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대구=손지연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거짓말 하지 않고 살아온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택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거짓말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온 일화를 소개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달리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을 대통령 후보까지 오를 수 있게 만들었던 ‘비상계엄 사과 거부’ 장면을 직접 언급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 직후 국무위원으로서 국회에 출석해 비상계엄에 책임을 지고 고개 숙여 사죄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거부했다. 그는 당시 사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못해서’라고 강변했다.
◇ 김문수 “거짓말 못해 가만히 앉아 있었더니 대통령 후보 돼”
김 후보는 이날 오후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의 서문시장에서 인파를 이끌고 유세를 진행했다. 그는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TK(대구·경북)’ 출신임을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와 자신이 경북에서 태어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 후보는 자신과 달리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둘 다 경북에서 태어난 건 틀림 없는데 저는 거짓말을 못 시키고 꽉 막힌 사람이다. 저는 절대로 거짓말을 못 시킨다”며 “한 사람은,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검사도 사칭하고 자기가 총각이라고 사칭한다. 아주 거짓말 도사”라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또 “대통령을 거짓말 잘하는 사람을 뽑나. 참말 잘하는 사람을 뽑냐”며 유세 현장을 방문한 대구 시민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김 후보는 대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당시 데모를 하다 퇴학 위기에 처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자신이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담임 선생님이 ‘답답한 문수야, 좀 거짓말이라도 좀 하면 내가 교육청에 보고해 괜찮게 해줄게’라고 했는데, 저는 ‘학교 못 다녀도 거짓말은 못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학교로 어찌 돌아가 서울대에 입학했다. 대학교에서 정치가 잘못돼 바른 소리를 좀 했는데 ‘김문수 니는 학교 오지 마라’ 잘라 버렸다. 그래도 나는 절대로 거짓말을 못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죄를 요구받은 상황에 대입했다.
그는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나와서 ‘당신들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내란이 아니냐’ 그런다”며 “나는 죽어도, 학교에서 쫓겨나든, 감옥 가든, 절대로 거짓말하는 일은 못한다. 가만히 앉아있었더니만 ‘대한민국에도 이런 인간이 있냐’ 그래서 저를 지금 이렇게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앞으로 대통령이 된다면 절대로 거짓말하지 않는,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1일 국회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긴급 현안질문을 가졌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출석한 국무위원들을 향해 “계엄을 막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며 자리에 일어나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던 김 후보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이에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은 이같은 김 후보의 행동에 ‘꼿꼿문수’라는 별명까지 붙여주며 계엄 선포를 비호한 것을 치하했다. 김 후보는 이 장면으로 인해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강한 지지를 받아 유력 대권 후보 1위 자리를 석권하게 됐다. 그리고 김 후보는 첫 유세에서 다시 이 장면을 언급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하다는 판결로 대통령이 파면됐음에도 당시 상황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해 국무위원으로서 국민들에게 사죄의 뜻을 표하라 요청받은 것을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본 셈이다. 그는 ‘계엄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 요청’을 ‘계엄은 내란이 아니라 사과할 수 없다’라는 논리로 바꿔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후보는 이날 유세 현장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이 윤 전 대통령에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사과했다. 후보도 사과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저는 계엄은 처음부터 찬성하지 않았다”며 “부르지도 않았지만 불러서 갔다면 잘못됐다, 안 된다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어느 정도, 어떤 형식으로 사과할지 이런 것들을 김 비대위원장하고 조금 논의를 해 봐야겠다”며 “우리 대통령께서 굉장히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는데 그 부분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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