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확정 실적이 발표됐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4% 증가해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분기 대비 3%,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표면상으론 전년, 전 분기 대비 실적 회복세에 들어선 모양새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봤을 때 삼성전자 실적에 ‘파란불’만 켜졌다곤 보기 어렵다. 삼성전자를 지탱하는 대들보인 ‘반도체 사업’ 실적이 미적지근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 실적이 ‘바닥’을 찍은 만큼 2분기부터는 반등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시선이 삼성전자에 쏠리고 있다.
◇ 사상 최대 분기 매출에도 ‘시무룩’한 삼성전자
지난달 30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1분기 확정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79조1,405억원, 영업이익은 6조6,853억원이다. 각각 전 분기 대비 4%, 2.97%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매출은 10.05% 늘어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2% 증가했다. 당기 순이익도 8조2,229억원으로 21.74% 늘었다.
매출부터 영업이익, 순이익까지 모두 전 분기,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면서 삼성전자 올해 출발이 순조롭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불확실성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분야 회복세가 더디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공시한 바에 따르면 이번 실적 회복은 ‘모바일 사업부(MX)’가 이끈 것이다. ‘삼성전자 2022년∼2025년 분기별 실적’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MX/네트워크 사업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7조원, 4조3,000억원이다. 전 분기 대비 43.41%, 105%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각각 10.35%, 22.51% 늘었다.
반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사업부의 실적은 회복하지 못했다. 1분기 기준 삼성전자 DS사업부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조1,000억원, 1조1,000억원이다.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8.47%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2.41% 줄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6.61%, 62% 줄었다.
삼성전자는 “MX사업부의 경우 ‘갤럭시 S25’ 시리즈 판매 호조로 매출 및 영업이익이 성장했다”며 “또한 부품 가격 하락과 리소스 효율화를 통해 견조한 두 자리 수익성을 달성했다”고 모바일 사업 호조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DS사업부 부진 배경에 대해선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의 영향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판매는 감소했다”며 “파운드리는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의 계절적 수요 약세와 고객사 재고 조정 및 가동률 정체로 실적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 모바일 덕분에 선방했지만… 증권가, “2분기 실적은 ‘글쎄’”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이번 삼성전자 1분기 실적은 ‘예상치에 부합한 선방’이다. 다만 반도체 사업 실적이 아쉽다는 것은 증권사들의 공통된 평가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일 리포트에서 “모바일의 경우 스마트폰의 판매량과 평균판매단가(ASP)는 당사 예상치에 부합했고 갤럭시 S25 판매 비중 확대, 원가율 개선에 따른 수익성 개선 폭이 기대치를 넘어섰다”며 “하지만 반도체는 HBM 판매량 급감에 따른 D램의 혼합 평균 판매 가격 하락률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 기대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사업은 전 분기 대비 큰 폭 감익하며 기존 시장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 수준 증가해 당초 기대를 상회했으나 HBM 출하 감소 등으로 적자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발 관세 리스크, HBM 시장 주도권 경쟁력 확보 등 불확실성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2분기 실적도 ‘꽃길’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갤럭시 S25 신규 출시 효과가 둔화로 1분기 실적을 견인한 모바일 사업부 실적 감소가 예상되면서다.
실제로 한화투자증권은 2일 삼성전자의 2분기 예상실적을 매출액 76조9,000억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각각 전 분기 대비 3%, 7% 줄어든 수치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매출액 77조5,000억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으로 한화투자증권보단 높은 실적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전 분기 대비 2%, 1% 줄어든 실적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분기 기저효과와 관세 유예기간 고객 선수요 반영에 따른 메모리 출하량 증가로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개선되긴 하겠으나 갤럭시 S25 신규 출시 효과 둔화에 따른 모바일 사업 감익을 상쇄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HBM3E 12단 제품의 더딘 판매 확대 영향으로 D램 사업 개선 효과도 다소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1분기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개선 추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이 역시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가능성, 엔비디아의 HBM3E 12단 품질 승인, 엔비디아 신제품 ‘B300’의 출하 시기 지연 우려 등 불확실성 완화가 필요하다. 이 경우 6월 이후에야 삼성전자 실적 반등 가능성이 보일 듯하다.
김동원 KB리서치 본부장은 “삼성전자는 1분기를 기점으로 점진적인 실적 개선 추세가 전망된다”면서도 “현 시점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 업종의 경우 6월 이후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이 같은 불확실성 지속은 밸류에이션 멀티플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현 주가를 감안하면 우려 요소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불확실성의 조기 해소 여부가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의 상승 기울기를 결정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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