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슬라이더가 그냥 ‘빵’하고.”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잘 나간다. ‘2강’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를 가장 가까이에서 위협한다. 그런데 타선에 비해 마운드에 불안요소가 있다. 특히 선발진에서 터커 데이비슨과 박세웅의 의존도가 높다. 본래 4~5선발이 불안했는데, 찰리 반즈마저 부진과 부상으로 떠나면서 토종 선발투수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태형 감독에게 최근 눈도장을 받은 토종 우완투수가 있다. 개성고를 졸업하고 2022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우완 이민석(22)이다. 이민석은 올해 2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5.73이다. 1군 통산 48경기서 1승4패6홀드 평균자책점 6.31.
기록만 보면 별 볼 일 없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올해 2경기서 이민석의 달라진 점을 확인했다. 5일 부산 SSG 랜더스전서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2볼넷 6실점으로 부진한 경기서도 가능성을 봤다. 그리고 11일 KT 위즈와의 수원 더블헤더 2차전서 6이닝 5피안타 5탈삼진 3사사구 1실점으로 생애 최고의 투구를 했다.
김태형 감독은 단순히 이민석이 150km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져서 고무된 게 아니었다. 140km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까지 전체적인 투구내용이 좋았고, 무엇보다 투구밸런스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팔을 의식적으로 높게 들어올려 던졌지만, 팔 높이를 낮추면서 자연스럽게 공을 더 타자 쪽으로 끌고 나가면서 투구하니 구위도 제구도 더 좋아졌다는 평가다.
김태형 감독은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아니 SSG전서도 좋았어. 슬라이더가 그냥 ‘빵’하고 넘어가더라고. 점수를 줬지만 공 자체가 좋아졌다. 자꾸 팔 높이를 높이려고 하니까. 그러면 공이 나가는 공간이 안 생긴다. 몸이 크로스로 밀리던데, 본인은 공이 빠지는 것 같아서 올렸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엔…”이라고 했다.
마침 투수코치들이 김태형 감독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민석의 팔 높이를 교정했다. 김태형 감독은 “교정을 하면서 굉장히 간결해졌다. 투수들이 공 각도를 중시하는데 일부러 각도를 올리면 밸런스가 안 맞는다. 어차피 팔은 다 내려온다. 공을 앞으로 가져가서 때리는 게 중요한 거지”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은 포수 출신이라 투수들의 미묘한 변화를 잘 캐치하는 지도자다. “지금 왼발이 올라갈 때 팔이 나오는 동작이 거의 일치하다”라고 했다. 롯데로선 토종 선발투수들을 어떻게든 더 만들고 키워야 한다.

김태형 감독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받은 이민석은 급기야 토종에이스 박세웅에게 하루 더 휴식을 주고, 박세웅이 본래 나가야 하는 날에 선발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16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 등판이 유력하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