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쿼녹스와 트래버스 2종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과 전기차 이쿼녹스EV의 국내 출시 여부에 작게나마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4세대 이쿼녹스 풀체인지와 3세대 트래버스 풀체인지 모델, 그리고 전기차 이쿼녹스EV 3종은 국내에서 주행 테스트 차량 목격담이 전해진 바 있다. 이 때문에 3종의 국내 출시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아직까지 국내 출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중형 전기차 이쿼녹스EV는 지난해 2월 열린 GM한국사업장 신년 간담회에서 헥터 비자레알 GM한국사업장 사장이 국내에 출시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지난해 9월 국내 전기차 환경부 배출·소음인증 및 주행거리 인증까지 마쳤지만 아직까지 출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헥터 비자레알 GM한국사업장 사장은 쉐보레 이쿼녹스EV(사진 빨간색 차랑)의 한국 시장 출시를 밝히며 ‘얼티엄 라인업의 시작’이라고 강조했지만 아직까지 해당 모델은 한국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다. / GM한국사업장
지난해 2월 헥터 비자레알 GM한국사업장 사장은 쉐보레 이쿼녹스EV(사진 빨간색 차랑)의 한국 시장 출시를 밝히며 ‘얼티엄 라인업의 시작’이라고 강조했지만 아직까지 해당 모델은 한국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다. / GM한국사업장

GM한국사업장이 국내에 신차 투입을 미루고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달러 환율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트래버스 풀체인지나 이쿼녹스 풀체인지 및 이쿼녹스EV는 모두 미국 또는 멕시코 GM 공장에서 생산한다. 차량 대금 지불은 달러화가 기본인 셈이다.

이 때문에 GM한국사업장에서는 달러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지난해 10월부터 달러 환율은 치솟기 시작했고 지난해 11월에는 1달러당 1,400원 이상을 기록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올해 1월 2일 달러 환율은 1,470원대로 출발했고 이러한 금달러 분위기는 지난달까지 지속됐다.

지난해 9월 이쿼녹스EV의 한국 판매를 위한 준비를 마쳤는데, 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 이달 들어 환율이 조금씩 안정화되기 시작했고 지난 16일부터는 1,300원대로 진입했다. 달러 환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안정적으로 지속된다면 GM한국사업장에서도 이쿼녹스·트래버스 풀체인지 모델과 전기차 이쿼녹스EV의 국내 출시를 긍정적으로 논의할 수도 있어 보인다.

4세대 쉐보레 이쿼녹스의 테스트카가 국내 곳곳에서 포착되면서 국내 출시설이 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 책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쉐보레
4세대 쉐보레 이쿼녹스의 테스트카가 국내 곳곳에서 포착되면서 국내 출시설이 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 책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쉐보레

다만 아직까지는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GM한국사업장 측의 입장이다. 내부적으로 신차 투입 등에 대한 논의는 이어오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GM한국사업장에서 신차 출시를 주저하는 이유는 여전히 가격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쉐보레 공식 홈페이지 기준 이쿼녹스 모델을 살펴보면 액티브 트림에 1열(운전석·조수석) 전동조절·통풍시트, 운전석 메모리 시트, 2열 열선 시트 기능을 패키지로 추가한 가격이 3만7,345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5,100만원에 달한다. 기아 스포티지와 비슷한 크기의 쉐보레 차량 가격이 5,000만원 이상이라면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트래버스도 베이스 트림인 LT 전륜구동 모델과 오프로드 분위기가 강조된 Z71 트림 4륜구동 모델을 제외하면 가격이 애매하다. 트래버스 LT 기본 가격은 4만2,195달러(약 5,800만원)부터 시작하며, 여기에 휠 사이즈를 20인치로 키우고 파노라마 선루프를 추가한 패키지 옵션을 선택하면 4만4,695달러(약 6,150만원)다.

다만 LT 트림은 외관 디자인이 다른 트림들보다 밋밋하게 보이는 만큼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고려하면 4만9,295달러(약 6,780만원)부터 시작하는 트래버스 Z71 트림 4륜구동 모델을 투입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 여기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추가하면 5만795달러(약 6,990만원)까지 가격이 상승한다.

트래버스 풀체인지 모델의 경우 미국 판매 가격을 감안하면 하이컨트리 또는 RS 트림을 국내에 출시하면 가격이 8,0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을 고려하면 국내에 출시할 가능성이 높은 트래버스 모델은 오프로드 디자인이 강조된 Z71 트림으로 보인다. 사진은 3세대 트래버스 Z71 트림. / 쉐보레
트래버스 풀체인지 모델의 경우 미국 판매 가격을 감안하면 하이컨트리 또는 RS 트림을 국내에 출시하면 가격이 8,0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을 고려하면 국내에 출시할 가능성이 높은 트래버스 모델은 오프로드 디자인이 강조된 Z71 트림으로 보인다. 사진은 3세대 트래버스 Z71 트림. / 쉐보레

트래버스 Z71 트림보다 고급형으로는 하이컨트리와 RS 트림 2종이 있는데, 전륜구동 모델 기준 가격이 각각 5만5,295달러(약 7,610만원), 5만5,595달러(약 7,650만원)에 달한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옵션으로 1,500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 사실상 한국 시장에 들여오면 배송비를 포함할 시 판매가격이 풀옵션 기준 8,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래버스의 경쟁모델로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최근 국내에 출시된 폭스바겐 아틀라스가 꼽힌다. 경쟁 모델의 국내 판매가격이 7,000만원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또는 RS 트림은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Z71 트림이 마지노선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이쿼녹스EV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필요한 옵션을 추가한 경우 6,000만원이 넘는다.

GM한국사업장이 국내에 신차를 출시할 때 마진을 줄이고 시장에 적합한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출시를 하더라도 많은 차량을 판매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GM한국사업장 쉐보레,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1~4월 내수 및 수출 판매실적
2025. 5. 28 GM한국사업장·르노코리아·KGM
쉐보레 이쿼녹스·트래버스 풀체인지 및 이쿼녹스EV 미국 판매가격
2025. 5. 28 쉐보레 미국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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