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A씨는 중학교 2학년인 딸아이의 진로를 고민하며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A씨는 "우리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는 알겠는데 고등학교 선택부터가 너무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라며 "평범한 일반고로 진학시키는 것이 안전할지 아니면 특목고나 마이스터고 등 조금 더 특화된 길을 찾아주는 것이 좋을지를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녀의 고입 문제로 고민이 많은 학부모라면 지난 3월 서울특별시교육청이 발표한 2026학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이번 전형 계획은 서울 지역 모든 고등학교의 입학 절차와 선발 방식에 대한 큰 틀을 정리하고 몇 가지 중요한 변화들을 예고했다.
먼저 서울시의 고등학교 입학 전형은 전기고와 후기고로 나뉜다. 전기고는 과학고·예술고·마이스터고·특성화고처럼 진로 중심 교육을 목적으로 하며 학교장이 학생을 직접 선발한다. 후기고에는 일반고·외국어고·국제고·자율형 사립고 등이 포함되며 일반고는 교육감이 일괄 배정하고 나머지는 학교장이 선발한다.
학교장 선발고는 교육감이 승인한 학교별 전형요강에 따라 △자기주도학습전형 △실기고사 △추첨 △중학교 내신 성적 등 학교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며 교육감 선발 후기고는 교육감이 일괄 산출한 절대평가 방식의 중학교 성적을 기준으로 배정 대상자를 선발한 후 고교선택제에 따른 학생의 지원 사항과 학교별 배치 여건 및 통학편의 등을 고려하여 단계별로 전산·추첨 배정한다.
부모 입장에서 이 구분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다. 전기고는 전국 고교 중 단 1개의 고등학교만 지원할 수 있고 합격할 경우 후기고 지원이 불가능하다. 다만 자사고·외고·국제고 등 후기고에 지원했다 불합격하는 경우에는 다른 후기고에 2단계 지원이 가능하다. 아울러 후기고 합격자는 전기고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으며 일반고 합격자도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추가 지원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녀의 성향과 적성을 바탕으로 어떤 유형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더 유리한지 따져보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원서를 내야 하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이번 고입 기본계획에서 눈에 띄는 변화도 있다. 먼저 반도체 산업에 특화된 마이스터고인 '서울반도체고'가 새롭게 신입생을 모집한다.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기조에 발맞춘 이 고등학교는 반도체 장비 및 제조 분야의 핵심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공계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겐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교육감 선발 후기고의 특이배정(지체장애인 등) 기준이 구체화됐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신체적 기능 장애가 현저한 경우라는 다소 모호한 기준 탓에 학교 현장에서 혼선이 많았는데 이번 개정으로 희귀질환자나 암, 제1형 당뇨 또는 중증 난치질환자 등이 명확히 포함되며 고입 전형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군인 자녀를 위한 선택지도 넓어졌다. 지금까지는 경기 한민고만이 전국 단위 군 자녀 모집을 실시했지만 2026학년도부터는 경북 영천고등학교에서도 군인자녀 모집을 실시한다. 이들 학교는 다른 후기고와 이중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군 자녀 학부모에게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 단, 합격할 경우 다른 후기고 전형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 입시의 핵심인 자기주도학습전형도 달라진다. 자기소개서 작성 시에는 논문 실적, 해외 활동, 도서 출간, 특허 등록 등 사교육과 직결되는 요소들을 일절 기재할 수 없도록 제한이 강화됐고 면접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은 금지된다. 이는 사교육 개입을 최소화하고 입시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전기고는 4월부터 8월 사이, 후기고는 12월 초에 원서 접수를 받고 최종 배정 결과는 다음해 1월 29일에 발표된다. 학교장 선발 고등학교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학교별 입학전형 요강에 따라 개별학교에 직접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구체적인 진로 방향을 세우고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2026학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의 전문은 서울시교육청 누리집 고입자료실 또는 서울 고교 홍보 사이트 하이인포(hinfo.sen.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진로와 진학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시대, 고등학교 선택은 아이의 미래를 설계하는 첫걸음이다. 변화하는 입시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녀의 흥미와 역량에 맞는 학교를 찾아가는 과정은 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빠르게 정보를 파악하고 충분히 고민하며 아이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선택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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