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영유아와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어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명문대에 진학을 위해서 영어는 중학교 이전에 끝내야 한다’라는 말이 학부모 사이에서 회자될 만큼 조기 영어 교육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양육자는 육아뿐 아니라 사교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따르면,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의 월평균 교육비는 154만 5000원으로. 미취학 아동 전체 평균 사교육비 33만 2000원의 4.6배에 달한다.
또한 유아 대상 영어학원 입학을 위한 레벨테스트는 ‘4세 고시’로 불리며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의 건의에 따라 최근 유아 대상 영어학원 전수조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레벨테스트를 상담이나 추첨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이처럼 영어 사교육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학부모의 부담을 덜고, 지역과 경제적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공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는 전국 최초로 관내 모든 다함께돌봄센터에 원어민 강사를 파견해 주 3회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은 영어 회화뿐만 아니라 미술, 세계문화, 과학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돼 있다. 영어 전문 교육기관 YBM넷이 프로그램을 위탁 운영을 맡았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김포를 목동에서 영어 배우러 오는 도시로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 송파구는 인공지능 로봇 ‘파이보’를 활용한 영어교육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관내 초등학생 30명이 파이보와 태블릿PC를 활용해 영어회화, 듣기, 쓰기 등을 학습하고 있다. 로봇은 아이에게 말을 걸고 감정을 교류하는 등 ‘AI 친구’ 역할도 한다. 구는 파이보 전용 학습 콘텐츠를 개발해 정서적 지지와 학습효과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모든 아이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라고 전했다.
경북 성주군은 영유아부터 중학생까지 원어민 영어교육을 제공하는 생애주기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유아 대상 원어민 영어 특성화 교육에 4억 3000만 원을 투입했고, 올해도 3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 초·중학생 1200여 명은 외국인 강사와 수업을 통해 실용 영어를 익히고 있다, 군은 영어 교육에만 10억 원을 배정해 미국 견학 등 체험형 활동도 확대할 계획이다.
강원 화천군은 오는 7월, 지역 중고생 20명을 영국 옥스퍼드 세인트 클레어 어학원에 파견한다. 참가자들은 토플 시험과 면접을 통해 선발됐다. 수업료·항공료·기숙사비 전액을 군이 부담해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 줬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청소년들이 세계를 경험하고 언어와 사고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어 사교육이 과열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자체의 공공 영어교육은 단순한 학습 기회를 넘어 교육 형평성 회복과 양육자 부담 완화를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지역 간 예산 편차와 정책 지속성 가능성이 숙제로 남았다. 사교육비 지출이 아이의 대학 진학과 이후 미래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가운데 공공이 제공하는 영어교육이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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