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팩트(247)] 1만보 걷기, 체중 감량에 효과 있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걷기’는 가장 쉽고 접근성 높은 운동이다. 별다른 연습이나 교육, 장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 때문에 ‘1만보 걷기 챌린지’가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걷기 운동을 한다. 고령층, 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걷기 운동을 추천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하지만 1만보 걷기의 운동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찮다. 운동 지간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체중 감량’ 효과가 다른 운동 대비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국민운동’으로 불리는 1만보 걷기는 체중 감량에 효과가 없는 것일까.

◇ “단순한 1만보 걷기, 체중 감량에 효과 크지 않아”

일단 1만보 걷기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살이 빠지는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살이 빠진다’라고 하는 것은 단순 체중 감량이 아닌 ‘체지방 감소’를 의미한다. 단순히 몸무게만 줄어드는 것은 체내 수분이 빠지거나 근육 손실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체지방 감소는 섭취하는 에너지보다 소비하는 에너지가 많을 때 발생한다. 우리 몸은 체내에 들어오는 에너지원보다 사용하는 에너지가 많으면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바꿔 사용한다. 즉, 내가 먹는 음식의 칼로리보다 더 많이 활동하면 체내 지방이 분해돼 에너지로 바뀌는 것이다.

이때 1만보 걷기가 소모하는 칼로리는 성인 기준 약 약 340~400kcal다. 여기에 성인 평균 기초대사량(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은 남성은 1,680kcal, 여성은 1,080kcal 정도다. 즉, 하루에 1만보 걷기를 할 경우 몸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는 남성은 최대 2,080kcal, 여성은 1,480kcal다.

즉, 이 칼로리보다 식사량이 적을 경우 1만보 걷기로 체중 감량은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다른 활동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모량도 있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에 따르면 성인 남성과 여성이 하루 평균 소모하는 칼로리는 평균 2,500kcal, 2,000kcal다. 따라서 1만보 걷기까지 병행한다면 2,500kcal~2,900kcal를 소모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상’이다. 문제는 식사량이다. 보통 우리가 한끼에 섭취하는 식사의 칼로리는 800~900kcal다. 하루 세끼를 모두 먹을 경우 순식간에 2,500kcal를 훌쩍 넘는다. 뿐만 아니라 간식을 챙겨먹거나 고열량 식사를 한 경우 3,000kcal 이상을 섭취하게 된다. 이것이 살이 찌는 원리다.

실제로 영국 ‘브리검 영 대학교’ 연구진은 100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6개월 간 하루 1만보, 1만2,500보, 1만5,000보를 걷게 했다. 그 결과, 1만보를 초과하도록 걸어도 실험자들의 체중 및 체지방 감소엔 유의미한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

브리검 영 대 연구진은 “1만보를 초과하는 걸음 수도 6개월의 시간 동안 체중 또는 지방 증가를 막지 못했다”며 “장기간 체중 증가 방지를 위해선 신체 활동의 강도 또는 식이요법의 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 과체중·비만 환자에겐 체중 감량 효과 있어… 우울증 완화도 도움

그렇다면 1만보 걷기는 전혀 쓸모없는 운동 방식일까. 전문가들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단기간 체중 감량이나 체력 증진엔 도움이 크지 않더라도 부분적인 근력 향상, 혈압 유지 등의 건강 관리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심한 수준의 과체중, 비만 환자의 경우엔 1만보 걷기도 체지방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볼주립대학교 패트릭 L. 슈나이더 교수팀은 56명의 과체중 및 비만인이 36주간 하루 1만보씩 걷도록 했다. 그 결과, 전체 참가자의 68%는 평균 체중은 2.4kg, 체지방률은 1.9% 줄었다. 같은 기간 고강도 운동을 한 것보단 효과가 적을지라도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 셈이다.

패트릭 L. 슈나이더 교수는 “1만보 걷기 운동 처방은 앉아서 생활하던 과체중·비만 환자들에게 확실한 체중 감소를 가져왔다”며 “특히 1만보라는 걸음 수 목표를 고수하는 것은 환자들의 동기 부여에도 도움이 됐고 체중 감량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1만보 걷기가 과체중·비만 환자의 우울증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태국 ‘탐마삿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연구팀은 12주간 35명의 체질량지수(BMI) 25kg/m² 이상 과체중·비만인 대상으로 1만보 걷기 테스트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우울, 불안, 분노, 피로 등을 가진 사람들로 선발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의 80%에 해당하는 30명은 걷기 테스트 전보다 불안, 우울증, 분노, 피로, 혼란 및 총 기분 장애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참가자들은 평균적인 과체중·비만인보다 활력 점수가 크게 상승했다.

탐마삿대학교 연구진은 “실험자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12주 동안 하루 최소 1만보를 걸을 경우 신체활동(PA)의 증가로 우울증, 피로 등 정신 질환 유발 요소가 감소했다”며 “오랜 시간 걷기는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과체중·비만인의 신체 및 기분 상태 개선에 동무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을 종합한 결과, 팩트체크 관점에서 ‘1만보 걷기는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다’는 주장은 ‘부분적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느린 속도로 단순 걷기만 할 경우 체중 감량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식이요법과 고강도 근력 운동 등을 병행해야 체중 감량에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 절반의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