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그 정도로 칠 수 있는 선수니까"
아마추어 시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눈독을 들일 정도로 특급재능을 보유하고 있던 나승엽은 미국 진출과 KBO리그 복귀를 고민하던 끝에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은 뒤 설득 끝에 한국 잔류를 택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보유하고 있어도 아마추어와 프로의 격차는 컸고 나승엽은 데뷔 첫 시즌 타율 0.204 OPS 0.563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당시 롯데에는 나승엽이 뛸 자리도 마땅치 않았던 터라 나승엽은 곧바로 군 복무를 시작했고, 상무에서 한층 레벨업이 된 후 2024시즌에 앞서 롯데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나승엽은 121경기에서 127안타 7홈런 66타점 59득점 타율 0.312 OPS 0.880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주전으로 도약했고, 4000만원이었던 연봉은 무려 1억 2000만원으로 대폭 치솟았다.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나승엽은 올해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승엽은 2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35안타 7홈런 29타점 16득점 타율 0.287 OPS 0.946를 기록 중. 정교함은 지난해보다 조금 떨어진 모습. 하지만 홈런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21경기에서 7홈런을 기록했던 나승엽은 현재 34경기에서 벌써 7개의 아치를 그렸다.
190cm의 좋은 하드웨어를 갖춘 나승엽은 보기엔 체격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지난해부터 '한 방'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었다. 홈런은 7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나승엽은 리그 공동 5위에 해당되는 35개의 2루타를 생산했다. 그리고 올해는 2루타가 될 타구를 더 많은 홈런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산술적으로 나승엽은 29.24개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애버리지'가 만들어지지 않은 선수들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뒤 홈런을 욕심내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다. 자칫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는 까닭. 정교함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삼진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승엽은 지난해 좋았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홈런수만 늘려나가고 있는 상황. 사령탑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태형 감독은 나승엽이 더 많은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로 보고 있다. 지난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나승엽의 홈런에 대한 질문을 받은 김태형 감독은 "그 정도로 칠 수 있는 선수니까 홈런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팀을 이끄는 사령탑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점도 없진 않다. 앞서 언급했던 밸런스의 문제다.
그는 "장타를 의식하면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이 점수 차이가 났을 때 타석에서 욕심을 내는 것이 보인다"면서도 "그건 본인이 잘 컨트롤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정말 자기 것으로 완전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런수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지만, 사령탑은 한 방을 노리는 것보다, 그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교함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형 감독은 "우리 몇몇 선수들도 경기를 보면 욕심을 부리는 것이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타율을 올리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홈런이 무작정 세게 친다고 나오는게 아니지 않나"라면서도 "홈런은 좋다. 타선에서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린 선수들은 공을 따라갈 수 있는 테크닉이 조금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조건 홈런을 노리는 스윙은 경계해야 하지만, 나승엽처럼 좋은 성적을 유지하면서 한 방 능력을 갖춰나가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 사령탑도 나승엽이 충분히 2~30개의 아치를 그릴 수 있는 선수로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나승엽을 탐낸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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