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볼넷 안 주려고 정타를 맞을 바에는…”
KT 위즈 우완 조이현(30)은 평범한 스펙을 지녔다. 제주고를 졸업하고 2014년 2차 5라운드 47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SK 와이번스를 거쳐 2023시즌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테스트를 받고 수원에서 이어가는 소중한 야구인생이다. 지난 2년간 6점대 평균자책점에 그쳤지만, 이강철 감독은 20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서 다시 기회를 줬다.

본래 이날 KT는 우완 소형준이 등판할 차례였다. 그러나 소형준이 토미 존 수술과 재활 여파로 3년만에 풀타임 선발시즌을 보낸다. 관리가 필요하다고 봤고, 그 타이밍이 이날이었다. 조이현은 지난주에 이날 등판 통보를 받고 열심히 준비했다.
포심패스트볼 142km에 그칠 정도로 스피드에 경쟁력이 있는 투수는 아니다.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를 섞었다. 느린 투수가 살기 위해선 더 느리게 던져야 하는 법. 커브를 무려 86km까지 떨어뜨렸다. 1회 김도영에게 89km 커브를 던지더니, 5회 한준수에게 86km 커브를 구사했다.
타자들은 140km 이상의 빠른 공에 대응할 준비를 한다. 통상적으로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출 준비를 해야 이른바 ‘중 타이밍’으로 그보다 느린 변화구를 공략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변화구가 너무 느리면 타자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느린 커브도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 제구가 안 되면 그 순간 장타를 맞을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이현은 우규민의 조언을 통해 커브를 더 느리게 던지는 연습을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해왔다. 퓨처스리그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투구내용, 과정이 중요하다.
결국 조이현은 이날 5.1이닝 5피안타 3탈삼진 1사사구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근래 들어 가장 좋은 투구였다. KIA 타선의 위력이 작년만 못하다고 해도 조이현의 준비의 승리였다.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또 다른 선발투수 순번에도 대타로 들어갈 수 있을 듯하다.
조이현은 “전력분석미팅도 했고, (장)성우 형이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니까 편하게 던졌다. 느린 커브는 한번씩 던져보는데, 규민 선배님이 더 느리게 던져서 타이밍 싸움을 펼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라고 했다.
그래도 디펜딩챔피언 KIA였다. 조이현은 “많이 신경 쓰였다. 작년 첫 등판이 되게 좋지 않았다. 평소보다 긴장이 많이 됐다. 그냥 첫 번째로 올라가는 투수라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뒤에 나오는 투수들이 편한 상황에 올라갈 수 있게 하려고 했다”라고 했다.
역발상 생존법은 또 있다. 보통 제구가 뛰어나지 않은 투수들에게 지도자들이 보더라인 승부를 권하지 않는다. 다양한 공을 가운데 보고 던져서 타이밍으로 범타나 약한 타구를 유도하라고 한다. 그러나 제춘모 투수코치는 조이현에게 보더라인 투구를 지시했다.
조이현은 “보더라인 보고 정확하게 던지라는 주문을 하신다. 볼넷을 안 주려고 가운데로 던져 정타를 맞을 바에는, 볼넷을 주더라도 보더라인을 보고 던지려고 한다. 내가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니니까 약한 타구를 만들 수 있게 하라고 한다”라고 했다. 가운데로 던지다 장타를 맞아 점수를 줄 바엔, 때로는 볼넷이 괜찮을 수도 있다.

조이현은 “KT에서 너무 행복하고 재밌다.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니 평소처럼 운동을 잘 하면서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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