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헌법84조’ 논란… 정치권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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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원통전통시장을 방문한 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원통전통시장을 방문한 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면서 정치권에서 ‘헌법 84조’ 해석을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소추’의 의미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를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관련 입법에 나서며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원활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국가의 체면 등을 고려해 ‘불소추 특권’을 부여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소추 특권’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기소에 국한되는 것인지, 재판까지도 포함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간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가능성의 영역으로 남겨졌던 논란은 전날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 파기환송 하면서 본격화했다. 6·3 대선이 약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물리적 시간을 고려한다면, 해당 사건의 결론이 대선 기간 중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일반적 견해다. 이는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재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 사건을 포함해 총 5건 재판의 피고인 신분이라는 점도 문제다.

당장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재판 진행 여부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양당은 아전인수격 해석에 나섰다. 특히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재판에도 해당된다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와 인터뷰에서 “소추라는 것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판이 진행되는 것 다 포함돼야 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대선 이후에는 사건들이 다 정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당선시 재판정지' 형사소송법 개정안 소위 회부에 대해 거수로 찬성 표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당선시 재판정지' 형사소송법 개정안 소위 회부에 대해 거수로 찬성 표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 ‘형소법 개정’ 나선 민주당

‘국가소추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246조에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명시됐다. 이것은 민주당이 ‘재판’도 불소추 특권의 대상이라고 보는 근거 중 하나다. 형소법상 ‘소추’의 개념이 ‘공소’와 ‘수행’ 두 가지를 포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헌법재판소가 판례를 통해 소추의 개념을 공소 ‘제기’와 ‘유지’로 해석해 놓았다는 점, 대통령의 원활한 직무수행 보장이라는 법 조항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 이유다.

민주당은 헌법 84조의 취지를 명확히 하겠다며 관련 법 개정에도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은 정청래 의원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 정지 내용을 담은 형소법 개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민주당 주도로 이날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은 다음 주 중 전체회의를 통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본회의 처리도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재판’과 무관하다고 주장해 온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의 법안 강행에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 재직과 관계없는 범죄로 이재명을 구하기 위해 공판 절차를 중단하자는 것”이라며 “특정 후보를 위해 법률을 개정하는 것은 북한 김정은 체제”라고 맹폭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미 시작된 재판마저 강제로 중단시키겠다는 것은 법치 파괴이자 법 앞의 평등을 짓밟는 폭거”라고 했다. 

오히려 민주당의 이러한 속도전을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 부각용도로 활용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방탄은 또 다른 방탄을 낳고 결국 국정 마비와 헌정 왜곡을 끊임없이 생산할 뿐”이라고 비판했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잠시 감추어두었던 독재의 민낯을 황급히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또다시 입법 폭주와 탄핵 남발에 나섰다만, 상식을 가진 국민들은 결코 이런 파렴치한 짓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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