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반탄파’ 김문수에 손 들어준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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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한동훈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시스
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한동훈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킨텍스=손지연 기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전 장관(이하 후보)이 56.53%의 득표율로 국민의힘 21대 대통령 선거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당원 선거인단 50%, 국민 여론조사 50%로 치러진 3차 경선에서 '반탄(탄핵 반대)파' 김 후보가 '찬탄(탄핵 찬성)파' 한동훈 후보(43.47%)를 13.06%P(퍼센트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취지’에 일부 동의한 김 후보를 탄핵 후 조기 대선에 세울 후보로 정하게 됐다. 

◇ ‘꼿꼿 문수’로 윤석열 이을 ‘보수 적자’ 된 김문수 

김 후보는 탄핵 정국에서 ‘반탄(탄핵 반대)파’의 지지로 보수진영 차기 대통령 후보로 급부상했다. 이는 그가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으로 ‘12‧3 비상계엄’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지 않은 장면에서 시작됐다. 

김 후보는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문에 출석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일어나 국민께 사죄하라”는 요구에 앉은 자세를 유지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다른 국무위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지만 김 후보는 홀로 자리에 앉아 이를 거부했다. 

그의 이런 모습은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옹호하는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지자들은 김 장관에게 ‘꼿꼿 문수’라는 별명까지 선사했다. 그는 이 장면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을 지킬 ‘보수 적자’라는 평가를 받게 되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 찬반 공방이 치열했던 시기 보수진영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 1위 후보로 떠올랐다. ‘김문수 신드롬’의 시작이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취지를 공감한다는 발언을 내놓으며 ‘계엄 옹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해 12월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내일을 여는 청년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이런 계엄을 선포하실 정도의 어려움에 처했다”고 밝혔다. ‘계엄이 선포될 정도의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그건 나한테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월 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면서 대통령 관저를 둘러싸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강성 지지층의 집회와 시위가 극에 달했다. 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실패와 서울 구치소 수감, 석방에 이르는 과정에서 강성 지지층의 집결과 함께 국민의힘 지지율도 동반 상승했다. 이 가운데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을 흡수한 김 후보가 보수진영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면서 결국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 

지난 2024년 12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한 조규홍(왼쪽) 보건복지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의 계엄 사태와 관련해 사과를 요구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자리에 앉아 있다.
지난 2024년 12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한 조규홍(왼쪽) 보건복지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의 계엄 사태와 관련해 사과를 요구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자리에 앉아 있다.

◇ 김문수, ‘반탄’으로 세력 결집... 남은 과제는 ‘단일화’

김 후보는 ‘반탄’ 입장을 앞세워 유력 대선 후보로 올라선 만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내내 윤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에 소구력있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채널A 생중계로 진행된 대선 2차 경선 ‘1대1 맞수 토론회’에서 일각에서 12‧3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부른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센스있는 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국회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일을 많이 했는지 (공직자) 탄핵과 특검 (발의), 예산 삭감 등을 관심 없었는데 계엄이 터지니까 깨달은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그대로 따른 셈이다. 

‘계몽령’은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 중 한 명인 김계리 변호사가 탄핵 심판 최종 변론기일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를 보며)계몽됐다”고 주장하면서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신조어로 떠올랐다. 윤 전 대통령도 지난달 14일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정식 공판 기일에서 대국민 호소용 계엄이라는 ‘계몽령’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적극적인 지지세로 대선 후보에 오른 만큼, 당심이 집중하는 ‘반탄’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사과하지 않은 국무위원으로 시작해 ‘탄핵 반대’ 당심을 등에 업은 김 후보는 이날 최종 경선에서 56.53%를 얻었다. 김 후보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한동훈 후보를 당심에서 큰 차이로 승리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 61.25%(24만6,519표)를 얻어 한 후보(38.75%, 15만5,961표)를 22.5%P 차이로 크게 앞섰다. 

김 후보는 국민 여론조사에서 51.81%(20만8,525표), 한 후보는 48.19%(19만3,955표)를 받았다. 민심의 차이는 3.62%P로 당심보다는 적은 차이를 보였다. 사실상 두 후보의 승패가 당심에서 좌우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는 3차 경선 진출 직후 탈락한 홍준표 전 후보 캠프의 주요 인사들을 비롯해 나경원 전 후보의 지지 선언을 받으며 ‘반탄파’ 세력을 결집했다. 김 후보 측의 이런 전략이 당심을 모으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정대철 헌정회장을 예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정대철 헌정회장을 예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탄파 결집’ 외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카드를 가장 강하게 내놓으며 한 대행 지지층의 표심을 끌어온 김 후보의 남은 과제는 ‘한덕수 단일화’다. 한 전 총리가 지난 1일 사퇴 후 2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단일화 협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이날 수락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총리와 빅텐트 단일화에 대한 물음에 “한 전 총리와 (후보 확정 직후) 전화도 하셨다”며 “축하와 격려 말씀도 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국민의힘 공식적인 대선 후보가 됐다. 한 후보는 무소속”이라며 “우리 당에 입당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문제를 충분히 대화를 통해 협력하겠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돼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많은 분들과 손 잡고 일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오는 11일이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인 만큼 단일화 협상에 빠르게 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 대선 후보가 되면서 김 후보가 ’당무 우선권‘을 쥐며 후보 선출 이전과 달리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에 대해 “오늘 이제 선출되지 않았나. 선출되자마자 단일화 방안을 내는 것은 이상하지 않냐”며 “여러 가지 논의를 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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