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발야구의 가치.
11연승을 내달리는 화제의 중심 한화 이글스. 예전과 가장 달라진 게 적극적으로 뛰는 팀이 됐다는 점이다. 한화는 10일까지 팀 도루 37개로 2위, 시도는 52회로 1위다. 성공률이 71.2%로 6위인 게 옥에 티지만, 더 이상 9개 구단이 한화 주자들을 방치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 자체가 한화로선 성공이다. 팀 타선이 강력하다고 볼 수 없는 한화는 발야구로 득점력을 톡톡히 보충한다.

그리고 이는 방망이로 전전긍긍하는 타 구단들도 참고할 만하다. 투고타저 시즌이라서, 발야구는 중요하다. 특히 지난해 팀 타율 0.301서 올해 0.246, 리그 8위로 추락한 KIA 타이거즈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KIA는 팀 도루도 23개로 리그 8위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타선이 안 터지면, 자연스럽게 출루율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주자가 귀하니 함부로 뛰지 못하는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 추격하는 경기의 경우 마냥 도루를 시도하는 게 능사도 아니다. 올 시즌 KIA는 출루율도 0.339로 5위다. 전체적으로 득점력, 응집력이 떨어졌다. 중위권서 고전하는 결정적 원인이다.
그런 점에서 10일 인천 SSG 랜더스전은 의미 있었다. 팀에서 가장 발야구를 잘 할 수 있는 리드오프 박찬호가 1회와 3회, 6회에 무려 세 차례의 도루를 해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무릎 부상을 털고 돌아온 직후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다 4월 말부터 페이스를 많이 올렸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로 팀 공격의 돌파구를 열 필요도 있다.
이날 제대로 뛰었다. 1회 경기시작과 함께 좌측 2루타를 터트리고 1사 2루서 기습적으로 3루를 훔쳤다. 타석에 김도영이 있었다. 아무래도 배터리는 김도영에게 집중하기 마련이다. 박찬호가 3루를 점유하는 바람에 김도영이 외야 뜬공만 쳐도 점수를 올릴 수 있었다.
3회에도 1사 1루서 야수선택으로 출루한 뒤 패트릭 위즈덤 타석에서 2루를 훔쳤다. 비록 위즈덤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위즈덤이 일발장타력이 있다는 점에서 박찬호의 도루는 효율적이었다. 6회에도 1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뒤 위즈덤 타석에서 또 2루를 훔쳤다. 드류 앤더슨이 박찬호를 의식하다 2루 견제 악송구까지 범했다. 박찬호는 3루에 들어갔다. 위즈덤의 우익수 뜬공에 또 홈을 밟았다.
KIA는 이날 3안타에 그쳤다. 물론 볼넷도 6개를 얻었지만, 여전히 타선이 답답한 측면이 있었다. 물론 SSG의 실책 3개에 편승한 득점도 있었지만, 그것도 알고 보면 박찬호의 적극적 주루가 SSG에 긴장감을 높인 측면이 있었다. 발야구의 또 다른 효과다.
KIA는 올해 도루 시도가 단 26회에 불과하다. 리그에서 KIA보다 적게 뛴 팀은 23차례의 KT 위즈, 21차례의 키움 히어로즈밖에 없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올 시즌 KIA의 도루 성공률은 이날 포함 88.5%로 리그 2위다. 물론 많이 뛰면 성공률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것도 뛰기 전엔 아무도 모를 일이다.
KIA는 박찬호를 비롯해 김도영, 박정우 등이 단독 도루가 가능한 선수들이다. 김도영의 경우 부상 후유증 예방 차원에서 도루 자제를 권고 받은 상태다. 뛸 선수가 많지 않은 건 맞다. 그러나 작년 KIA는 125도루로 리그 4위였다. 잘 치기도 했지만, 과감하게도 뛰었다.

꼭 도루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연속안타가 많이 안 나오는 무드에선, 출루하면 과감하게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를 할 필요도 있다. 박찬호의 세 차례 도루는 큰 의미가 있었다. KIA가 덕분에 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대역전패의 충격을 털어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